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 탄핵정국의 호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잠룡들도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율 정체 국면에 있는 잠룡들의 대선 행보를 살펴봤다.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 야권 잠룡들의 견제도 시작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국정농단의 ‘공범’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아울러 비주류 유승민·오세훈 등 잠룡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 정체
우선 탄핵정국서 앞장서서 탄핵을 주도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거기에 따라서 국민들께서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래 지지율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요동치게 마련”이라고 말해 지지율 정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처럼 탄핵정국을 주도하고도 지지율 정체에 빠진 사람으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꼽힌다.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박 시장은 5%대 안팎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발 빠른 대응력으로 국민적 호평을 받으며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커진 셈이다.
박 시장은 일정을 앞당겨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 후 경선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17∼18일 광주로 향해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광주 방문은 지난 5월 이래 약 7개월 만이다.
5월 방문 당시 박 시장은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말해 대권 행보를 암시했다. 이후 박 시장은 스크린도어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주춤했다.
사실상 정체국면에 있던 박 시장은 탄핵정국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등 선명성을 드러냈다. 아울러 광화문 촛불집회를 후방에서 전폭 지원했다. 이러한 박 시장을 두고 5년 서울시장으로서 검증을 받은 그가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측면에선 이재명 시장처럼 튀는 모습을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모양새다. ‘고구마’ 문재인, ‘사이다’ 이재명 등 야권 차기 대선 주자 성품과 음식을 매칭하는 홍보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안 지사는 지난 14일 “저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흰쌀밥”이라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안 지사는 지난 5월, 야권 잠룡들이 하나둘씩 대권출마를 고려할 때 “직접 슛을 때릴지 고민”이라며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던 안 지사는 지난 10일, 부산 방문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경쟁은 우리 모두를 발전시킨다”라며 “경쟁 없는 조직은 망한다. 멋있는 경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문 전 대표와 대결해 이번 대선서 꼭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박 탄핵 주도…이재명 좋은 일만?
황무지 여권서 유승민·오세훈 뜬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다른 잠룡들에 비해 거대 담론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이 “박원순·안희정·김부겸과 머슴들의 팀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라며 이 시장의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이 시장은 “비문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꼬리를 내렸다.
이 시장의 발언으로 자칫 야권이 분열 조짐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안 지사가 대권주자로서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안 지사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균형감은 돋보이지만 임팩트가 없다는 것.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키는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굵직한 대선주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끝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 종로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서울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지만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탄핵정국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키도 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면서 비박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높였다. 다만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비박계 모임서 오 전 시장의 역할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분당 이후 정치권에 합종연횡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이 유력 대권주자로서 발돋움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황무지로 비유되는 새누리당에 유승민 의원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새누리당 내 인사들 사이에선 “마지막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유승민 의원이 여권 후보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을 지나 킹메이커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대신해 비주류서 입지를 다졌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선언해도 탄핵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친박계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유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당 내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보단일화?
부산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두 동강이 나든, 새누리당이 해체된 뒤 새 간판을 내걸든 결국 구성원들은 반기문파와 유승민파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내 경선서 맞붙든, 각각 다른 당에 몸을 담았다가 나중에 후보단일화 경쟁서 맞붙든, 두 사람은 결승전 진출을 위한 어느 시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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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정치권 개헌 셈법
정치권에서 개헌 시점을 놓고 양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한 후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자는 진영과 개헌 논의를 즉각 착수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우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했다.
안 지사는 “개헌을 매개로 당장의 정계 개편 수단으로 삼는 건 개헌 논의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 김부겸 의원,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등은 대선 전 개헌을 목표로 즉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2개월이면 개헌이 충분하다”며 개헌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