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서향희-차은택 삼각 평행이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2.12 09:50:31
  • 호수 10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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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욕’ 최순실이 다 쳐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권력은 정말 둘로 나눌 수 없었던 것일까. 최순실씨는 대통령 뒤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쳐냈다. 정윤회·서향희·차은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앞에는 한때 ‘문고리 권력’ ‘실세’ ‘비선’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그런 이들이 온갖 논란과 사건으로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배후는 권력을 나누지 않겠다는 최씨의 의지가 있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최순실씨는) 이간질의 달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끌어 내린다. 정윤회, 차은택은 그렇게 해서 날아갔다.”

한때 최씨와 절친 했던 지인이 최씨의 권력 의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수많은 언론을 통해 최씨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이간질하며 쳐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 신뢰받자
문건으로 날려 

최씨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의 ‘그림자 실세’로 통했다. 정씨는 최씨의 전 남편이다. 박 대통령이 1998년 대구광역시 달성군 보궐 선거 출마로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탈당 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하자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2004년까지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았다. 이후 공식 직함을 맡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소위 '문고리 3인방'을 배후서 조종하는 인물로 지목돼왔다. 또 정씨가 대통령 뒤에서 승마협회 인사 개입을 했다는 등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보도됐다.


정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서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1월28일자 <세계일보>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했다고 보도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정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로 불리던 박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때 청와대 유출 문서의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정씨가 자신과 관련된 문건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에서 축출됐다.

일각에선 최씨가 정씨를 축출하기 위해 기획된 사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서울경찰청 한일 전 경위가 당시 승마협회와 관련된 정보를 모았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이 더해져 최씨가 이 사건에 개입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최씨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비선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언론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어 당시 수사에도 최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014년 사건 당시 검찰이 압수한 한 전 경위의 휴대전화에는 ‘최순실이 대통령 개인사를 다 관장한다’는 정보도 들어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 때 이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한 전 경위는 주장하기도 했다.

최 “권력 나눌 수 없다”
청 민정수석식 통해 관리?
이간질로 멀게 만들었나

당시 청와대 비선실세 문건을 특정 언론에 건내 기사화되도록 한 건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씨를 박 대통령의 주변에서 제거하려는 누군가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윤회 문건’을 언론에 제공한 배후에 최씨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최씨는 왜 정씨를 축출하려고 했을까.

일각에선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신뢰를 받는 정씨가 질투가 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씨가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최씨와 이혼 사유에 대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분(대통령)을 보좌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자신을 신뢰하는 모습에 최씨가 질투했다는 소문에 정씨는 “질투하긴 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버지도 <주간경향>과 인터뷰서 박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정씨와 최씨가 마찰을 빚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씨 아버지는 “(최씨가 정씨의) 활동하는 것을 조금 억제했다. (정씨가) 거기서 실망했다. 대통령이 인정 안하게끔 이미 (최씨가)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과 정황 등을 미뤄봤을 때 최씨가 정씨를 견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케 등장에
견제구 던져

다른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최씨에 의해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서 변호사는 대통령의 올케로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로 통한다)이었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한 서 변호사는 2004년 박 회장과 결혼했다.

박 대통령과 서 변호사는 아주 돈독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한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지만씨의 마음을 잡아준 서 변호사를 특별히 아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결혼식 한달 전 상견례를 마친 뒤 “우리의 사랑스러운 예비 올케 서향희씨. 그 아름답고 고운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며, 동생에게 많은 사랑과 꿈을 전해주길…”이란 글까지 썼다

서 변호사는 결혼 이후 각종 기업의 감사, 사외이사, 고문 등을 맡으면서 박근혜 후광 논란이 일었다. 2012년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로서 신삼길 회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도 받았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법률고문을 맡으면서 야당에선 비판이 나왔다.

당시 박근혜 캠프 일부 인사들은 대선 최대 리스크로 서 변호사를 지목할 정도였다. 이런 서 변호사가 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변호사 활동을 접으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여권에선 “서 변호사가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가짐을 자제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한 동안 서 변호사의 존재는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 서 변호사는 국민대 강의 등을 맡으며, 4년 만에 첫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언론서도 이런 서 변호사 행보를 주목했다.

그러던 찰나, 지난 8월 <뉴스타파>는 서 변호사가 2013년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진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 직접 개입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이 사건은 이금열 회장의 USB 메모리서 정관계 인사 로비 정황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지만, 결국 로비 대상 1명의 구속으로 흐지부지 끝났다. 서 변호사는 이금열 사건에 개입, 변호사비 흥정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측근들도 타깃
줄대기 정황도 


이와 관련된 내용은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청와대의 ‘서향희 동향 문건’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이 문건에선 철거왕 이금열 사건을 소개한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문제삼아 경고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당시 서 변호사 동향 문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한 서 변호사가 대통령의 후광을 받는 것을 참지 못하고 최씨가 또 다시 언론 등을 통해 '견제구'를 날렸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일각에선 당시 <뉴스타파>의 보도가 최씨의 작품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때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직전으로 최씨가 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공사를 쳤을’ 가능성도 나온다. 민정수석실서 주도해 ‘서향희 동향 문건’ 등을 언론에 흘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서 변호사를 견제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림자 실세 OUT
만사올통 OUT
문화계 황태자 OUT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 하던 차은택씨도 박 대통령과 가까워지자 최씨가 견제구를 날렸던 사람이다. 차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한때 최씨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이들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차씨와 박 대통령 만남이 잦아지면서 시작됐다.

한때 최씨의 최측근이었던 지인은 “차씨가 최씨 몰래 대통령을 만나다 몇 번 걸린 적이 있다”며 “당시 최씨가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차씨를 점점 멀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의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기자회견서 “어느 순간부터 차씨는 배제되고 (차씨의 후배 김성현씨)가 오히려 최씨의 오른팔 수하 역할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차씨 변호사는 “최씨 측이 차씨에게 ‘떠안고 가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최씨가 차씨를 쳐내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통해 사전 작업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5월 경부터 우 전 수석이 차씨가 단장으로 있던 창조경제추진단 문화창조융합본부를 수시로 드나들며 조사를 벌였다는 내부 관계자 증언이 나왔다. 사실상 '차은택 라인'으로 채워졌던 추진단서 차씨가 단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이 관련 비위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감히 울언니를?
돌연 사이 틀어져
 

민정수석실에선 차씨 관련 비위 행위는 수사하는 반면 최씨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최씨의 하명을 받고 차씨를 수사하며, 당시 단장직 등을 내려놓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씨에 놀아난 민정수석실
우병우 장모 입김설 ‘솔솔∼’ 

최순실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을 추천하는 내부 보고서를 받는 등 청와대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업무 중에는 최씨와 같은 대통령 측근을 감찰·관리하는 업무도 있는데, 최씨가 이 인사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TV조선은 최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입수한 청와대 인사 보고서 2매를 공개했다. 2014년 5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에는 당시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등 현직 참모들의 사진 및 프로필, 그리고 홍 수석 후임자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청와대 인사 개입 정황
생뚱맞은 사람들 추천?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 인사는 보고서가 최씨에게 넘겨진 이후 어느 시점에 결과가 바뀌었다. 문건에는 민정수석으로 곽상욱 당시 감사위원이 추천됐지만 실제는 김영한 전 대검 강력부장이 임명됐다.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처가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시 기흥CC서 함께 골프를 친 정황도 포착됐다. 골프를 한 시점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초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돼 약 8개월간 근무한 뒤 2015년 1월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씨와 최순실씨가 서로 친한 사이이며,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 최씨가 힘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현 정권 초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서 “우씨가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되는 과정에 최순실씨와 맺은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와 최씨가 함께 골프를 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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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