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가 무서운 검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09:33:13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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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지 않겠다” 검 수뇌부 엮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검찰은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오히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 수뇌부의 부적절한 통화, 청와대 특별감찰반 독직폭행 등 굵직한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우 전 수석에게 면죄부를 줬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다. 검찰서 아마 수사를 잘할 거다.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달 3일 특검 수사가 끝난 뒤 기자단 오찬서 한 말이다. 특검은 수사 막바지인 2월19일,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 직무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당시 “범죄 사실의 소명 정도나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기각
부실한 혐의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이른바 ‘우병우 라인’과 관련 없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를 중심으로 ‘우병우 전담 수사팀’을 꾸려 우 전 수석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 세월호 참사 때 검찰의 해경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 당시 광주지검장과 광주지검 형사2부장을 지낸 변찬우 변호사와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달 6일 우 전 수석을 불러 조사한 검찰은 9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및 국회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12일 법원은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이날 오전 0시14분쯤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혐의내용에 관해 범죄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특검이 다 지은 밥 ‘홀딱 태웠다’
‘놓쳤나 놔줬나’ 혹시 했는데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창이 결국 우 전 수석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영장이 또 기각되자 검찰의 부실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검찰이 뚫지 못한 게 아니라 안 뚫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검찰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검의 영장보다 범죄사실을 3분의 1로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보강수사를 해놓고 영장 내용은 오히려 줄여 ‘조직적인 봐주기’를 했다고 의심해볼 만한 대목이다. 검찰이 청구한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의 분량은 20쪽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앞서 특검이 청구했다가 법원이 기각한 영장의 절반 수준이다.

특검의 영장이 40쪽에 달하는 것은 국정 농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의 영장은 이런 부분이 상당부분 생략된 것으로 전해진다. 범죄 사실도 특검 때보다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보강수사 했나
범죄 1/3로 줄여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공무원 인사 개입 의혹서 외교부 부분을 빼는 등 특검 영장의 범죄사실 가운데 3개 정도를 뺀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의 분량이 구속 여부를 가르는 데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지만, 그만큼 우 전 수석 처벌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특히 범죄사실 분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구체적인 이름 등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서 특검법상 제약으로 수사하지 못한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도 넣지 않았다. 지난 2014년 6월 우 전 수석이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해경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 압수수색을 방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결과적으로 해경 상황실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안 된다고 판단해 영장에선 빼버렸다.
 

검찰은 특검서 기초수사를 마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특검서 특검법상 한계로 수사하지 못한 ▲가족회사 ‘정강’ 관련 탈세·횡령 ▲변호사시절 수임료 등 개인비리 부분도 검찰의 영장서 빠졌다.

이 때문에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가 요식행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충분히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칼날은 왜 매번 우 전 수석 앞에만 가면 휘어질까. 그 이유는 여전히 우 전 수석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서다.

우 전 수석은 수사선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까지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결과 드러났다.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난해 8월25∼28일께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을 포함,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여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안 국장은 많을 때는 하루 수십 차례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일찍이 수사무마 의혹을 받았다. 검찰에선 김 총장과 안 국장 등 검찰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의 잦은 통화가 업무상 통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만약 우 전 수석이 “수사관련 논의를 했다”고 진술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검찰 수뇌부가 줄줄이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끈 떨어졌는데
왜 쩔쩔매나


또 다른 이유는 우 전 수석이 검찰 수뇌부에 ‘혼자 죽지 않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선 “우 전 수석이 현직 검찰 수뇌부랑 잘 아는 고검장 출신 변호사를 찾아가서 변론을 맡아달라며 ‘나는 그냥 안 간다’고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또 법조계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쪽에서 검찰 수뇌부에게 ‘혼자서는 죽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초기엔 수사를 제대로 하는 듯 하더니 그 소문이 나오고 난 뒤부터 검찰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직이 살기 위해서는 법무부장관이건 검찰총장이건 가차 없이 구속해온 게 검찰의 속성이지만 우 전 수석을 잡으려하다가는 지금의 검찰 수뇌부와 검찰조직이 같이 죽게 생겼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 내부사정을 잘 아는 법조인들의 평가다.

‘우병우 사단’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검찰수뇌부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그대로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됐지만 검찰이나 법무부 조직은 변하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서 우병우 사단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말만 만날 혁신 타령
“스스로 기회 놓쳤다”


박 의원이 공개한 우병우 사단은 김주현 대검차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전현준 대구지검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동렬 서울중앙지검 3차장,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주요보직 부장들도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고 있어 이번 수사는 ‘우병우 사단에 의한 우병우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 내부와 정치권에선 부실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의정부지검 임은정 검사는 검찰 게시판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에 원죄가 있기 때문에 (영장 기각에 대해) 수뇌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검찰 수뇌부를 겨냥했다.

정치권서도 검찰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법원의 결정도 아쉽지만, 이번 일은 애초 우려한대로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서 초래됐다고 본다”며 “우리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검찰이 부실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책임지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법원서 영장을 기각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고 검찰이 수사를 잘못한 것”이라며 “수사를 잘했으면 영장이 기각될 리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우병우 사단’
여전히 건재

반면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이 평가가 나오는데 검찰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사가 부실했다고 생각 안 한다”고 답했다. 이어 “영장이 기각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건 법원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 그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 개혁 공수처 신설이 답?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검찰개혁 여론이 더욱 탄력을 받는 기류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그의 입김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 제대로 초동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검찰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행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 비리만 전담해 수사하는 별도의 수사기관을 창설함으로써 그동안 청와대 등 권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준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관련 법안을 보면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수뢰, 직권남용, 직무 관련 횡령·배임 등이 수사 대상이다.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유한다. 우리 형사소송법 체계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리겠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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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