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표적’ 중진공 공판기록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09:23:20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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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부총리 외압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친박’ 실세였던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그런데 최 의원이 수세에 몰렸다. 중진공 특혜 채용 관련 위증 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 비서관 재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일요시사>가 중진공 특혜 채용 재판서 오간 증언 전문을 공개한다.

중진공은 2013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인턴 직원 출신인 황모씨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1차 서류 심사의 합격선은 170등이었다. 황씨는 2299등으로 전체 응시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중진공은 자격이 안 되는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덮으려 해도
덮이지 않는다

그래도 170등 안에 들지 못하자 1차 합격 정원을 늘렸다. 황씨는 임원 면접서 불합격을 받았지만, 며칠 후 최종 합격했다. 최 의원과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독대한 직후 면접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점에서 채용 청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중진공 직원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과 권모 운영지원실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검찰은 최 의원을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채용 압력과 무관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최 의원 채용 외압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법정서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9월 중순 열린 공판서 “면접 결과를 확인하고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 최 의원은 ‘황씨가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의원 비서관 정모씨가 중진공 청탁 채용의 핵심 증인에게 최 의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위증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됐다. 현재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 재판서 중진공 핵심 관계자들의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서 지난달 12일 오전에 열린 정씨의 네 번째 재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전 중진공 상임이사는 ‘최 의원이 채용과 관련해 청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2013년 1월22일 김 전 이사와 전모 전 마케팅사업처장은 중진공의 핵심 현안인 수출 인큐베이터 운영 문제로 최 의원실을 찾아갔다. 

특채 관련 위증교사 혐의 구속
재판서 압력 취지 증언 쏟아져

김 전 이사는 재판정서 “(면담이 끝나고) 나가는데 최 의원이 ‘밖에 나가면 비서관이 할 얘기가 있으니 들어보고 가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함께 있던 전 전 처장은 ‘인사(인턴 황씨)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뗐으며, 김 전 이사는 ‘나는 먼저 갈 테니 얘기 듣고 오라’고 지시한 후 사무실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이사는 황씨 채용에 대해 최 의원과 면담을 주선한 전 전 처장에게 사전에 보고받은 바 있다 (전 전 처장이 만남을 주선한 경위에 대해서는 차후 설명하겠다).

검사와 판사 측 신문에서도 김 전 이사는 최 의원이 인사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이 “최 의원의 말(비서관 말 들어보고 가라)을 기억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전 이사는 “업무와 유일한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았다”고 답했다.
 

판사 측도 “중진공으로 돌아와서 전 전 처장에게 비서관이 무슨 얘기 했는지 물었나?”라고 질문하자 김 전 이사는 “당일 오후 전 전 처장에게 황씨 건이라고 보고받았다”고 증언했다.


검찰 부실 수사?
비서관만 구속

이날 재판에는 박 전 이사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최 의원이 황씨 채용에 개입했다는 정황과 증언을 진술했다. 다음은 박 전 이사장과 검사의 일문일답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검사(이하 검) - “2014년 11월21일 최 의원과 만나서 어떤 일이 있었나?”
▲박철규 전 이사(이하 박) - “감사원 감사에서 황씨 채용이 문제가 되고 있어 사실을 알렸다. 최 의원이 놀란 반응을 보였으며, 서서 5분 정도 얘기했다.”
(중략)
▲검 - “최 의원과 평소 연락하는 사이인가?”
▲박 - “그렇지 않다. 면담 후 며칠 뒤 최 의원에게 전화가 왔으며 ‘(황씨 감사)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다.”
▲검 - “11월21일 면담에서 최 의원이 놀랐다는 의미는?”
▲박 - “최 의원이 ‘아참 (황씨) 거기 근무하고 있지’하시며, 감사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자 ‘그래?’라며 놀라는 반응이었다.”

재판에선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박 전 이사장을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이사장은 “2015년 9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기재부 제2차관과 기조실장에게 ‘(최 의원 관련) 진술을 잘해줄 수 없겠느냐’는 말을 들었다. (최 의원 측에서 얘기했을 것으로) 당연히 짐작했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정씨의 다섯 번째 재판서도 증인으로 출석한 전 전 처장의 입에서 최 의원의 외압 증언이 나왔다. 그는 과거 국회 담당 팀장으로 근무하며 2007년부터 정씨와 친분이 있었다.

2013년 1월 초순 정씨에게 황씨 채용 청탁을 받았으며, 전 전 처장은 그해 중진공 현안 설명을 위해 최 의원과 면담을 하기 직전 정씨에게 “의원님께서 황씨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사전에 들었다고 증언했다.

위증한 관계자들
법정서 외압 실토

전 전 처장은 2015년 검찰 조사 당시에는 경산지역구 사무국장이 황씨의 채용을 부탁했다고 허위 진술했다. 이런 경위에 대해서는 “집 사람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에 (정씨가) 찾아와 부탁했으며, 수석보좌관도 전화로 부탁했기 때문이다”고 증언했다.

수석보좌관은 당시 ‘의원님 관련 부분 진술을 가급적 조심스럽게 얘기해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수석보좌관은 전 전 처장에게 ‘퇴직 후 일자리’를 언급하며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씨는 오는 5월10일 피고인 신문 및 구형이 내려질 전망이다.

최 의원은 중진공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3월20일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 1부는 최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3년도 하반기 신규 채용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 박 전 이사장은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기로 했다”고 최 의원 사무실에 귀띔해줬다. 같은 해 7월 실시한 2차 면접서 외부 면접위원이 황씨 채용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해서다. 이에 최 의원실 보좌관은 “이사장이 직접 와서 의원에게 보고하라”고 답변했다.

채용 청탁 덮일 뻔했는데…
이사장 진술 번복으로 뒤집혀


박 전 이사장은 2013년 8월1일 국회 본관에 있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해 “이번에 지원한 황씨에 대해 이리저리 많이 살펴보았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 면접을 봤는데 외부위원 반발이 심해 죄송하지만, 불합격 처리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대뜸 반말로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번 써봐”라고 대꾸했다.
 

박 전 이사장이 재차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해서 외부에 알려지면 오히려 의원님께 누가 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으로 1년 더 근무하다가 내년에 다시 응시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알았어, 괜찮아, 그냥 해”라고 또 반말로 답변했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서 최 의원의 발언 당시 태도를 ‘고압적인 자세와 말투’라고 표현했다.

정씨의 재판서 나왔던 증언들은 최 의원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진공 채용 청탁과 관련한 핵심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 관계자는 향후 최 의원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크다.

최에 불리한 진술
방어 못 하면 끝장


법조계에선 이 같은 증언들이 최 의원에게 상당히 불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중진공 관계자들은 아마 최 의원 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할 것”이라며 “정씨의 재판에서처럼 이 같은 증언이 한결같이 나온다면 최 의원이 유죄를 면치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 의원 재판은 오는 19일 첫 공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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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