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골육상쟁> 담철곤 고소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16 08:45:09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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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남편 때문에 틀어진 공주 자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 피소됐다. 이번에는 처형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으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사면초가에 놓인 담 회장의 고소장 전문을 입수했다. 담 회장이 고소된 내막은 무엇일까.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특가법상 횡령혐의 등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당한 것으로 지난달 24일 확인됐다.

딸이냐 사위냐
선대 주식 공방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조사1부(부장검사 이진동)에 배당해 관련 사항을 살피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과거 자신의 상속재산 아이팩 주식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회장은 측은 “포장지 전문업체 아이팩의 주식을 담 회장이 2006∼2015년 사이 본인명의로 전환해 오리온에 팔아 상속재산을 횡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담 회장이 횡령한 돈이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 채권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난해 11월, 경찰 고발 및 지난달 검찰 고발을 당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의 처형으로부터 또 고소를 당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 전 부회장 고소장 전문에 따르면 아이팩은 동양그룹 창업자인 고 이양구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장 사후 그의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담 회장의 처인 이화경씨 등에게 주식 47%가 상속됐다.

동양가 장녀 이혜경 횡령 혐의 고소
부친 물려준 아이팩 차명 주식 공방

이 회장은 1988년 4월경 이관희씨와 두 딸(이 전 부회장, 화경씨)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동양제과의 일감을 받는 포장지 납품 업체인 신영화성공업을 5억원에 인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후 친척인 박모씨에게 회사 대표이사를 맡겼으며 이 회장은 회사 주식을 박씨와 임직원 명의로 신탁해 신영화성공업을 운영·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1989년 10월 사망한 후 신영화성공업을 아내 관희씨와 이 전 부회장, 화경씨에게 공동 상속한 것으로 고소장에 쓰여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주식 명의는 박씨를 비롯한 임직원 앞으로 돼 있는 상태였다. 그 증거 또한 고소장에 첨부돼 있다. 다음은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발췌한 것이다.

▲검찰 : 피의자는 언제부터 아이팩 임직원의 명의로 차명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인가요?


▲담 회장 : 1988년 4월 경 동양그룹 창업주이신 고 이양구 회장님께서 아이팩의 전신인 신영화성공업을 인수하신 후 (중략) 이양구 회장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자연스럽게 자녀들인 이혜경·이화경에게 상속이 이루어졌고…

이 회장의 사망 이후 신영화성공업은 1991년 2월경 신농으로 상호가 변경됐으며, 1997년 7월경 아이팩으로 상호를 재변경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그 과정서 “아이팩 주식 85%가 여전히 위 상속인 이관희, 이혜경, 이화경의 공동소유인 박씨를 비롯한 6인 명의의 차명주식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고소장 보니…
구체적인 정황

담 회장은 아이팩의 배당금을 장모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부터 2005년 사이 차명주식 통장으로 입금되는 아이팩 이익 배당금을 임직원을 통해 수령해 이를 담 회장이 장모인 관희씨에게 전달했다고 고소장에 나왔다.
 

실질적으로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관리했다는 것. 이 전 부회장은 그 증거로 담 회장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발췌했다.

이후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아이팩 차명 주식을 자기 명의로 전환했다고 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담 회장이) 위 이관희와 고소인(이 전 부회장) 소유 주식을 횡령할 것을 마음먹고 부하 임직원들로 하여금 그 방안을 검토했다”고 적었다.

2005년 담 회장은 당시 아이팩 대표이사였던 김모씨에게 차명주식에 대한 실명 전환 및 지분 이전 방안에 대해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 전 부회장이 주장한 고소장의 일부다.

▲가. 2006년 3월31일경 아이팩의 자금을 이용해 김씨가 박씨 명의 아이팩 차명주식 22만3000주 중 1만300주를 4억7380만원에 인수한 것처럼 가장했다. 김씨의 명의 차명주식 지분을 20.96%로 확대했다.

▲나. 2006년 12월경 피고소인(담 회장)은 김씨에게 자시해 홍콩에 실제 영업 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 ‘Prime Linked Investment’(이하 PLI)를 설립했다. 2008년경부터 2009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박씨 명의 차명주식 16만1000주를 약 53억원에 PLI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2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1회) 발췌, 증 제3호증 서울지방검찰청 담철곤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3회) 발췌]

▲다. 2011년 3월 경 피고소인은 박씨 명의 나머지 차명주식 5만1700주와 김씨 명의 차명주식 9만4300주, 이모씨 명의 차명주식 3만7750주, 이모씨의 차명주식 250주를 피고소인 명의로 전환했다. [증 제4호증 아이팩 주주명부 현황 (1997∼2014.)]

실제로 담 회장은 2006년 홍콩에 자본금 119만원의 ‘뉴 스텝 아시아’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년 뒤 PLI로 사명을 바꿨다. PLI는 2011년까지 아이팩 지분 46.67%를 사들였다. 담 회장은 아이팩 지분 23.33%를 자사주로 매입하고 차명 지분 30%를 인수했다. 아이팩 53.3%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담 회장은 아이팩으로부터 2011년 201억원, 2013년 151억원 등 총 352억원의 현금 배당을 받았다. 2013년 아이팩이 거둔 순이익의 6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겨 ‘황제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오리온은 2015년 3월 아이팩을 흡수 합병했다.


이 전 부회장은 차명주식을 담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전환하는 과정에 그 어떤 동의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 차명주식이 상속재산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이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전 부회장은 왜 이제야 아이팩 소유권을 주장할까. 먼저 아이팩 소유권 논란은 지난해 11월 동양사태 피해자 모임과 약탈경제반대행동이 담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고발장에는 이 전 부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매각해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구제를 돕겠다”는 증언이 활용됐다.

담철곤 회장 과거
검서 상속 인정

이 전 부회장은 동양사태 때 고가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강제집행면탈)로 2015년 12월, 1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으로서는 동양사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전 부회장은 직접 고발에 나서지 않았다. 동양 사태 피해자들은 이 전 부회장의 소극적인 대처에 분노했다. 이에 지난달 이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제집행 면탈 혐의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손괴·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죄다.


김대성 동양 사태 피해자 대표는 “이혜경 전 부회장은 지난해 은닉재산을 고백하는 자필 자백서를 동양그룹 사기피해자에게 제공했다”며 “자신의 은닉재산이 환수돼 피해배상으로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으면서도 지금까지 그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이 전 부회장의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제부 vs 처형 “제대로 붙었다”
중간 낀 이화경 중재 노력 불발

이 전 부회장 입장에선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추가 고발이 부담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동양 사태 피해자들의 거센 압박이 친동생과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전 부회장은 진퇴양난에서 담 회장 고소를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가 오리온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과 친동생 남편을 고소해야 하는 점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회장의 변호인은 한 언론과 인터뷰서 “이 전 부회장이 변호사 수임료가 없어 담 회장 고소가 지연됐다”며 “동양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돕기 위해 강경하게 나가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리온은 담 회장의 아이팩 주식 횡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오리온 측은 “아이팩은 담 회장이 과거 직접 인수한 회사다. 2000년도 초반에 동양그룹에 분리가 되면서 정리가 다 됐다. 그것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1년 이미 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아이팩 차명 주식을 인정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검찰조사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막아보려 했지만
언니 고소 검토

담 회장의 아내 화경씨는 언니 이 전 부회장의 고소를 막아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태는 악화됐고, 화경씨는 언니를 무고죄로 고소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두 친자매는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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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송사 끊이지 않는 담철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송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담 회장은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비자금 사건에 가담할 정도로 최측근이었던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에게 고소를 당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7월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 규모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했다.

담 회장 부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2년 담 회장과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조 전 사장은 수개월 뒤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2013년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는 비자금 중 일부가 담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 갔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재판은 마무리됐다.

그 과정서 조 전 사장은 2012년 해임처분을 받고 스톡옵션부여도 취소당했다. 조 전 사장은 수십 년간 오리온서 근무하면서 담 회장을 도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충성을 다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양사태 피해자들도 지난달 15일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들은 담 회장이 동양그룹의 은닉재산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와중에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횡령으로 또 고소당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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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