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좌진 33명 차출’ 안철수 사전 선거운동 논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14 11:03:53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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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38명 중 15명 의원실 보좌진들 캠프로 대거 파견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국민의당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당내 보좌진들을 동원해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안철수 캠프에는 국민의당 소속 보좌진 30여명이 파견돼 캠프 운영, 후보자 일정 기획 등 대선 관련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당내 경선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패권을 활용해 각 보좌진을 편법 차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철수 의원(전 국민의당 대표)은 중도 세력을 아우르는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다. 지난 13일 안 의원은 국민의당 대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아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안 의원은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 준비행위’만 할 수 있다.

법조계 “문제 있다”

선거법 제59조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선거운동 준비행위라 함은 ‘비록 선거를 위한 행위이기는 하나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투표를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닌 단순히 장래의 선거운동을 위한 내부적·절차적 준비행위’를 뜻한다.

선관위는 그 예로 ▲공천을 신청하는 행위 ▲정당이 후보자 선출대회를 개최하는 행위 ▲입후보의사를 결정하거나 선거운동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여론조사를 하는 행위 ▲선거운동기구를 설치하기 위하여 장소를 물색하는 행위 ▲선거운동 용품을 임차하는 행위 등을 들고 있다. 선관위가 허용하지 않은 기타 행위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안 의원은 대선 예비 후보자로 등록하기 전부터 자신의 선거 캠프에 국민의당 의원실 보좌진들을 대거 파견 받아 대선 일정 조율, 당내 인사들 성향 분석 등 사실상 캠프 운영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지난달 3일부터 국민의당 전체 의원 38명 중 15명의 의원실서 안 의원 대선 캠프로 보좌진을 대거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례대표 의원실 8곳에서 19명의 보좌진을, 지역구 의원실 7곳에서 14명 등 총 33명을 파견했다. 이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당 의원들이 안 의원 캠프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수준이다.

A의원실의 경우는 등록된 보좌진 7명을 모두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B의원실의 C보좌관은 안 의원의 대선 행보 일정을 조율하는 업무를 맡았다. 해당 보좌관은 기관 방문 등의 일정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D의원실의 E보좌관은 경선을 대비해 안 의원의 상대 후보자들의 지지 성향을 당내 고위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F의원실 G보좌관은 안 의원의 의전 등 현장 수행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의원실 J보좌관은 안 의원 캠프 기획조정실에 있으며 내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당 의원실 소속 보좌진들이 안 의원 대선 캠프로 출퇴근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는 안 의원이 당내 조직을 자신의 대선 선거운동에 동원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하는 ‘선거운동 준비행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선거법 제87조 제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선거운동을 위해 연구소·동우회·향우회·산악회·조기축구회, 정당의 외곽단체 등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선거법 제58조 3항 선거운동 정의에 따르면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법조계에선 현재 안 의원 캠프에 보좌진들 보낸 의원들이 지지를 넘어서 선거운동을 지원했다고 보는 시각도 다분하다.

선거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국회 회기 중 경선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대선 후보에게 국회 보좌진을 파견해서 단순 선거 준비를 넘어선 업무를 수행한 것은 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의 행태는 단순 지지나 선거 준비를 넘어선 사전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적으로 원론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직접 조사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관련해서 위법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대선 예비후보(출마를 선언한)들의 캠프 경우 단순히 사무실 임차와 유지 정도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캠프에선 국회 보좌진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초선 위주로 33명 대선 캠프로 파견
중앙선관위 “구체적 위법 판단 곤란”
 

하지만 안 의원 캠프처럼 국회 보좌진들이 많은 대선 캠프는 찾기 어려웠다. 안 의원 캠프에 보좌진을 파견하지 않은 국민의당 한 의원실은 “아직 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실 보좌진들이 안 의원 캠프에 파견가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상 보좌진들이 대선 캠프를 가는 경우는 두 가지다. 첫째는 당내 경선 일정이 확정되거나 공식 대선 후보가 선정된 이후 선거 승리를 위해 당 차원서 의원실 보좌진을 파견한다. 두 번째는 보좌진이 대선 캠프서 일하고 싶을 경우 사표를 제출하고 캠프 자원봉사자로 간다. 이는 의원실의 국회 의정 활동과 무관한 대선 선거 일에 선을 긋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당내 경선도 시작하기 전 특정 후보 캠프에 의원실 보좌진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재 국회 회기 중이며, 의정활동을 보좌해야 하는 국가 공무원으로서 보좌진 본연의 임무를 방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안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안 의원의 당내 지분은 상당하다. 안 의원이 자신의 당내 지분을 이용해 국민의당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달 의원들이 갑자기 보좌진들에게 안 의원 캠프에 가라고 했다”며 “안 의원이 지시하지 않고서야 의원들이 직접 보좌진들에게 ‘캠프에 가라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캠프에 차출돼 있는 보좌진들 중에서는 안 의원의 선거 캠프 일을 탐탁치않게 여기는 이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의원은 지난해 친문(친 문재인) 패권주의를 신랄하게 지적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새정치를 하겠다”며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그런데 현재 안 의원은 당내 지위를 이용해 대선 선거운동에 국민의당 의원실 보좌진을 대거 동원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런 게 바로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한 안 의원의 민낯”이라며 “자신의 당내 기득권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취재결과 국민의당서 공천을 받아 초선으로 들어온 의원들이 대부분 보좌진들을 파견했다. 2명의 재선 의원을 재외하고 13명 의원이 비례 또는 초선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의원들이 안 의원에 보은 차원서 보좌진을 파견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안 의원 캠프를 지휘했던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자체적으로 정당법 등 법적 검토 결과 문제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친안 패권주의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 경선 룰 협상 진행 과정 및 결과를 보면 패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안 의원 측에도 이와 관련해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선관위 “문제없다”

이런 안 의원의 캠프 운용에 대해 당내 상대 후보자들은 하나 같이 ‘몰랐다’는 반응이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 답변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당 의원들이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국민의당 역량이 지나치게 전 당 대표 출신 대선 후보자에게 쏠리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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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