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잠룡들 현주소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52:44
  • 호수 1093호
  • 댓글 0개

어라? 탄핵해도 지지율 안 오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 정국이 열렸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 탄핵정국의 호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잠룡들도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율 정체 국면에 있는 잠룡들의 대선 행보를 살펴봤다.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정국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면서 야권 잠룡들의 견제도 시작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국정농단의 ‘공범’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아울러 비주류 유승민·오세훈 등 잠룡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 정체

우선 탄핵정국서 앞장서서 탄핵을 주도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지율 정체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거기에 따라서 국민들께서 평가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래 지지율은 여러 가지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요동치게 마련”이라고 말해 지지율 정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처럼 탄핵정국을 주도하고도 지지율 정체에 빠진 사람으로는 박원순 서울 시장이 꼽힌다. 야권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는 박 시장은 5%대 안팎을 맴돌고 있는 지지율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 메르스사태 당시 발 빠른 대응력으로 국민적 호평을 받으며 2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커진 셈이다.

박 시장은 일정을 앞당겨 조만간 공식 출마 선언 후 경선 레이스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17∼18일 광주로 향해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광주 방문은 지난 5월 이래 약 7개월 만이다.


5월 방문 당시 박 시장은 “뒤로 숨지 않겠다. 역사의 대열에 앞장서겠다”고 말해 대권 행보를 암시했다. 이후 박 시장은 스크린도어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주춤했다.

사실상 정체국면에 있던 박 시장은 탄핵정국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등 선명성을 드러냈다. 아울러 광화문 촛불집회를 후방에서 전폭 지원했다. 이러한 박 시장을 두고 5년 서울시장으로서 검증을 받은 그가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재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측면에선 이재명 시장처럼 튀는 모습을 보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야권 충청대망론의 기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전면에 나설 모양새다. ‘고구마’ 문재인, ‘사이다’ 이재명 등 야권 차기 대선 주자 성품과 음식을 매칭하는 홍보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안 지사는 지난 14일 “저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흰쌀밥”이라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견제구를 날린 셈이다. 안 지사는 지난 5월, 야권 잠룡들이 하나둘씩 대권출마를 고려할 때 “직접 슛을 때릴지 고민”이라며 대선출마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했던 안 지사는 지난 10일, 부산 방문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문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경쟁은 우리 모두를 발전시킨다”라며 “경쟁 없는 조직은 망한다. 멋있는 경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문 전 대표와 대결해 이번 대선서 꼭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박 탄핵 주도…이재명 좋은 일만?
황무지 여권서 유승민·오세훈 뜬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다른 잠룡들에 비해 거대 담론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이 시장이 “박원순·안희정·김부겸과 머슴들의 팀을 만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정치”라며 이 시장의 제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에 이 시장은 “비문연대를 구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꼬리를 내렸다.

이 시장의 발언으로 자칫 야권이 분열 조짐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안 지사가 대권주자로서 중심을 잡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안 지사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균형감은 돋보이지만 임팩트가 없다는 것. 정치권에선 안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보이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키는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굵직한 대선주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끝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정도다. 오 전 시장은 지난 총선 종로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두 번의 서울시장 경력을 바탕으로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있지만 반등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탄핵정국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키도 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면서 비박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높였다. 다만 김무성,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비박계 모임서 오 전 시장의 역할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분당 이후 정치권에 합종연횡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이 유력 대권주자로서 발돋움할 명분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황무지로 비유되는 새누리당에 유승민 의원의 역할론도 대두된다. 새누리당 내 인사들 사이에선 “마지막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유승민 의원이 여권 후보 한 자리를 놓고 격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을 지나 킹메이커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대신해 비주류서 입지를 다졌다. 유 의원은 탄핵 국면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선언해도 탄핵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친박계의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유 의원은 새누리당 탈당은 고려하지 않고 당 내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보단일화?

부산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친박계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새누리당이 두 동강이 나든, 새누리당이 해체된 뒤 새 간판을 내걸든 결국 구성원들은 반기문파와 유승민파로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당내 경선서 맞붙든, 각각 다른 당에 몸을 담았다가 나중에 후보단일화 경쟁서 맞붙든, 두 사람은 결승전 진출을 위한 어느 시점서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권 개헌 셈법

정치권에서 개헌 시점을 놓고 양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한 후 차기 정권에서 추진하자는 진영과 개헌 논의를 즉각 착수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우선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대선 공약으로 개헌안을 제시했다.

안 지사는 “개헌을 매개로 당장의 정계 개편 수단으로 삼는 건 개헌 논의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 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손학규 전 대표, 김부겸 의원,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등은 대선 전 개헌을 목표로 즉각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전 대표는 “2개월이면 개헌이 충분하다”며 개헌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