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마약에 취한 앵벌이 부추긴 의·약사 ‘입건’
구걸의 필수품? “‘마약 없인 못 살아”

구걸할 때 수치심 없애기 위해 마약류 ‘복용’
치사량 무시한 처방 의·약사 68명 무더기 적발

지하철 등에서 구걸을 하는 일명 앵벌이들이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구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뒤에서 치사량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약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데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마약류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처방·조제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방조 등)로 의사 김모(42)씨 등 의·약사 68명과 쪽방촌 거주자 배모(68·여)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마약류 복용 혐의로 이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의·약사들은 이씨가 지하철 등에서 구걸 행위를 하면서 수치심을 없앨 수 있도록 환각 목적으로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을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발급하고, 이에 따라 약을 조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씨의 친모라고 사칭, 이씨가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복용을 방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1년 7개월에 걸쳐 수도권 일대 내과병원을 돌아다니며 졸피뎀 3만여 정을 처방받아 환각 증세가 떨어질 때마다 복용하는 등 하루에만 70~120정을 복용한 후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중 이씨가 지난해 8월 중독 상태가 심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2개월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입수,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 전철 등지에서 이씨와 같이 졸피뎀을 복용하고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하는 앵벌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색동 바바리맨  출소 5개월 만에  또?
치마 입은 여자만 보면 ‘헬렐레’

여고생들 쫓아다니며 음란행위 한 30대 남성 덜미

서울 수색동 일대에서 여고생들을 쫓아다니며 20차례에 걸쳐 음란 행위를 해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치마 입은 여성들을 따라다니며 자위 행위를 하는 등 음란 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 등)로 고모(32)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강간죄로 3년간 복역하다 지난해 4월 출소한 뒤 5개월 만에 또 다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2차례에 걸쳐 수색동 일대에서 주택가를 중심으로 심야 시간과 등·하교 시간에 치마 입은 여성이나 교복 입은 여학생을 골라 뒤를 쫓아 다니거나, 바지를 내리고 자위 행위하는 모습을 보여 혐오감을 줬다. 또 고씨는 놀라 도망가는 여성들을 쫓아가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씨는 “치마 입은 여자를 보면 흥분된다”고 진술하는 등 성도착증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경찰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여죄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범죄 현장에 ‘대변’ 남겨 덜미
“어허~이런 ‘변’이 있나…”


지난주에는 ‘대변’과 관련된 황당한 사건 두 건이 발생해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먼저 서울 서초경찰서는 변호사 사무실을 전문적으로 털며 범죄 현장에 피가 섞인 ‘대변’을 보고 간 박모(38)씨를 지난 2일 구속했다.
‘범죄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잡히지 않는다’는 미신을 믿고 실제 행동에 옮겼다가 DNA 검사를 통해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

박씨는 지난해 4월20일께 서초구의 한 빌딩에 침입, 9군데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현금과 귀금속 600만원 상당을 훔치는 등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금품 3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범죄 현장이었던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바닥 등 2군데에 ‘대변’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박씨를 발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검거에 실패했지만 국과수에 박씨가 남긴 ‘대변’과 그의 DNA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의 배설물 이외에도 또 다른 사무실에서 발견된 피다 만 담배, 머리카락에서도 박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 “일반적으로 대변에서는 DNA가 검출되지 않지만 박씨가 남긴 배설물에는 혈액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절도범들 사이에서 범죄 현장에 대변을 보면 잡히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에 대변을 남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무개념 종결자 ‘목똥남’ 사연이 퍼져 화제를 모았다.

과천 제2정부청사 지하에 위치한 체력단련장 안 샤워실에 한 사용자가 대변을 본 후 대야를 덮어놓고 도망친 사건을 일컫는 ‘목똥남 사건’은 범인이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목똥남 사건은 체력단련장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이 메모를 남겨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화원은 메모를 통해 “목욕탕 바닥에 똥 싸놓고 세숫대야로 덮어 놓으신 분 시원하셨던가요?”라면서 “지척에 있는 화장실도 못 가실 만큼 급하셨나요? 설사도 아니던데”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청소 아줌마가 봉인가요. 뒷처리는 하실 만한 연세 같은데. 공무원 타이틀이 아깝네요”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놀라움과 함께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무개념 종결자다” “목똥남을 찾습니다” “목똥남이 누구인지 완전 궁금하다” “얼마나 급했으면…”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미인계 주부 사기 도박단 덜미 내막
“우리는 ‘날씬이파’예요!”


미인계와 마약을 이용해 사기 도박을 벌여 수억원을 편취해 온 주부 도박단 ‘날씬이파’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일 미인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한 뒤 마약을 이용한 사기 도박으로 약 3억5000만원을 뜯어낸 주부 도박단 A(57·여)씨 등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인계를 이용, 덤프 트럭 운전자 B(63)씨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마약류인 약을 탄 술이나 커피를 마시게 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 뒤 사기 도박을 벌여 약 1억5000만원을 편취했다. 또 비슷한 수법을 이용해 C(63·여)씨를 상대로 약 2억원을 뜯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강남 일대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기 도박단 ‘날씬이파’의 조직원들로 도박장을 관리하는 ‘하우스장’부터 대상을 물색해 유인하는 ‘미인계’, 함께 도박을 하면서 패를 조작하는 ‘기술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B씨는 생계 수단이었던 덤프 트럭을 처분하고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마련해 갚은 뒤 지방으로 이사했고, C씨 역시 도박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행방을 감춘 채 도피 중인 나머지 조직원 8명에 대해 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생 상대로 한 ‘음란선생’ 검거
“밤이면 밤마다 왜 이러세요”

학원장이 밤마다 학원생에 상습 ‘음란 전화’ 
성적 수치심 유발하는 말 건네 부모가 신고

40대 학원장이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10대 여학생에게 한밤중 상습적으로 음란 전화를 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일 미성년자에게 상습적으로 음란 전화를 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로 부산 모 학원 이모(43) 원장을 검거했다.
이씨는 지난달 20일부터 늦은 밤 학원생인 A(13·여)양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수차례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이 같은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A양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를 검거했다. 당초 이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통화 내역을 발췌하고 참고인 진술 등을 진행한 결과 범행이 입증됐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해 2월에도 미성년의 학원생을 학원으로 불러내 강제 추행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 다른 학원생을 상대로 범죄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8년 전 성폭행 해결한 의지의 경찰
단순 절도 용의자가 8년 전 성폭행도?

1만2000원 훔친 찌질한 도둑이 8년전 성폭행범
경찰의 기지로 성폭행 공범까지 찾아내 구속돼

순천경찰서는 최근 적극적으로 끈질긴 수사를 펼쳐 단순 절도 사건 용의자가 8년 전 여대생 기숙사에 침입해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8일 배모(30)씨는 순천시 남정동 모 대학 기숙사 1층에 침입, A양의 지갑에서 현금 1만2000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CCTV와 탐문 수색 끝에 배씨를 긴급 체포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 배씨가 단돈 1만2000원을 위해 여자 기숙사에 침입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

경찰은 배씨의 다른 여죄에 의심을 갖고 배씨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배씨의 DNA는 8년 전인 2003년 11월 같은 기숙사에 침입해 B양을 성폭행한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배씨가 8년 전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임을 파악한 경찰은 당시 피해자 진술과 조사 내용을 갖고 배씨를 추궁한 끝에 공범 조모(30)씨까지 긴급 체포했다.

경찰의 집요한 수사가 자칫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한 여대생 기숙사 성폭행범 검거로 이어진 것. 한편, 순천경찰서는 지난 2일 배씨와 조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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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