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3>

김동이, 일본 호빠 에이스가 되다!

전국 20여 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거기 가면 거의 죽어서 나온다고 하던데 ….”
 “매일 밤 전체 손님의 삼분의 일이 내 손님”


■ 손가락 잘린 형석이
형석이는 마지막까지 사쪼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끝내 야쿠자는 형석이를 끌고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야쿠자 사무실에 끌려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지마마 정우에게 같이 시장을 보러가자고 했다. 현재의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그곳의 분위기가 너무도 싫었기 때문이다. 정우에게 물었다.
“정우야, 형석이가 저렇게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형석이한테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긴 벌어질 것 같아. 거기 가면 거의 죽어서 나온다고 하던데 ….”
한국의 사채업자들에게 당해본 경험이 있는 나에게는 공포심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여기는 일본이었다. 한국사람 하나 ‘묻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형석이에 대해서 걱정했던 것은 나도 도망갈 궁리를 안 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는 도망가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형석이의 모습은 마치 미래의 내 모습 같았다. 그날은 일을 해도 다른 날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술도 먹고 싶지 않았고 웃음을 지어도 억지웃음이었다.
그날 퇴근 후 숙소로 가보니 형석이가 방에 누워있었다.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러나 형석이의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은 피멍으로 물들어 있는 데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형석이의 새끼손가락이 잘려 나갔다는 것이었다. 야쿠자가 그렇게 한다는 것은 무슨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의 내 앞에서 발생한 것이다. 흰색 붕대 사이로는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형석이의 사건을 접한 뒤로 나는 일본이라는 곳, 일본의 호스트빠라는 곳이 더더욱 싫어졌다.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떠날 수 있는 방법도, 떠날 수도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일본어도 전혀 못하던 상태였다. 특히 내가 어딜 가도 사쪼는 날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더 나를 공포에 짓눌리게 했다.
형석이는 충격 때문인지 며칠간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도 형석이에게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괜찮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괜찮을 리가 있는가. 내 손가락이 잘렸다고 생각하면 그 말조차 듣기 싫은 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석이는 예전과 똑같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형석이는 과거의 형석이가 아니었다.

■김동이, 에이스가 되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나도 점점 에이스가 되어 가고 있었다. 매일 밤 전체 가게 손님의 삼분의 일이 내 손님일 정도가 됐다. 팁도 매일 하루에 3만 엔에서 5만 엔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의 팁을 꾸준하게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는 ‘몸이라도 팔아라’고 말하던 사쪼도 이제는 나의 대한 경계심을 완전히 풀고 나를 제법 ‘대우’까지 해주었다. 이제는 다른 선수들에게 ‘동이 좀 닮아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는다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사쪼는 언제든 자기 선수들의 손가락까지 자를 수 있는 표독스러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빚에 대한 답은 보이질 않았다.
사채업자들은 자신들만의 이자 계산법을 가지고 있다. 사쪼는 나에게 한 달에 이자만 1000만원씩 갚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차대출을 통해서 고작 500만원의 돈을 빌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자만 1000만원이라니. 그들의 계산법에 따르면 나는 정말 평생을 일해도 그 돈을 다 갚기가 힘들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에이스면 뭐 하겠는가. 매일매일 돈 한 푼 못 벌고 빚만 갚아가고 있는 생활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지만 어쨌든 나는 정우 다음으로 가는 에이스가 되었다. 정우는 내가 넘을 수 없는 큰 산이었다. 정우는 탁월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를 다루는 부드러운 솜씨,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그 부드러운 말솜씨는 거의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그러다 보니 굵직굵직한 손님만 상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싸구려 술을 시키거나 혹은 정우에게 지나친 집착을 보이는 여자 손님들의 테이블에는 아예 앉지도 않았다. 정우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정우는 일본에 온 지 이미 3년이 넘었다. 그간 나고야, 오사카 등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쪼 역시 정우를 만난 건 호스트빠에서였다고 한다. 정우의 모습에 꽂힌 사쪼는 그에게 별도의 월급과 옵션까지 제공하면서 어렵게 자신의 가게로 데리고 왔다. 사쪼도 여자다. 내심 정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늘 부드러운 말투를 썼고 때로는 고분고분해지기까지 했다. 물론 정우가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값어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사쪼를 그저 사쪼 정도로만 대했다. 그 이상을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타인과의 심리적인 경계선을 긋는 것은 정우의 독특한 특징이자 매력이기도 했다. 정우는 늘 자신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했다. 선수든, 손님이든, 마마든, 사쪼든. 심지어 나조차도 100%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누구와 깊게 사귀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정우의 그런 모습이 더 멋있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정우도 아마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됐을 거라 생각됐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이 있어도 정우 같으면 그 진심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정우를 닮고 싶었다. 노래 한 곡이면 수십만 엔의 팁이 꽂히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질투심도 없었다. 정우가 날 도와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정우가 나에게서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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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