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출범> 국정농단 피의자 11인 공소장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30:11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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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수의 입어야 국민들 분이 풀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김종 전 문화체육부 2차관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최씨를 비롯한 총 11명의 관계자가 기소됐다. <일요시사>가 공소장을 토대로 이들 피의 공소사실을 총정리했다.

검찰은 지난 10월4일 수사에 착수한 지 68일 만에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장시호씨, 김종 전 차관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조원동 전 경제수석,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이사, 김홍탁 플레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김경태 크리에이티브아레나 대표 등 4명을 지난 11일, 불구속기소했다.

[11월20일 최순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직권남용,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2015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현대자동차그룹에 압력을 행사해 KD코퍼레이션과 11억 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하도록 하고, 2016년 4∼5월 최순실과 차 전 단장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2016년 3월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운영권을 넘겨받을 목적으로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해 펜싱팀 창단에 합의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과 공모해 2016년 3∼8월 KT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차 전 단장 지인인 이모씨 등 2명을 채용하고 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으로 변경하게 했다. 이후 최씨와 차 전 단장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공모해 2016년 5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압력을 행사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했다. 또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해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 송 전 원장, 김 전 대표, 김홍탁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2016년 2월 재단법인 케이스포츠를 상대로 연구용역을 수행할 것처럼 가장해 더블루케이 명의로 연구용역비 7억원을 편취하려다 미수(사기미수)에 그쳤다.

검찰 수사 68일 만에 마무리
대통령 공모 사실 드러나

최씨는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공모해 2016년 5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압력을 행사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했다. 또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해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김 전 차관, 장씨와 공모해 2015년 10월∼2016년 3월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해 삼성전자가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최씨는 김 전 차관, 장씨와 공모해 2016년 4∼6월 GKL에 압력을 행사해 위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0일 안종범]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씨와 공모해 2015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에게 압력을 행사해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강제모금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씨와 공모해 2015년 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현대자동차그룹에 압력을 행사해 KD코퍼레이션과 11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하도록 하고, 2016년 4∼5월 최순실과 차 전 단장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71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씨와 공모해 2016년 5월 롯데그룹에 압력을 행사해 최순실이 추진한 하남 스포츠컴플렉스 건립비용 70억원을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에 출연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씨와 공모해 2016년 3월 최순실이 운영하는 더블루케이가 운영권을 넘겨받을 목적으로 포스코에 압력을 행사해 펜싱팀 창단에 합의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순실, 차 전 단장과 공모해 2016년 3∼8월 KT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차 전 단장 지인인 이모씨 등 2명을 채용하고 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으로 변경하게 했다. 이후 최씨와 차 전 단장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 최씨, 김 전 차관과 공모해 2016년 5월 GKL에 압력을 행사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했다.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해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최씨, 차 전 단장, 송 전 원장, 김영수 전 대표, 김홍탁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0일 정호성]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행정부 및 공공기관장 인선안’ ‘국무회의 말씀자료’ ‘행정부 및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총 47건의 문건을 이메일, 인편 등으로 최씨에게 누설한(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7일 차은택]


차씨는 최씨, 안 전 수석, 송 전 원장, 김영수 전 대표, 김홍탁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 경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박 대통령,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2016년 3∼8월 KT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차 전 단장의 지인인 이모씨 등 2명을 채용하고 광고 업무를 담당하는 보직으로 변경하게 했다, 이후 최씨와 차 전 단장이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 상당의 광고를 발주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2015년 1∼4월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오·만찬’관련 용역을 ㈜HS애드에서 수주하도록 문체부 공무원 등에게 청탁하는 대가로, 2억8600만원 상당의 영상제작 용역을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로 수주 한(특가법위반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는 2006년 1∼10월 허위직원 급여 등 명목으로 ㈜아프리카픽쳐스 자금 10억4700만원 상당을 횡령했음 한(특경법위반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11월27일 송성각]

송 전 원장은 최씨,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 김영수 전 대표, 김홍탁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경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쳤다.
 

송 전 원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머큐리포스트가 한국콘텐츠진흥원 발주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위 회사 법인카드 3800만원 상당을 사용한 (특가법위반(뇌물), 사전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12월8일 장시호]

장씨는 김 전 차관, 최씨와 공모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김 전 차관, 최씨와 공모해 2016년 4∼6월 GKL에 압력을 행사해 위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사업비 일부를 위 영재센터가 자부담할 것처럼 가장했다. 국가보조금 7억1683만원을 편취한(보조금관리법위반, 사기) 혐의도 있다.

핵심 관계자 대부분 구속
추가 기소 여부 관심 집중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위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허위 용역대금 지급 등의 방법으로 법인자금 3억182만원을 횡령(업무상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12월11일 김종]

김 전 차관은 박 대통령, 최씨, 안 전 수석과 공모해 2016년 5월 GKL에 압력을 행사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하게 한다. 최씨가 운영하는 더블루케이를 에이전트로 하여 선수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와 최씨 등과 공모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그룹 프로스포츠단을 총괄하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긴 전 차관은 장씨, 최순실 등과 공모해 2016년 4∼6월 GKL에 압력을 행사해 위 영재센터에 2억원을 후원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체육인재육성재단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위 육성재단으로 하여금 미국 조지아대를 해외연수기관으로 선정하게 한(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혐의도 있다.

김 전 차관은 2016년 3월 케이스포츠재단과 더블루케이가 대한체육회를 대신해 광역스포츠클럽 운영권 등을 독점하는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비공개 문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7일 김영수]

김영수 전 대표는 최씨,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 송 전 원장, 김홍탁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경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7일 김홍탁]

김홍탁 전 대표이사는 최씨,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 송 전 원장, 김영수 전 대표, 김경태 이사와 공모해 2015년 2∼6월경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11월27일 김경태]

김경태 이사는 최씨, 안 전 수석, 차 전 단장, 송 전 원장, 김영수 전 대표, 김홍탁 대표와 공모해 2015년 2∼6월경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를 인수한 컴투게더 대표 한모씨를 협박해 강압적으로 지분양도를 받으려다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12월11일 조원동]

조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2013년 7월경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수사 등을 언급하면서 VIP의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으나 불응해 미수(강요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향배는 특검이 정하게 됐다. 검찰이 대기업들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둘러싼 핵심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채 특검으로 사건을 인계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 종결 기자회견서도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또 다시 명시, 향후 특검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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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