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엄격한 공직기강을 요구하는 감사원 공무원들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감사원 공무원들이 뇌물, 성매매 등의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이 외에도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음주운전,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감사원 공무원들이 내부 징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감사원 내부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 명은 나름 잘 나가고 있다.
2014년 6월 검찰이 철피아(철도+마피아) 사태 수사 과정에서 감사원 감사관 A씨가 철도 관련 납품 업체에게 억대 뇌물을 직접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헌법기관으로 공정성이 최우선시 되는 감사원 소속 감사관의 뇌물수수혐의는 파장이 컸다. A씨는 지난해 9월 2심에서 징역 6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성매매 해도…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감사원 감찰과 직원 B씨와 C씨가 피감기관인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술접대를 받고 성매매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난해 7월 이들은 성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검찰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 이어 감사원 자체징계서도 정직과 감봉 수준에 그쳤다. 감사원 감찰과에선 내부 직원들의 기강 단속을 위해 수시로 ‘문자’를 돌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관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계속 이어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같은 해 7월 경 감사청구조사국장(2급) 이모씨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씨는 당시 고향(경상도 추정)서 서울로 향하는 길에 음주운전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을 하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을 잤는데,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검찰로 통보했으며, 검찰서 그 처분결과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때 감사원은 자체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긴 했으나 이씨의 내부 징계를 '어물쩍'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국장(이씨)이 사고를 쳤음에도 사실상 다음해 인사에서 주요 보직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28일 감사원 정기 인사에서 고위 감사 공무원에 속하는 대변인(2급)으로 발령났다. 대변인은 감사원 사무처 직제서 기획조정실장, 특별조사국장, 재정경제국장과 함께 4대 주요 요직으로 통한다.
감사원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변인은 감사원의 스피커 역할을 맡기 때문에 ‘선임격’으로 불린다”며 “내부에선 승진인사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씨가 대변인으로 발령났을 당시 '의아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음주운전자로 내부 징계를 받은 사람이 감사원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기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수상한 인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 이씨가 대변인에 이어 감사연구원장(1급)으로 승진됐다. 감사연구원은 감사원 소속의 전문연구기관으로 감사제도와 방법에 관한 조사·연구 및 감사 인프라 구축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 마디로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던 사람이 감사원 ‘씽크탱크’ 수장이 됐다.
음주 운전한 고위 공무원 승승장구
투서 날아온 공무원 교수 요원으로
이씨가 사고 전력이 있음에도 문제없이 승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이완수 사무총장이라는 '뒷배'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사무총장과 이씨는 대구고 동문 선후배라는 특수 관계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인사’라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씨)이 음주운전으로 징계 받은 사실이 있다”며 “하지만 대변인이나 연구원장으로 갔다고 해서 승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대변인은 선임자리가 아니고, 연구원장도 주요요직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감사원은 국장들의 선임자리로 재정경제국장을 꼽았다. 그런데 정작 지난해 재정경제국에선 제1과장이었던 박모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날아든 투서로 인해 연초 인사 때 한국행정연구원으로 파견을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의 수상한 인사는 또 있다. 지난해 여름 공공감사운영단 제1과장이었던 배모씨가 감사 교육원으로 파견된 것.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정으로부터 감사원 직원 중 한 명이 문제가 있어 감사업무서 배제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직원이 바로 배씨인 것으로 전해진다. 배씨가 어떤 부적절한 처신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와 관련해 복수의 감사원 내부 관계자 역시 배씨가 감사원장 직권으로 감사업무서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배씨는 감사관임에도 불구하고 감사교육원 직제에 나와 있지 않은 교수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사고를 쳤기 때문에 감사업무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배씨는 감사교육원 교수요원으로 공무원 대상 감사 교육 및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감사업무에서 배제된 사람이 감사관들의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배 과장(배씨)은 당시 정기 인사로 파견 나간 것일 뿐”이라며 “배 과장이 감사교육원으로 왜 파견됐는지 가타부타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 과장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교육자로서 적절하다고 인사권자가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분
지난 10월10일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서 야당 의원들은 “감사할 것이 없다 (중략) 사고라도 치든가?”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감사원이 자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사고를 꾸준히 쳐왔는데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관리를 해온 것 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잡음이 있는 인사는 결국 감사원 전체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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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감사원 사고치면 교육원으로 유배?
황창현 감사원 원장의 교육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탓에 황 원장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유독 교육을 강조했다. 황 원장은 지난 2월 기자 회견에서 ‘높은 수준 교육’ ‘혹독하게 (중략) 평가 감사관 육성’ ‘보수 교육도 공격적’ 등의 단어를 쓰며 감사원 직원들에 대한 교육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감사원 내부 직원에 따르면 사고친 직원들 중 일부를 교육파견을 보내거나 감사교육원으로 인사를 내기도 한다. 감사교육원은 경기도 파주에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유배를 보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교육을 강조했던 황 원장이 사고친 직원들 중 일부를 감사교육원으로 근신을 시킨다는 후문이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