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같던 최순실-고영태 목격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38:26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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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였다는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정서 나왔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해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이라는 기사에서 관련 의혹을 최초로 조명한 바 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어 다시 추적해봤다.

“검찰서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내연관계’라고 진술했죠?”(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그렇게 추측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호빠서 만났나?
옛 동료들 주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대답이 나온 순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이 술렁였다. 그간 최씨와 고씨가 모두 부인해왔던 이들의 내밀한 관계가 차씨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폭로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씨는 최씨와 고씨의 관계가 ‘내연관계’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일요시사>는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 기사를 통해 고씨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당시 최씨와 고씨 관계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일요시사>는 강남 일대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와 고씨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씨가 8∼9년 전까지 호스트 생활을 한 것을 확인했다.

본지 최초보도 후 ‘인연’에 관심 
내연관계 의심 정황들 속속 드러나


고씨는 광주서 출생했으며,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에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의 아버지는 5·18 때 계엄군에게 사망해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도 등장했다. 고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종목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의 집안 사정은 여전히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광주시내 일대서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으며, 부산 해운대 룸살롱 등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고씨의 이름까지 등장하자 강남 일대 화류계는 크게 술렁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라오케 호떡(호스트바를 지칭하는 은어)이 정치계 거물이 됐다”며 놀라는 기색이었다.
 

과거 호스트바를 운영했던 한 관계자는 고씨가 수년 전에 면접 보러 다닌 것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청담·논현동 호스트바 추라이(면접) 보러 다녔던 사람”이라며 “몇 년 간 안 보이더니 이렇게 커버렸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일요시사>를 통해 증언한 바 있다.

헌재 재판서
차은택 발언

한 인사는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최씨와 고씨가 교류했다고 귀띔했다. 과거 고씨와 밀접한 사이였던 이 인사는 “최씨와 고씨는 8∼9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고씨가 차은택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각종 언론서 고씨와 최씨를 둘러싼 후속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해 10월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씨와 함께 호스트바 생활을 했던 옛 동료는 이 둘이 내연관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동료는 둘의 관계에 대해 “20세 나이 차이가 나는데 반말한다는 것은 너무 뻔한 얘기다. 보통 손님과 선수(호스트)들이 친해지면 반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고씨가 ‘박근혜 가방’으로 유명한 빌로밀로를 만든 것과 관련해 “최순실을 손님으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에 속된 말로 공사를 친 것 같다”며 “호스트들이 손님들 돈을 뜯어내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것을 공사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허다하다”고 밝혔다.

“비스티 보이즈라고 유명한 영화도 있지 않은가. 속된 말로 더러운 면모들이 많이 있다. 중년 여성들이 호스트바에 오고 그런 접대들이 많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좀 씁쓸하다”고도 했다.

그는 “최순실이 손님으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한낱 아녀자와 호스트가 국책에 관여했다는 게 정말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과거 2006년 강남의 호스트바에서 고씨와 함께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TV조선>도 같은해 10월29일 최씨 지인의 증언을 토대로 최씨가 고씨를 10년 전 호스트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인과 최씨는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호스트바도 함께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씨의 지인은 “당시 '민우'라는 가명을 쓰던 고씨가 최씨에게 접대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평소에 반말
질투도 폭발

차씨는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검찰서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추측된다고 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검찰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이른 아침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청담동 레지던스 3층을 가보니 (고씨와 최씨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둘이 딱 붙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차씨에게 물었다.

이에 차씨는 “당시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침대에 자고 있다가 ‘아줌마 누구냐’고 물어봐 최씨가 화를 내며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며 “고씨도 최씨가 가져간 1억원을 돌려받도록 해달라고 차씨에게 말한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차씨는 “예”라고 대답했다.

“보통 사이 아니었다”
복수 주변 관계자 증언

차씨는 “이 상황이 한쪽이 바람 피우다 걸린 전형적 모습이라고 보고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씨가 본인보다 나이 많은 최순실씨와 돈 때문에 성관계를 한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

이에 대해 차씨는 “제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다. 고영태가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왜 그런 마음을 가지냐’고 하자, (고씨가) 이야기를 하려다 말을 못 하면서 ‘그런거 있어요’라고 했다”며 “최씨와 고씨가 싸워서 헤어진 후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그동안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해명했다. 고씨는 당시 최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때 지인에게 연락이 와 가방을 보여주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방 때문에?
당사자 부인

고씨는 최씨를 호스트바 마담과 손님으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고씨는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젊은 시절 청담동에 있는 한 가라오케서 영업사장으로 일했다. ‘호빠’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이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바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저는 더블루K 직원으로 있었지 (제가 최씨의) 가까운 측근이 라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영태 잡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거짓말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씨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사건 8차 변론이 열린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최순실씨가 고씨와 그 일당에게 당했다고 했는데 그런 내용이 충분히 정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차은택씨에게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고씨의 범죄경력조회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고씨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업종에 종사했고, 그런 전과가 있는 사람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씨는 기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절대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서 시작됐냐. 전체 사실관계에 관한 그쪽(고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이른바 ‘지연작전’을 펼치면서 비난 여론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소추위원 측에서 증인을 신청한다고 했다가 철회하는 바람에 저희들이 대응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한철 헌재소장 재임기간 내에 종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가 탄핵소추사유를 많이 기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박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은 탄핵심판을 지연할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39명 중 11명은 이미 변호인 참여 하에 조사를 받아 그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됐다”며 신청한 증인들 상당수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고 불리한 진술이 예견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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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