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임태균 기자 = 다양한 동물들과의 소통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서울 도심 속에서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애견카페를 비롯해 고양이 카페, 너구리 카페 같은 공간을 찾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탐방기 두 번째는 국내서 찾기 어려운 귀염둥이 '카피바라'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숙명여대 입구의 테마카페 '블라인드 앨리'다.
블라인드 앨리(Blind alley)는 막다른 골목이란 뜻처럼 ‘시간이 멈춘 골목길’이란 테마를 바탕으로 디자인됐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ERON 이미지 조명부터 뉴욕의 맨홀 뚜껑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디자인 전문기업 어크로스사의 현관 매트,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존 W 골드 예술작품들까지 카페는 조각가의 아뜰리에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카페에선 일반적인 여성 고객과 커플을 비롯해 홀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외국인의 비율을 따졌을 때 대략 30% 이상 되는 것 같았다.
주된 고객층을 묻는 질문에 블라인드 앨리 관계자는 “주된 고객층은 아무래도 20대 대학생들과 여성들이다. 남성의 경우 여성 고객과 함께 오는 형태로 이뤄진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카피바라, 생소하지만 친근한 이름
아름다운 인테리어 소품들도 눈에 띄었지만 블라인드 앨리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카피바라(Capybara)였다.
카피바라는 브라질 남부에 사는 인디오말로 '초원의 지배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설치류 중에 몸집이 가장 크다. 주로 남아메리카서 발견되고 있고, 남미를 비롯한 미국에선 애완동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블라인드 앨리의 한송이 대표는 “아직 카피바라 친구들이 온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손님들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아이들의 안정을 위해 접촉을 피하고 있는 중이다. 안정기간이 지난 이후에 아마 라쿤과 함께 지내지 않을까 싶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라인드 앨리는 커피가 맛있는 카페로도 유명하지만, 미국너구리 ‘라쿤’이 사는 테마카페로도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처음부터 일반카페로 시작했다”며 “라쿤 2마리를 키우면서 아이들을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함께 출근했는데 어느 순간 라쿤 카페로 불리고 있었다. 라쿤과 함께 놀아주는 것도 감사하고, 힘들고 지친 일상을 탈피해 이 아이들을 보면서 힐링 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된다면 더욱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라인드 앨리는 판매되는 음식 모두 수제로 만들고 있다”며 “빙수에 올리는 팥부터 시작해 연유, 니코타 치즈, 요거트, 에이드에 들어가는 자몽청, 레몬청 등을 모두 직접 제조하고 있다. 때문에 메뉴에 대한 자신감은 무엇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두의 경우 로스팅 후 일주일 안에 모든 원두를 소진하며 브라질 ‘옐로 버번(Yellow bourbon)’을 고집한다고 한다. 옐로 버번은 일반적인 원두보다 재배가 까다롭고 생산량도 저조하지만, 그 맛이 맑고 달콤해 ‘버번 플레이버’라고도 불린다.
아울러 한 대표는 “블라인드 앨리에 카피바라라는 새로운 친구들이 찾아왔다. 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숨 막히는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혼자가 아닌 함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