‘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사활 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실패하면 ‘쉰밥’ 성공해도 ‘찬밥’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전망이 밝다. 그런데 반대로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유치작업을 이끌어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낯빛은 어둡다. 조 회장이 손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이들이 많아서다. 유치에 성공해도 밥상엔 남은 찬이 없을 것으로 보여 조마조마하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 역력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18일 평창이 유치를 위한 마지막 수능을 치렀다.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는 이날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박물관에서 전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테크니컬 브리핑’을 마쳤다.

개최지는 오는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에서 결정 난다. 이번 브리핑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IOC 위원 모두를 대상으로 각자의 장점을 피력하는 마지막 자리였다. 브리핑은 뮌헨, 안시, 평창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4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45분 동안 IOC 위원의 질문에 답하며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테크니컬 브리핑
순조롭게 마쳐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평창 유치위가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복수의 IOC 위원들은 “평창이 앞선 두 번의 유치 신청 때보다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간의 숨은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2월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현지실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지실사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과 뮌헨, 안시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119쪽의 보고서는 각 도시별로 비전, 유산, 콘셉트, 경기장, 숙박, 재정 등 총 17개 분야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지적했다. 직접적인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창이 우위에 선 것만은 확실했다. 외신들이 쏟아낸 호평 때문이다.

우선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을 두고 후보 도시에 대해 시종일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AP통신은 평창이 약점 없이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째 도전하는 평창이 빛나는 평가를 받아 선두주자로 입지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AP통신은 평창 지역 주민 92%의 지지를 받고 있고, 전 국민으로부터 87% 높은 지지를 받아 다른 경쟁 도시인 뮌헨(지역 53%·전국 56%)과 안시(지역 63%·전국 62%)보다 월등히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 유치 위해 세계 누비는 등 적극적인 모습
현지실사 보고서 두고 외신들 일제히 호평 쏟아내

로이터통신은 “이번 보고서에서 세 후보도시가 모두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는 큰 문제점이 없다고 평가받았다”면서도 “평창이 앞선 2차례의 경험으로 유치 경쟁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스포츠행사 유치평가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게임비즈닷컴’은 세 후보도시의 평가 결과를 소개하면서 평창을 가장 먼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올림픽 유치를 위한 장기 레이스의 ‘숨은 공신(?)’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을 맡은 조 회장은 유치를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실사단이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탑승동이 본청사에서 멀리 떨어져 입국 수속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대한항공이 들어오는 본청사로 변경해 의전실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보유 항공기 및 비즈니스 제트기를 평창 유치활동에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대기업 오너가 아닌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올림픽 유치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OC위원 방한 당시 맥주를 서빙하며 대화를 이어가 주변을 놀라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그 동안 계속 경영일선에 있던 조 회장이 평창 유치를 위해 ‘영업마인드’로 바뀐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만큼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맥주 서빙 회의 진행
영업마인드로 전환

또 유치활동에 주력하기 위해 총괄사장 이하 각 부사장의 책임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부사장들이 경영공백을 메꾸는 동안 조 회장은 이번 올림픽 유치를 위해 투표권이 있는 IOC위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힘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같은 숨은 노력은 결국 좋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조 회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미간에 주름에 잔뜩 잡혀 있는 모습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이들이 있어서다.

가장 먼저 ‘회장님의 밥상’을 탐한 건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2월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뜻하지 않게 자리에서 물러난 이광재 지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뤄냈어야 하는데 하는 강한 아쉬움이 있다”며 “당 대표인 제가 직접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당이 총력을 기울여 유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 대표는 “이 지사가 야인의 몸으로 있지만 강원도민들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뜻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이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차질이 우려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손 대표가 ‘대타’로 나서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4?27재보걸 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강원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지만, 당 대표가 당내에서 구성된 특위 위원장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먼저 ‘회장님의 밥상’ 탐한 건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나라당 특위 조성…위원장에 김진선 전 강원지사

문제는 이때가 ‘결전의 날’로부터 불과 1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2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벌여온 조 회장으로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어 2월17일에는 한나라당이 단체로 숟가락을 올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당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를 설치한 것.

한나라당은 특위 위원장에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고문에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각각 선임했고, 특위 위원으로는 강원도 지역 국회의원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14명을 선임키로 했다.

특위 위원들 가운데 가장 눈에 거슬릴 법한 인사는 김 전 강원지사다. 그는 지난 2009년 6월말 조 회장과 함께 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도지사가 임기가 끝나면서 김 전 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조 회장의 사실상 단독위원장 체제로 전환됐다. 모든 공이 조 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달 후인 11월 김 전 지사는 대통령 특임대사에 임명됐다. 2차례 유치도전에 나섰던 김 전 지사의 경험을 살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이에 김 전 강원지사도 유치도시 결정까지 국제 유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그동안 2010년과 2014년 평창유치위 집행위원장과 2018 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두 차례의 유치 활동을 통해 IOC를 비롯한 국제체육계 인사들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국제스포츠계 흐름에도 밝아 이번 유치전에 필요한 적임자로 평가 받아왔다. 조 회장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건희 IOC 위원도
조양호 눈엣가시

설상가상으로 김 전 지사는 지난 3월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당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으로 끌어들였다. 박 전 대표가 당내 공식직함을 갖는 건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이었던 지난 2007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공주의 귀환’에 조 회장은 더더욱 찬밥 신세를 면키 어려워졌다.

IOC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눈엣가시다. 특유의 존재감 때문에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녀서다. 물밑에서 아무리 뛰어다녀도 시선은 항상 이 회장을 향한다.

현재로선 개최지 선정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고생의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 시 공로를 나누는 것과 반대로 실패 시 질책의 화살은 조 회장에 집중될 게 뻔하다. 조 회장으로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점에서 동계올림픽을 어디서 유치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조 회장의 고민은 깊어갈 것으로 보여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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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