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가 무서운 검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09:33:13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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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지 않겠다” 검 수뇌부 엮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검찰은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오히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 수뇌부의 부적절한 통화, 청와대 특별감찰반 독직폭행 등 굵직한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검찰서 아마 수사를 잘할 거다.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달 3일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기자단 오찬서 한 말이다. 특검은 수사 막바지인 2월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 직무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시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나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
부실한 혐의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이른바 ‘우병우 라인’과 관련 없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를 중심으로 ‘우병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우 전 수석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세월호 참사 때 검찰의 해경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광주지검장과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지낸 변찬우 변호사와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달 6일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한 검찰은 9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및 국회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12일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이날 오전 0시14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검이 다 지은 밥 ‘홀딱 태웠다’
‘놓쳤나 놔줬나’ 혹시 했는데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창이 결국 우 전 수석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검찰이 뚫지 못한 게 아니라 안 뚫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의 영장보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영장 내용은 오히려 줄여 ‘조직적인 봐주기’를 했다고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검의 영장이 40쪽에 달하는 것은 국정 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은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생략된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 사실도 특검 때보다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보강수사 했나
범죄 1/3로 줄여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공무원 인사 개입 의혹서 외교부 부분을 빼는 등 특검 영장의 범죄사실 가운데 3개 정도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의 분량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우 전 수석 처벌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특히 범죄사실 분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구체적인 이름 등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서 특검법상 제약으로 수사하지 못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도 넣지 않았다. 지난 2014년 6월 우 전 수석이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해경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결과적으로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안 된다고 판단해 영장에선 빼버렸다.
 

검찰은 특검서 기초수사를 마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특검서 특검법상 한계로 수사하지 못한 ▲가족회사 ‘정강’ 관련 탈세·횡령 ▲변호사시절 수임료 등 개인비리 부분도 검찰의 영장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가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충분히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칼날은 왜 매번 우 전 수석 앞에만 가면 휘어질까. 그 이유는 여전히 우 전 수석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다.

우 전 수석은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까지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난해 8월25∼28일께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을 포함,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여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안 국장은 많을 때는 하루 수십 차례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찍이 수사무마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선 김 총장과 안 국장 등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의 잦은 통화가 업무상 통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만약 우 전 수석이 “수사관련 논의를 했다”고 진술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끈 떨어졌는데
왜 쩔쩔매나


또 다른 이유는 우 전 수석이 검찰 수뇌부에 ‘혼자 죽지 않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이 현직 검찰 수뇌부랑 잘 아는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찾아가서 변론을 맡아달라며 ‘나는 그냥 안 간다’고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또 법조계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쪽에서 검찰 수뇌부에게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초기엔 수사를 제대로 하는 듯 하더니 그 소문이 나오고 난 뒤부터 검찰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이 살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이건 검찰총장이건 가차 없이 구속해온 게 검찰의 속성이지만 우 전 수석을 잡으려하다가는 지금의 검찰 수뇌부와 검찰조직이 같이 죽게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의 평가다.

‘우병우 사단’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검찰수뇌부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그대로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지만 검찰이나 법무부 조직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서 우병우 사단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말만 만날 혁신 타령
“스스로 기회 놓쳤다”


박 의원이 공개한 우병우 사단은 김주현 대검차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전현준 대구지검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동렬 서울중앙지검 3차장,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주요보직 부장들도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고 있어 이번 수사는 ‘우병우 사단에 의한 우병우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선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 게시판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영장 기각에 대해)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정치권서도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법원의 결정도 아쉽지만, 이번 일은 애초 우려한대로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서 초래됐다고 본다”며 “우리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이 부실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책임지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법원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고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이라며 “수사를 잘했으면 영장이 기각될 리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우병우 사단’
여전히 건재

반면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이 평가가 나오는데 검찰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장이 기각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건 법원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 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개혁 공수처 신설이 답?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개혁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기류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의 입김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제대로 초동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검찰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행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만 전담해 수사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함으로써 그동안 청와대 등 권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관련 법안을 보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수뢰, 직권남용, 직무 관련 횡령·배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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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