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중국산 게임이 범람하고 있다. 공장서 찍어내는 듯한 물량공세에 국내 게임업계가 휘청거린다. ‘현질’ 유도와 사행성 논란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는 상태. 피해는 고스란히 청소년들과 젊은 층들이 떠안게 된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산 게임. 그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 게임들이 이제 한국에 역수입되는 실정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선 판세가 뒤집혔다. 국내 구글 최고 매출 순위 2위 모바일 게임은 중국 업체가 한국 웹젠에 라이선스를 받아 만든 ‘뮤오리진’.
사행성 논란
반면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엔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모바일 게임이 단 하나도 없다.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마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 등이 각각 30위, 40위권 안에 들면서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서 모바일로 게임 시장이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기간별 아이템 구매 패턴 등)을 개발할 정도로 우리를 앞서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은 23조8320억원 규모로 미국(약 24조490억원)과 더불어 가장 큰 게임시장으로 꼽힌다.
중국산 모바일 게임을 수입해 국내에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게임을 즐기다가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등장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게임을 이용하던 소비자가 게임 서비스가 종료돼 그동안 결제했던 아이템 모두를 날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 게임들의 문제점은 정식 서비스 이후 각종 버그를 빠르게 고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게임 업데이트가 진행되지 않고 서비스를 접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특히 게임을 믿고 결제했던 소비자들은 더 이상 즐길거리가 없어 게임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하고 그 이후 게임 서비스가 종료돼 그동안 결제했던 게임 아이템이 모두 없어지는 피해를 입게 됐다.
모든 중국산 게임들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대형 퍼블리셔가 아닌 영세한 업체들이 수입한 게임들은 업데이트가 느리거나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가 종종 나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영세한 업체가 수입한 게임의 경우 내부에 개발자가 없어 콘텐츠 업데이트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게임을 판매한 중국 개발사에 의존해야 하는데 중국 개발사가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게임을 종료할 수 밖에 없다. 최근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삼국용팝’ 역시 중국 개발사에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종료된 사례다.
더 큰 문제점은 종료된 게임을 새로운 게임처럼 캐릭터만을 바꿔 서비스해 피해를 키우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게임이 나온 것으로 착각해 게임 결제를 하는 경우가 있어 향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믿고 아이템 결제했지만…돈만 먹고 ‘먹튀’
“저작권 모른다” 대놓고 베끼는 막무가내식
업계 전문가는 영세한 업체가 내놓은 중국산 저급 게임 결제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기업 정보를 모르는 만큼 각종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와 카페, 블로그를 검색해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바일 게임 전문가는 “영세한 업체지만 운영을 잘하는 곳도 있는데 몇몇 업체들의 욕심 때문에 피해가 생기는 상황”이라며 “중국 게임 계약 시 업데이트를 빠르게 해줄 것으로 알고 계약했다가 피해를 보는 업주도 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게임처럼 출시해 피해를 키우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중국산 게임을 가져오는 업체도 업데이트 이행을 잘하는 곳인지 알고 계약해야 한다”며 “최근 몇몇 중국 개발사들이 자신의 회사 게임 서비스 계약을 하기 위해 업데이트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는 사례도 있어 업체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게임들의 심각한 ‘현질’ 유도도 문제다. ‘현질’은 현금을 주고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랜덤 박스’ 구매라는 게 있다. 현금을 내고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고가의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다. 상당수의 중국 게임서 이 같은 현질이 이뤄지면서 사행성 논란과 함께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공무원 준비생인 A씨는 한때 게임으로 수백만원을 썼다. A씨는 “액세서리가 무기인데 무조건 현금으로 사야 한다. 그거 없으면 게임을 못하게 하는 구조라서 모든 게임 하면 거의 한 400만원씩 쓴다”고 말했다.
과도한 지출은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말 30대 중국 동포 남성이 만취상태서 운전해 게임업체로 돌진하는 사건도 있었다. 온라인게임에 빠진 자신이 후회된다며 저지른 짓이다. 중국 게임의 검은 손은 청소년들까지 위협한다. 건전한 여가활동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만큼 게임에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청소년은 해마다 늘고 있다.
중국의 한국 게임 베끼기도 도를 넘어서고 있어 국내 게임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개발사의 인기가 높은 게임이 나오면 곧바로 베껴 출시하거나 게임 계약 이후 유사한 게임을 몰래 만드는 등 경쟁 회사의 ‘지식재산권(IP)’를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게임 디자인이나 방식을 일부 모방해 응용하는 수준을 넘어 원작을 그대로 베끼는 등 중국 게임업체들의 저작권 도용 문제는 거의 대놓고 베끼는 막무가내식이다.
더욱이 유명 IP를 일부분만 변경해 자사게임에 적용하거나 일러스트를 살짝 변형해 저작권 이슈를 피해가는 편법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게임들은 중국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아무런 제재없이 유통돼 큰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산 게임의 국산 게임 IP 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업계 안팎서 불거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 입장에선 외교적 마찰 등을 염두에 둔 나머지 소극적 대처로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범죄로 이어져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도 IP 침해 문제에 대해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업계 불만을 의식한 나머지 정부가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각 부처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수준에 그친다”며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나서 근본적인 콘텐츠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