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같던 최순실-고영태 목격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38:26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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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였다는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정서 나왔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해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이라는 기사에서 관련 의혹을 최초로 조명한 바 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어 다시 추적해봤다.

“검찰서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내연관계’라고 진술했죠?”(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그렇게 추측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호빠서 만났나?
옛 동료들 주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대답이 나온 순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이 술렁였다. 그간 최씨와 고씨가 모두 부인해왔던 이들의 내밀한 관계가 차씨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폭로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씨는 최씨와 고씨의 관계가 ‘내연관계’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일요시사>는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 기사를 통해 고씨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당시 최씨와 고씨 관계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일요시사>는 강남 일대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와 고씨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씨가 8∼9년 전까지 호스트 생활을 한 것을 확인했다.

본지 최초보도 후 ‘인연’에 관심 
내연관계 의심 정황들 속속 드러나


고씨는 광주서 출생했으며,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에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의 아버지는 5·18 때 계엄군에게 사망해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도 등장했다. 고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종목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의 집안 사정은 여전히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광주시내 일대서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으며, 부산 해운대 룸살롱 등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고씨의 이름까지 등장하자 강남 일대 화류계는 크게 술렁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라오케 호떡(호스트바를 지칭하는 은어)이 정치계 거물이 됐다”며 놀라는 기색이었다.
 

과거 호스트바를 운영했던 한 관계자는 고씨가 수년 전에 면접 보러 다닌 것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청담·논현동 호스트바 추라이(면접) 보러 다녔던 사람”이라며 “몇 년 간 안 보이더니 이렇게 커버렸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일요시사>를 통해 증언한 바 있다.

헌재 재판서
차은택 발언

한 인사는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최씨와 고씨가 교류했다고 귀띔했다. 과거 고씨와 밀접한 사이였던 이 인사는 “최씨와 고씨는 8∼9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고씨가 차은택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각종 언론서 고씨와 최씨를 둘러싼 후속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해 10월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씨와 함께 호스트바 생활을 했던 옛 동료는 이 둘이 내연관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동료는 둘의 관계에 대해 “20세 나이 차이가 나는데 반말한다는 것은 너무 뻔한 얘기다. 보통 손님과 선수(호스트)들이 친해지면 반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고씨가 ‘박근혜 가방’으로 유명한 빌로밀로를 만든 것과 관련해 “최순실을 손님으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에 속된 말로 공사를 친 것 같다”며 “호스트들이 손님들 돈을 뜯어내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것을 공사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허다하다”고 밝혔다.

“비스티 보이즈라고 유명한 영화도 있지 않은가. 속된 말로 더러운 면모들이 많이 있다. 중년 여성들이 호스트바에 오고 그런 접대들이 많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좀 씁쓸하다”고도 했다.

그는 “최순실이 손님으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한낱 아녀자와 호스트가 국책에 관여했다는 게 정말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과거 2006년 강남의 호스트바에서 고씨와 함께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TV조선>도 같은해 10월29일 최씨 지인의 증언을 토대로 최씨가 고씨를 10년 전 호스트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인과 최씨는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호스트바도 함께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씨의 지인은 “당시 '민우'라는 가명을 쓰던 고씨가 최씨에게 접대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평소에 반말
질투도 폭발

차씨는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검찰서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추측된다고 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검찰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이른 아침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청담동 레지던스 3층을 가보니 (고씨와 최씨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둘이 딱 붙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차씨에게 물었다.

이에 차씨는 “당시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침대에 자고 있다가 ‘아줌마 누구냐’고 물어봐 최씨가 화를 내며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며 “고씨도 최씨가 가져간 1억원을 돌려받도록 해달라고 차씨에게 말한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차씨는 “예”라고 대답했다.

“보통 사이 아니었다”
복수 주변 관계자 증언

차씨는 “이 상황이 한쪽이 바람 피우다 걸린 전형적 모습이라고 보고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씨가 본인보다 나이 많은 최순실씨와 돈 때문에 성관계를 한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

이에 대해 차씨는 “제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다. 고영태가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왜 그런 마음을 가지냐’고 하자, (고씨가) 이야기를 하려다 말을 못 하면서 ‘그런거 있어요’라고 했다”며 “최씨와 고씨가 싸워서 헤어진 후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그동안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해명했다. 고씨는 당시 최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때 지인에게 연락이 와 가방을 보여주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방 때문에?
당사자 부인

고씨는 최씨를 호스트바 마담과 손님으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고씨는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젊은 시절 청담동에 있는 한 가라오케서 영업사장으로 일했다. ‘호빠’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이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바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저는 더블루K 직원으로 있었지 (제가 최씨의) 가까운 측근이 라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영태 잡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거짓말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씨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사건 8차 변론이 열린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최순실씨가 고씨와 그 일당에게 당했다고 했는데 그런 내용이 충분히 정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차은택씨에게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고씨의 범죄경력조회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고씨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업종에 종사했고, 그런 전과가 있는 사람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씨는 기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절대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서 시작됐냐. 전체 사실관계에 관한 그쪽(고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이른바 ‘지연작전’을 펼치면서 비난 여론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소추위원 측에서 증인을 신청한다고 했다가 철회하는 바람에 저희들이 대응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한철 헌재소장 재임기간 내에 종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가 탄핵소추사유를 많이 기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박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은 탄핵심판을 지연할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39명 중 11명은 이미 변호인 참여 하에 조사를 받아 그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됐다”며 신청한 증인들 상당수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고 불리한 진술이 예견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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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