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권력은 정말 둘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일까. 최순실씨는 대통령 뒤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쳐냈다. 정윤회·서향희·차은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앞에는 한때 ‘문고리 권력’ ‘실세’ ‘비선’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그런 이들이 온갖 논란과 사건으로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배후는 권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최씨의 의지가 있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최순실씨는) 이간질의 달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끌어 내린다. 정윤회, 차은택은 그렇게 해서 날아갔다.”
한때 최씨와 절친 했던 지인이 최씨의 권력 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수많은 언론을 통해 최씨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이간질하며 쳐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 신뢰받자
문건으로 날려
최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통했다. 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이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광역시 달성군 보궐 선거 출마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탈당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2004년까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았다. 이후 공식 직함을 맡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소위 '문고리 3인방'을 배후서 조종하는 인물로 지목돼왔다. 또 정씨가 대통령 뒤에서 승마협회 인사 개입을 했다는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보도됐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서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1월28일자 <세계일보>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다고 보도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정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청와대 유출 문서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정씨가 자신과 관련된 문건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서 축출됐다.
일각에선 최씨가 정씨를 축출하기 위해 기획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서울경찰청 한일 전 경위가 당시 승마협회와 관련된 정보를 모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이 더해져 최씨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최씨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어 당시 수사에도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4년 사건 당시 검찰이 압수한 한 전 경위의 휴대전화에는 ‘최순실이 대통령 개인사를 다 관장한다’는 정보도 들어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 때 이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 전 경위는 주장하기도 했다.
최 “권력 나눌 수 없다”
청 민정수석식 통해 관리?
이간질로 멀게 만들었나
당시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을 특정 언론에 건내 기사화되도록 한 건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씨를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제거하려는 누군가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윤회 문건’을 언론에 제공한 배후에 최씨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최씨는 왜 정씨를 축출하려고 했을까.
일각에선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받는 정씨가 질투가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씨가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최씨와 이혼 사유에 대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분(대통령)을 보좌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신뢰하는 모습에 최씨가 질투했다는 소문에 정씨는 “질투하긴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버지도 <주간경향>과 인터뷰서 박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정씨와 최씨가 마찰을 빚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씨 아버지는 “(최씨가 정씨의) 활동하는 것을 조금 억제했다. (정씨가) 거기서 실망했다. 대통령이 인정 안하게끔 이미 (최씨가)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과 정황 등을 미뤄봤을 때 최씨가 정씨를 견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케 등장에
견제구 던져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최씨에 의해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의 올케로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로 통한다)이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서 변호사는 2004년 박 회장과 결혼했다.
박 대통령과 서 변호사는 아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한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지만씨의 마음을 잡아준 서 변호사를 특별히 아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결혼식 한달 전 상견례를 마친 뒤 “우리의 사랑스러운 예비 올케 서향희씨. 그 아름답고 고운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며, 동생에게 많은 사랑과 꿈을 전해주길…”이란 글까지 썼다
서 변호사는 결혼 이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이 일었다. 2012년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서 신삼길 회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도 받았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법률고문을 맡으면서 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당시 박근혜 캠프 일부 인사들은 대선 최대 리스크로 서 변호사를 지목할 정도였다. 이런 서 변호사가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변호사 활동을 접으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여권에선 “서 변호사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가짐을 자제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동안 서 변호사의 존재는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서 변호사는 국민대 강의 등을 맡으며, 4년 만에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서도 이런 서 변호사 행보를 주목했다.
그러던 찰나, 지난 8월 <뉴스타파>는 서 변호사가 2013년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직접 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이 사건은 이금열 회장의 USB 메모리서 정관계 인사 로비 정황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지만, 결국 로비 대상 1명의 구속으로 흐지부지 끝났다. 서 변호사는 이금열 사건에 개입, 변호사비 흥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측근들도 타깃
줄대기 정황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 문건에선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삼아 경고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서 변호사 동향 문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 변호사가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최씨가 또 다시 언론 등을 통해 '견제구'를 날렸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일각에선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가 최씨의 작품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으로 최씨가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사를 쳤을’ 가능성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서 주도해 ‘서향희 동향 문건’ 등을 언론에 흘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서 변호사를 견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림자 실세 OUT
만사올통 OUT
문화계 황태자 OUT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 하던 차은택씨도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자 최씨가 견제구를 날렸던 사람이다. 차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한때 최씨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이들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차씨와 박 대통령 만남이 잦아지면서 시작됐다.
한때 최씨의 최측근이었던 지인은 “차씨가 최씨 몰래 대통령을 만나다 몇 번 걸린 적이 있다”며 “당시 최씨가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차씨를 점점 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의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기자회견서 “어느 순간부터 차씨는 배제되고 (차씨의 후배 김성현씨)가 오히려 최씨의 오른팔 수하 역할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차씨 변호사는 “최씨 측이 차씨에게 ‘떠안고 가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최씨가 차씨를 쳐내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전 작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5월 경부터 우 전 수석이 차씨가 단장으로 있던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를 수시로 드나들며 조사를 벌였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사실상 '차은택 라인'으로 채워졌던 추진단서 차씨가 단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이 관련 비위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감히 울언니를?
돌연 사이 틀어져
민정수석실에선 차씨 관련 비위 행위는 수사하는 반면 최씨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최씨의 하명을 받고 차씨를 수사하며, 당시 단장직 등을 내려놓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cmp@ilyosisa.co.kr>
우병우 장모 입김설 ‘솔솔∼’
최순실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추천하는 내부 보고서를 받는 등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업무 중에는 최씨와 같은 대통령 측근을 감찰·관리하는 업무도 있는데, 최씨가 이 인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최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입수한 청와대 인사 보고서 2매를 공개했다. 2014년 5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에는 당시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등 현직 참모들의 사진 및 프로필, 그리고 홍 수석 후임자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청와대 인사 개입 정황
생뚱맞은 사람들 추천?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는 보고서가 최씨에게 넘겨진 이후 어느 시점에 결과가 바뀌었다. 문건에는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지만 실제는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 임명됐다.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 기흥CC서 함께 골프를 친 정황도 포착됐다. 골프를 한 시점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돼 약 8개월간 근무한 뒤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서로 친한 사이이며,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 최씨가 힘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 초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서 “우씨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는 과정에 최순실씨와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와 최씨가 함께 골프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