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 건물주 황당 갑질 경험담

꼽냐? 꼬우면 나가던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건물주들의 갑질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마음대로 내쫓는가 하면 권리금도 받지 못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존재하지만 이 같은 갑질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기에는 미약한 법에 불과하다.

A씨는 지난달을 끝으로 운영하던 커피전문점을 접었다. 개점 8주년 되는 날을 불과 며칠 앞두고서였다. 오픈 때만 해도 가게가 들어선 경기도 의정부는 카페 불모지였다. 덕분에 손님이 몰렸고 매출은 뛰었다. 단골들의 포인트 카드가 수백장씩 쌓였다. 600만원이던 월세는 지난해 봄 재계약서 1300만원까지 뛰었다.

무조건 나가라

5번의 재계약마다 임대료는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권리금은 인정 불가”라고 말했다. 주변 점포들의 권리금은 2억∼3억원에 수준이었다. A씨에겐 지난해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희망이었다.

가게를 접더라도 권리금을 건질 수 있길 기대하며 새 임차인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하지만 고가의 임대료 탓에 섣불리 관심을 보이는 곳도 없었다. 대형 프랜차이즈마저 고개를 저었다. 결국 8년간의 영업가치는 인정받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야 했다.

가게를 비우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며 세입자를 폭행한 건물주도 있었다. 건물주 B씨는 본인 소유 상가건물 식당서 “가게서 나가라고 했는데 왜 나가지 않느냐”며 식당주인 C씨에게 욕설을 하고 머리로 얼굴을 들이받았다.


B씨는 이날 전·후로도 식당 상호와 메뉴판이 새겨진 식당 창문의 선팅 필름을 떼는 등 6차례에 걸쳐 식당에 찾아와 재물을 손괴하거나 폭력을 행사했다. 또한 B씨는 부인 통장으로 입금받은 C씨 가게의 45일 치 영업매상 대금 450만원도 돌려주지 않았다.
 

B씨는 애초 수익을 50대 50으로 나누기로 구두계약을 맺고 C씨에게 비어 있던 66㎡의 상가부지를 임대했다. 그러나 역세권 발전으로 하루 매출이 크게 늘자 다른 세입자를 들여 바닥권리금을 받을 목적으로 임대한 지 한 달도 안 돼서부터 C씨에게 가게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B씨는 시설비 등 1500만원을 투자해 당장 나갈 수는 없다고 버텼고 B씨는 수차례 찾아와 C씨를 괴롭혔다.

근래에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으로 5년간 계약 경신을 할 수 있고 세입자간 권리금 수수에 방해하면 건물주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다소 위안이 되나 그것 또한 유명무실한 땜방 처분에 불과하다.

상인들의 영업가치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고 왔다는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으나 법안의 틈을 활용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한 변호사는 “권리금 한 푼 인정받지 못해 울고 나가는 임차인들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영업가치가 법적으로 인정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교섭, 대화의 여지가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이전보단 다소 줄었으나 소위 ‘갑’으로 통하는 임대인과 ‘을’인 임차인 구도는 여전히 거리에 남아 있다.


지난 1994년 인천 남구에 바베큐 가게를 연 D씨는 계약기간 중 아들이 큰 병에 걸렸다. 간호에 몰두하고자 장사를 접으려 했으나 건물주는 “권리금을 인정 못한다”며 새 임차인을 찾아 권리금을 받는 과정을 방해했다.

주인과 세입자 출구없는 전쟁
갈수록 심해지는 꼴불견 행태

권리금 양도·양수를 방해 금지 의무기간(임대계약 종료 3개월 전~종료 시)이 아니었기에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D씨는 20년 넘게 장사하며 쌓은 영업가치를 포기하지 못했다.

임차인들이 완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는 까닭은 B씨의 사례처럼 법 곳곳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이유로 임차인에게 나갈 것을 요구할 때 권리금 회수가 어려운 점 ▲재래시장, 전대차 상가는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빠진 것 등이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를 각 시도에 설치하는 것도 다시 논의될 문제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관계자는 “나쁜 임대인들의 횡포와 이를 부추기는 일부 중개업자들도 여전하다”며 “이들이 악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세입자 이모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상가를 빼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난 2011년 이후 2년 주기로 임차 계약을 해 온 E씨는 올해에도 당연히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건물 재건축을 이유로 상가를 빼달라는 건물주의 이 같은 통보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후 E씨는 단 하루도 편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상가에 투입된 인테리어 비용과 앞으로 상환해 나가야 할 대출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E씨는 또 “당초 건물주와 한 약속이 있어 올해 또한 계약이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건물 재건축을 이유로 나가라고 하니 참으로 난감하다”며 “제 아무리 양해를 구해도 건물주는 요지부동”이라고 하소연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1항에서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등은 예외다.

법 유명무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가운데 재건축 등에 대한 규정은 건물주가 임차인을 합법적으로 내쫓는 방법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재건축 심사시 임차상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18개월 이상 영리 목적으로 임대를 하지 않으면 건물주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보장해주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서 거액의 권리금을 받아 챙기는 것 또한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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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