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23> 베이비부머 위한 임대사업(上)

700만 은퇴 시대…돈되는 상가는?


전체 인구의 약 15%인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버부머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베이비부머(baby boomer)는 한국전쟁 뒤인 1955∼63년에 태어난 사람을 말한다. 앞으로 10년간 경제활동에서 빠져나오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수는 15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50만명은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의 지난 10년간 은퇴자 80만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앞으로 10년간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 150만명
노후 대비용 장기투자 주목…안정적 수익 보장

은퇴를 하거나 고려 중인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를 위해 당연히 부동산 임대사업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다. 부동산 임대사업이 가능한 부동산 상품이 늘고 있지만 사실 정착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부동산 상품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통계청은 최근 “향후 10년 안에 다가올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새로운 변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비붐세대 은퇴가 임박하고 동시에 인구가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부동산 임대투자도 전략 수정이 필요한 때다.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2018년을 정점으로 줄겠지만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1인가구는 지난해 336만가구에서 2018년 398만가구, 2030년에는 471만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 우리나라 경제도 장기간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대 부동산도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을 노리는 게 올바른 투자전략이다. 따라서 트렌드에 맞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서서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먼저 소개할 상가는 오랫동안 은퇴자들에게 노후대책으로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상가투자는 타 임대 부동산에 비해 적지 않은 투자금액이 필요하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에 위험이 큰 상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상가투자 트렌드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상가들이 등장하고 단기적인 투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바라는 장기적인 투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노후 대비로 상가투자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투자에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주의를 살펴보고 관심을 가지면 의외로 돈이 되는 상가가 적지 않아 소개하고자 한다.

좋은 상가는 절대 팔지 않고 대대손손 물려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상가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꼽으라면 ‘파생상가’를 추천하고자 한다. 파생상가라고 하면 생소한 용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상가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파생상가란 대형시설에 딸려있는 부속상가를 말하는데 다른 말로 보조상가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의외로 많다.

▲메디컬 빌딩의 약국·안경점 ▲대형 복합단지의 구두방·커피전문점 ▲학원전문상가의 문구점 ▲대형 극장의 패스트푸드점·매점 ▲의류 쇼핑몰의 수선점 ▲대단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세탁소·미용실 ▲전문 병원의 식당 ▲대형 예식장 건물의 식당 ▲아파트형 공장의 구내식당·문구점·편의점 등과 같이 주 건물의 부속·보조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 상가들은 ‘바늘 가는데 실 가는’ 역할을 하는 점포다. 주 건물의 영업 상황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므로 잘 고르면 상당한 장점을 지닌 상가로 평가받는다. 주로 본원 시설의 수요에 맞춰 부수적으로 지어진 상가이기 때문에 매출액이 꾸준하고 영업환경이 쾌적한 편이다. 소비층이 고정적이고 같은 건물이나 주변의 유입고객 위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영업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가 직접 운영을 하기에 안정적이다.

파생상가에 투자할 때는 본원 시설이 활성화할 수 있을지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 투자해야 한다. 대형 쇼핑몰이나 상가가 상가 활성화에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더욱 주의를 요한다.

파생상가를 분양받으려는 경우에 입점 경쟁률이나 분양률도 꼭 따져봐야 한다. 상가규모를 감안하여 고정적으로 상주하는 고객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파악해보고 주변 상가와 비교해 유동인구를 잠재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집객요소나 흡입요소를 갖춘 경쟁력이 있는지 충분히 따져야 한다.

초보 투자자인 경우 되도록이면 권리금이 없고 분양가가 저렴한 중심가형 신축 대형건물 내 소형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파생상가는 고정고객 확보가 쉽다는 이점 때문에 분양·임대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투자 수익률을 철저히 계산하고 주변 상가시세를 비교한 후 적정 분양가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 상주고객과 일부 유동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유동인구 확보가 쉽지 않는 경우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좋은 상가는 안 팔고
대대손손 물려준다

상가에 관심이 있어 현장에 가보면 돈 되는 자리가 분명 있다. 그중 하나가 공간활용이 가능한 점포다. 쉽게 예를 들면 옥상에 정원이 조성되는 경우 맨 상층부를 분양받는 사람의 독점 공간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이처럼 특정 점포만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공간을 제공한다거나 한 층을 분양받거나 임대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독점적으로 특정 서비스 면적을 활용할 수 있는 상가가 당연 분양 1순위가 되는 것이다. 또 공간활용이 가능한 상가들을 살펴보면 분당 정자동이나 서울 가로수길 상권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테라스 상가가 있다.

테라스 상가는 극심한 상가 시장 불황기에도 넉넉한 영업공간으로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임차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층고가 높아 복층으로 활용이 가능한 점포도 이에 속한다. 테라스형 상가는 전면부 3∼6m를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자나 임차인에게 선호도가 높다. 몇 해 전 분양한 동탄신도시 테라스형 상가인 동탄파라곤이나 송도국제도시의 테라스가든의 경우 1∼2달 만에 80∼90%의 높은 분양률을 보였다.

상가에서 임대면적의 공용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임차인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면적(전용면적)에 비해 공용면적에 대한 부담이 높아져서 임차인 유치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상가 전면에 광장, 테라스 공간이 조성이 되면 실질적인 전용면적 비율이나 공간활용 측면에서 유리해져 임차인 확보나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단, 테라스 상가에 투자를 할 경우 몇 가지 사항은 반드시 체크를 해야 한다. 서비스 면적의 활용이 가능하거나 특정 공간의 독점적 사용권을 보장받는 상가의 경우 희소성으로 인해 분양가격이 대개 일반 상가보다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계약 당시에는 서비스면적이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가 계약 후 분양가에 포함돼 법적분쟁으로 가는 경우도 간혹 있는 만큼, 분양가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잘 살피고 계약서에 사용권에 대해 명문화해야 한다.
‘세금도 절세하면서 돈 되는 상가가 있다’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과연 이런 상가가 있을까. 실제로 주변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상가주택, 지하상가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가주택은 상가겸용주택으로도 불리우는데 한 울타리 내에 있는 1동의 건물에 주거용에 공하는 부분과 주거용 이외의 점포, 사무실, 공장 등 비거주용 부분이 같이 있는 경우 또는 주택에 부수되는 토지에 주거용 이외의 건물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풀이하면 본인은 상층부에 거주하면서 저층 점포에 세를 놓거나 본인이 직접 장사를 하는 주택을 말한다. 특히 퇴직을 앞둔 고연령층에게는 노후 대비용 수익형 상품으로, 이미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임대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변에 개발호재가 있다면 시세 상승도 가능하다. 상가주택은 일단 도로를 끼고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고 주택가가 시작되는 입구나 인근 주민들이 이동하는 동선 내에 위치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보 투자자에 딱 맞는 ‘파생상가’
알짜 공간활용 가능한 ‘테라스상가’
절세가 관건 ‘상가주택·지하상가’

투자 유망 지역은 아파트 인기 지역과 비례한다. 주변에 대학교나 사무실이 많고, 경쟁할 만한 상업시설이 적을수록 좋다. 상가주택은 시세차익보다 임대료로 고정수입을 얻는 게 주 목적이므로 전세금 비율이 높아야 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부족하면 수도권도 괜찮다. 택지개발지구나 신도시의 상업지역, 구 도심의 역세권이 무난하다.

상가주택에서 세금을 절세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1주택자가 살면서 투자하는 것이다. 다만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주택면적이 상가면적보다 많으면 주택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받을 수 있다. 3년 보유 요건(서울 등 2년 거주 추가)을 갖춘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 비과세 요건을 갖춘 경우 매매금액이 9억원 이하라면 양도소득세는 전혀 없다.

그러나 주택면적이 상가면적과 같거나 오히려 작다면 약간 상황이 달라진다. 주택면적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비과세되고 상가는 과세된다. 주택부분 비과세도 실거래가격이 9억원 이하 이어야 하고 서울 등은 3년 보유에 2년 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1가구 1주택자인 경우 주택면적을 상가면적보다 많게 하는 게 유리하다.

면적의 구분은 공부(건축물대장 등) 상의 용도를 원칙으로 하지만 실제 사용 용도가 다르면 이에 따르도록 돼 있다. 실질과세의 원칙이다. 지하실의 경우 실제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판단하되 그 용도가 불명확한 경우 주택의 면적과 상가면적의 비율로 안분해 계산한다. 결과적으로 상가주택은 세금 측면에선 별도의 주택이 없는 사람이 투자를 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유동인구 등 상권 따라
임대수익률 천차만별

이와 같이 상가주택만을 보유한 1세대 1주택 보유자의 경우 주택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기타 상가부분보다 넓다면 전체를 비과세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으므로 상가겸용주택을 신축하거나,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절세 차원에서 이 부분을 심도 있게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9억원이 초과해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도 절세 효과가 있을까? 상가겸용주택이 1세대 1주택이라 하더라도 9억원을 넘는 양도가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과세받게 돼 있는데, 이렇게 1세대 1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는 경우에는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 80%까지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가능해 양도소득세 부담이 거의 없게 된다.

절세를 하면서 돈 되는 또 다른 상가는 지하상가다. 지하상가는 흔히 지하철 통로나 지하공간에서 볼 수 있는 상가를 말한다. 서울에서는 강남역, 잠실역, 강남 고속터미널, 영등포역, 명동역 등 수도권에는 부천역, 부평역, 주안역, 수원역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이들 지역에 목이 좋은 지하상가의 권리금은 알고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고유가 시대 등으로 지하철 유동인구를 고객으로 둔 지하상가들이 뜨고 있는 것인데 일반 상가에 비해 보증금이나 권리금이 훨씬 높지만 유동인구가 고정돼 있어 경기 변동에 따른 매출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게 강점이다. 예전에 비해 판매 물품도 다양해졌다. 옷, 액세서리를 비롯해 휴대전화, 고급의류, 네일아트, 사주 전문점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다.

물론 지하상가라고 해서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다. 인근에 유동인구가 많고 지상상가가 잘 되는 지역이라도 의외로 지하상가의 임대수익률은 낮은 경우도 있고 상권에 따라 임대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서울시 지하상가를 예를 들어 보겠다. 소유권 매매는 할 수 없지만 임차권 매매는 가능하기 때문에 임차권을 사들인 후 다시 임대해 세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소유주인 서울시의 관리명부에 임차권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권리 행사에도 문제가 없다. 지하상가는 등기분양을 하는 일반 상가와 달리 장기 임대분양방식으로 취득세 등 거래세는 물론 재산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절세적인 측면에서 유리한게 가장 큰 매력이다.

지하상가엔 최근 변화가 있다. 그동안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운영사업자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 방식에서 일반 경쟁입찰제로 바뀌어 올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상가 투자자나 창업자들은 지하상가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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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