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람들 대기업에 둥지 튼 까닭

국가에 충성하던 비밀요원들 회장님께 충성

국가정보원 출신들이 대기업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들이 재계에 잇달아 영입되고 있는 것. 기업의 러브콜에 배를 갈아탄 이들의 임무는 대관업무부터 정보전, 루머통제 등 다양하다. 궂은일도 마다 않는다. 각 회사 요직에 배치된 이들의 영입이나 이동은 극비리에 진행된다. 몇몇 핵심 인사만 알고 있을 정도다. 과연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기업의 속내가 뭘까.


퇴직한 국정원 직원 4명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
사정기관 ‘살생부’에 오르내리는 기업정보망 확대

최근 국가정보원에서 물의를 일으켜 퇴직한 직원 4명이 대기업 임원급으로 취업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다 물의를 일으킨 직원은 A중공업에, 부당한 골프를 치거나 국정원 자체 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지부장 출신 직원 3명은 B양회, C전자, D조선 등에 상임고문으로 각각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지역 지부장(1∼2급)은 간부급으로 상당한 위치다.

국정원 퇴직 직원이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7월 E그룹은 국정원 경제국장을 지낸 박모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같은 달 F그룹도 국정원 경기지부장을 지낸 김모씨를 역시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3월 G그룹도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정원 대전지부장을 역임한 차모씨를 감사로 선임했다.

이런 움직임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05년, H그룹의 경우 국정원 국내정보 총괄책임자를 역임한 실장급 인사를 회장의 비서실격인 투자관리실 소속 부사장급 고문으로 임명했다. H그룹은 이 인사를 책임자로 하는 ‘대외협력단’을 신설하기도 했다.

앞서 국정원 내부감사를 맡던 과장급 인사는 I그룹에 영입돼 임원으로 대외업무를 맡았다. 같은 해 J그룹도 국정원의 박사출신 기획인력을 스카우트해 임원으로 재직시켰다.

골프, 물의 일으켜 직원 4명 퇴직

이밖에 다른 주요 대기업중 상당수도 국정원 출신 인사들을 이미 채용했거나 현재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경찰·국세청 등의 국가 수사·정보 전문가도 대기업 사이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지만, 그중 국정원 출신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덩달아 국정원 ‘정보통’들의 주가도 많이 오른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재계가 국정원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속내가 뭘까.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이 보유한 ‘정보력’을 활용할 심산이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정보가 모이는 곳에 국정원이 있다’는 말처럼 국정원은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분야, 나아가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쥐고 있다”며 “새 정권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보 안테나’를 풀가동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국정원 정보부서를 두루 거친 정보통만한 스카우트 타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급으로 영입한 국정원 출신 인사의 주요임무는 대관업무다. 특히 재계는 지금 검찰과 국세청의 사정으로 뒤숭숭하다. 언제 어디로 ‘칼바람’이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살생부’에 사명이 오르내리는 기업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느라 분주한 형국이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선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극비리로 국정원 출신을 껴안은 눈치도 엿보인다.
 
한 업계관계자는 “기업에 영입된 국정원 출신 인사들은 주로 정보수집을 통한 대외업무를 한다”며 “특히 사정설에 휩싸이거나 중요한 사안을 앞두고 정보동향에 더욱 신경을 쓰기 위해 국정원 출신을 영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대형 인수전(M&A)에 뛰어든 그룹이 국정원 출신 인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열띤 입찰 경쟁이 벌어지는 M&A는 더욱 그렇다. 실제, 그간 벌어진 인수·합병(M&A) 전쟁에서 국정원 출신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각 그룹은 정부와 라이벌 동향 파악에 촉각을 세우는 등 정보전에서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자금조달 능력과 컨소시엄 구성원 등 비슷한 조건에서 승부가 정보전에서 갈리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쟁사의 회장 일가 사생활 등 약점만 캐러 다니는 전직 국정원 직원들도 있었다. 반대로 총수 일가의 사고 전담처리반 노릇을 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진의 사생활 관련 뒷말이 나오면 다른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뿌려 무마하는 식이다.

국정원 출신 인사는 회사를 둘러싼 각종 악성루머를 통제하는 일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악성루머는 기업의 실적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한번 퍼진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다. 적극적인 해명과 사정당국의 수사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오히려 기업의 강력 대응이 소문의 확대 및 재생산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것이다.

M&A 정보전 악성루머 진압반

한 재계관계자는 “기가 막힐 정도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짜임새를 가진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찌라시’ 정보들은 금세 입소문을 타게 된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럴듯한 출처와 여러 정황까지 연계되는 등 더욱 부풀어지면서 루머가 아닌 사실로 대중들에 인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중에 루머가 떠돌기 전 차단하거나 이미 나돌았다면 꼬리를 자르는 것이 급선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전 위기관리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사내 부서에 별도로 정보팀을 두고 있다. 이 정보팀에서 맹활약을 하는 게 바로 국정원 출신들이다.

이들은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5∼6명으로 이뤄져 있다. 단 1명이 움직이는 기업도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는 정해진 방법이나 특별한 영역은 없다. 동종업계는 물론 각계각층의 동향, 나아가 특정인의 개인정보와 해외 정보까지 수집해 상부에 수시로 일일보고 하는 게 임무다.

총수일가 사고처리 전담반 노릇 하는 이들도 있어
대기업 러브콜 받으면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


이들은 정·관계, 사정기관 등의 동태를 살피며 이들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보모임’을 갖고 ‘소스’를 주고받는다. 또 증권가발 정보들을 취합·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문서형식의 찌라시가 생산되기도 한다. 총수가 직접 정보맨들의 보고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각종 설이 난무하는 요즘엔 믿을 만한 건 자체 정보밖에 없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작은 루머와 정보에 큰 기업이 쓰러질 수도 일어설 수도 있는 만큼 국정원 출신 정보맨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정원 출신들은 언론사를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을 통해 다양한 출입처에서 나오는 정보들을 비교적 쉽게 캐치하려는 의도다. 무엇보다 기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로 호의적인 기사를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네거티브성 기사를 솎아 내거나 걸러내는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정보맨도 부쩍 늘어났다. 일단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면 반기업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가의 녹을 먹던 국정원 인사들이 기업의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힘 있는’ 국정원 인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 효과를 볼 요량이라고 지적한다.

파격적 연봉·대우 음지에서 양지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직 고위급 관료들이 대기업 고문, 이사 등 간부직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들은 사실상 대정부 창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기업들은 이런 의혹의 눈초리를 부인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특별한 사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대외적인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한 것”이라며 “기존에도 그룹 내 정보업무팀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에 특정 사안과 인사를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국정원 출신들이 이 같은 시선을 뒤로 하고 대기업을 고집하는 까닭은 뭘까. 우선은 돈이다. 국정원 직원의 연봉은 국가기밀로 취급돼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기본봉급에 각종 수당이 붙는데다 일반 공무원에 비해 활동비 등 혜택을 많아 대기업 연봉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경우 그 조건은 파격적이다. 국정원 연봉의 2배는 기본이라는 게 재계관계자의 전언이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다. 국정원 직원은 보안과 기밀을 위해 정체를 숨기고 살아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한다.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퇴직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의 관리를 받는다고는 해도 대기업 임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양지를 당당히 활보할 수 있다는 건 국정원 직원들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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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안티팬’ 이재명 악마화 막전막후

‘막가는 안티팬’ 이재명 악마화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을 돌며 순회 경선 당원 투표서 표를 싹쓸이하니, 막아낼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과 보수 지지층, 반 이재명 세력이 한데 모여 오직 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집회 현장은 ‘윤석열’ ‘이재명’ 두 사람의 이름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탄핵 찬성파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피켓을, 탄핵 반대파는 “이재명을 감옥으로” 피켓을 흔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지만, 어째서인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이자 대선 예비후보를 향한 비난의 수위도 덩달아 높아졌다. ‘170석’ 자리의 무게 유력 대선후보의 비호감도가 높게 측정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 2017년 치러진 제19대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당시 후보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대세론에 오른 후보에게 견제 심리가 발생해 그만큼 부정적 여론이 따르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부정적 여론을 극복하고 1위로 우뚝 서면 나름의 서사지만, 이 전 대표 같은 경우에는 팬 만큼이나 안티팬도 많다”며 “(이 전 대표는)이상하리만치 유명세를 혹독하게 치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에게 안티팬이 생긴 건 이재명이라는 인간의 삶 그 자체서 시작됐다. 그가 정치권에 들어서자 그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악마화 작업은 더욱 촘촘히 이루어졌다.” 정치권 잔뼈가 굵은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변호사로 시작해 민주당과 연이 없는 성남시장을 거쳐 제1야당의 수장으로 우뚝 서는 과정마다 어깃장을 놓는 세력이 빠짐없이 존재했다.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진영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라며 “이것이 여당 의원들에게 먹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악마화에 따른 증오와 혐오가 불러 일으킨 ‘정치인 테러’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국민의힘 인사의 ‘이재명 때리기’를 언급하며 “여기서 나오는 정서는 증오에 가깝다. ‘이재명을 때려야 우리에게 도움된다’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아닌 심경은 어떻느냐”고 묻자 정 의원은 “참 안타깝다”며 “윤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유일한 성과는 이 전 대표를 수사해서 기소하고 그 과정서 이 대표를 악마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재명이 나쁜 사람’이라는 게 국민의힘 의원에게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며 “(이 전 대표가)전과 4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확정된 판결은 하나도 없고, 그중에 하나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은 기소된 사실을 확정된 사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 보여줬던 추진력과 당 대표로서 신속히 당을 정비해 지난 총선서 승리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정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손바닥 뒤집듯” 번복에 번복 먹잇감에 달려드는 반이 세력 민주당이 방어에 나서면 곧바로 반대편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이 전 대표의 과거 발언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당시 집권 중이던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취임 1년이 넘도록 검·경을 총동원해서 없는 죄를 만드느라 관련자들 회유 협박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국민께서 이미 간파하고 계신다.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 휘드르면서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바로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다시 포토 라인에 세우고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 저를 향한 저들의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어떤 행동을 하든 범죄자 프레임, 방탄 논리에 갇혔고, 이를 흔들려는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의 압박 수위도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20대 대선 때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못 박으면서 사법 리스크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러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한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표결되기 하루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부결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친명계에서는 “가결파를 색출해야 한다”며 분노했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고 쏘아붙였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는 당시 공약으로 걸었던 ‘위성정당 금지’를 번복하며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총선의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으로 현행 준연동형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반칙이 가능하도록 불완전한 입법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약속드린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결국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사과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반이재명 세력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을 통해 ‘드럼통’ ‘혜경궁 김씨’ ‘김부선 스캔들’ 등 가십성 루머를 꾸준히 회자시키면서 화력을 더했다. 이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모여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표어처럼 굳어졌다. 자승자박 꼬인 스텝 탄핵 정국에 들어선 뒤 국민의힘에서는 이 전 대표의 악마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국민의힘이 매일같이 작성하는 논평 역시 이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재명 악마화를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오히려 국민의힘만 되치기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달 21일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엮은 ‘이재명 망언집’을 공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제가 오늘로 원내대표직을 맡은 지 100일이 됐지만, 이 전 대표가 쌓아온 표리부동한 언행과 정치 행태를 뒤쫓기엔 역부족”이라며 “이제 모두 함께 그의 발언 하나하나를 정확히 기록하고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온 실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발행 취지를 설명했다. 200페이지 조금 안 되는 분량의 초판본에는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의 발언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망언집이라 하기에는 “누군가는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당연히 내 단계서 끊겠다”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나라와 국민에 유해하다” 등 이야기가 포함돼 오히려 ‘이재명 명언집’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재명 망언집 44페이지에 같은 내용이 실렸다.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보수 지지층이 이 전 대표를 깎아내리기 위해 첨단기술까지 동원했다는 점에 분노했다. 한 유튜버가 ‘이 전 대표가 배우자인 김혜경씨에게 욕설하는 내용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어 유포를 시도한다’는 제보가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에 접수된 것이다. 모두가 한쪽으로 박수현 선대위 공보단장에 따르면 “과거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씨에게 이 전 대표가 험악한 호칭을 쓰며 나무라는 것으로 상황이 설정돼있다”며 “과거 공개된 다른 영상의 이 전 대표의 음성을 다른 영상과 딥페이크로 합성해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문제의 영상을 유포한 유튜버 1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딥페이크 영상으로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한 사건은 9건이다. 선대위는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주 이재명 예비후보 선대위는 딥페이크 등 허위 조작 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며 “그럼에도 악의적 의도로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에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허위 조작 정보 등이 지속 유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영상들은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해 이 전 대표에게 ‘친중 반미’ 프레임을 덧씌우고 악마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전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건이 다수 발견돼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 김모씨 및 허위 사실을 유포한 성창경 등 17명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간의 기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누가 누가 이재명을 더 잘 때리나” 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보니, 이 과정서 네거티브 공세 수위가 끝도 없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는 이 전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드럼통에 들어갈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든 채 드럼통 안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드럼통은 이 전 대표를 비꼬는 물건이다. ‘드럼통’ ‘김부선’ 네거티브 공세 더 커지는 몸집…오히려 동정론도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사건’의 제보자 이씨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그리고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던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일부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드럼통에 묻어버린다”라는 식으로 공격해 왔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나 의원이 ‘비정상적 사회를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내란을 옹호할 게 아니라 위법, 위헌적 계엄을 막으려고 한겨울에 국회로 달려온 시민과 함께 장갑차를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70∼80년대 반공교육이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올리게 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에 대한 악마화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 역시 “이재명정권의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다. 반대로 홍준표정권의 미래는 자유와 번영의 선진 대국”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홍준표정권이냐 이재명정권이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 이재명 후보와 풍부한 경륜과 검증된 능력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 홍준표 후보의 대결”이라며 “비양심과 패륜으로 얼룩진 나라, 청년이 짊어져야 할 빚투성이 나라, 반칙과 불공정이 판치는 나라, 바로 이것이 이재명정권의 미래”라고도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대권주자와 반이재명 세력으로 뭉친 이들까지 몽땅 이 전 대표에게 날을 세우면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지지층뿐만이 아닌 중도층 사이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동정론이 형성될 것이란 점에서다. 지난달 27일 이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가 선고되자 국민의힘은 또다른 사법 리스크를 꺼내 들었다. 이날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2심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마저 나아질 거란 기대는 하지 말라”며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손가락질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한 라디오서 ‘본질은 정치보복, 이재명 죽이기라고 보는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이재명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전 대표는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잘못에 대해서는 대답을 안 하고 있고 정치 공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악마화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지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 해왔던 그 정치 공세는 결국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후원금 보니…기죽는 안티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 예비후보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29억4000만원을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원회는 지난 16일 “4월15일 오전 10시 모금 개시 당일 법정 한도인 29억4000만원을 모두 채웠다”며 “6만3000여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이 중 99%가 10만원 미만의 소액 후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의 입금액 한도 설정에도 불구하고 입금이 몰려 2억5000여만원이 초과 입금되는 일도 있었다”며 “소액 다수의 후원으로 하루 만에 한도를 채운 것은 내란 종식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뜨거운 마음이 모인 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금액 한도를 넘긴 초과 입금분은 반환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