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연산군 시절이다. 온갖 폭정을 일삼던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되어 강화도 교동으로 쫓겨났다. 실록에는 연산군이 그곳에서 두 달만에 역병으로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역사 기록에 대한 이해를 위해 첨언하자. 역사 기록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사건이 역병과 지진 등이다. 이런 경우 대개 진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이롭지 못한 사실들을 위장하기 위해 그리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연산군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는 차치하고, 연산군이 왕의 시호를 받지 못한 이면에는 장녹수란 여인이 있었다. 노비 출신인 장녹수는 연산군을 종 대하듯 하면서 자신의 형부인 김효손에게 관직을 주는 등 국정을 농단하다 중종반정이 일어난 그 날 참형에 처해지고 재산을 모두 몰수당한다.
다음은 역시 왕의 시호를 받지 못한 광해군의 경우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어 강화도에 유배되었다가 제주도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광해군에게도 임금의 시호를 받지 못하는 과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여인이 있었다. 일전에 잠시 언급했던 김개똥, 즉 김개시란 여인이었다. 그녀 역시 광해군을 홀려 국정을 농단하고 인조반정이 성공한 그 날 참수형에 처해진다. 물론 그녀가 지니고 있던 모든 재산 역시 몰수된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국정 농단과 관련해 장녹수와 김개시가 무색할 정도로 무지막지한 여인이 등장했다. 바로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다. 이 두 인간 때문에 부전자전이란 사자성어가 생겨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난형난제다.
여하튼 최순실과 관련한 우스갯소리 한번 하자. 필자가 살필 때 최순실이 미쳤는지 혹은 그 집안이 개판인지 구분이 안 된다. 왜냐, 생전에 그녀의 아버지 최태민은 박 대통령을 가리켜 ‘영적인 부부’라고 했었다.
영적 부부란 어떤 사이를 지칭할까. 구체적으로 어떤 사이인지는 밝힐 수 없으나 영적이라 하면 이미 육체를 뛰어넘은 단계라는 사실만큼은 명약관화하다. 즉 최순실 입장서 살피면 박 대통령은 어머니뻘, 아니 어머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아내를 언니라고 부른다고 하니 그저 기가 찰 따름이다.
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해 살펴보자. 막상 살펴보자고 했으나 현재로서는 이렇다 단언할 수 없다. 날이면 날마다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새로운 일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어 그 종착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해도 장녹수와 김개시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결과다. 장녹수와 김개시는 반정 이후 곧바로 죽음을 맞이했고 재산 역시 몰수됐다.
그러나 지금 최순실과 그 일당들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영 개운하지 못하다. 여기저기서 봐주기식 수사 아니냐는 말이 흘러 다닐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거기에 더해 대통령이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최순실에 대한 법의 판결은 지극히 관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최순실에게 타당한 조처를 취해주자는 이야기다. 최순실 일가의 모든 재산을 몰수하되 최순실과 입국 예정인 정유라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만 취하고 석방하라.
그러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역사의 죄인인 그녀에게 역시 역사에 길이 남을 방식으로 조처를 취할 것이 자명하고 그 방식이 지극히 타당하다. 물론 그 일에 앞장 선 사람의 경우 당연히 국민의 이름으로 사면조치되리라 확신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