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마약에 취한 앵벌이 부추긴 의·약사 ‘입건’
구걸의 필수품? “‘마약 없인 못 살아”

구걸할 때 수치심 없애기 위해 마약류 ‘복용’
치사량 무시한 처방 의·약사 68명 무더기 적발

지하철 등에서 구걸을 하는 일명 앵벌이들이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구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뒤에서 치사량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약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는 데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마약류 의약품을 무분별하게 처방·조제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방조 등)로 의사 김모(42)씨 등 의·약사 68명과 쪽방촌 거주자 배모(68·여)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마약류 복용 혐의로 이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의·약사들은 이씨가 지하철 등에서 구걸 행위를 하면서 수치심을 없앨 수 있도록 환각 목적으로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을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발급하고, 이에 따라 약을 조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배씨는 이씨의 친모라고 사칭, 이씨가 처방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복용을 방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1년 7개월에 걸쳐 수도권 일대 내과병원을 돌아다니며 졸피뎀 3만여 정을 처방받아 환각 증세가 떨어질 때마다 복용하는 등 하루에만 70~120정을 복용한 후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던 중 이씨가 지난해 8월 중독 상태가 심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2개월간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이 이 같은 사실을 입수, 수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수도권 전철 등지에서 이씨와 같이 졸피뎀을 복용하고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하는 앵벌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색동 바바리맨  출소 5개월 만에  또?
치마 입은 여자만 보면 ‘헬렐레’

여고생들 쫓아다니며 음란행위 한 30대 남성 덜미

서울 수색동 일대에서 여고생들을 쫓아다니며 20차례에 걸쳐 음란 행위를 해온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치마 입은 여성들을 따라다니며 자위 행위를 하는 등 음란 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 등)로 고모(32)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강간죄로 3년간 복역하다 지난해 4월 출소한 뒤 5개월 만에 또 다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22차례에 걸쳐 수색동 일대에서 주택가를 중심으로 심야 시간과 등·하교 시간에 치마 입은 여성이나 교복 입은 여학생을 골라 뒤를 쫓아 다니거나, 바지를 내리고 자위 행위하는 모습을 보여 혐오감을 줬다. 또 고씨는 놀라 도망가는 여성들을 쫓아가 엉덩이를 만지기도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씨는 “치마 입은 여자를 보면 흥분된다”고 진술하는 등 성도착증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경찰은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여죄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범죄 현장에 ‘대변’ 남겨 덜미
“어허~이런 ‘변’이 있나…”


지난주에는 ‘대변’과 관련된 황당한 사건 두 건이 발생해 네티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먼저 서울 서초경찰서는 변호사 사무실을 전문적으로 털며 범죄 현장에 피가 섞인 ‘대변’을 보고 간 박모(38)씨를 지난 2일 구속했다.
‘범죄 현장에서 대변을 보면 잡히지 않는다’는 미신을 믿고 실제 행동에 옮겼다가 DNA 검사를 통해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

박씨는 지난해 4월20일께 서초구의 한 빌딩에 침입, 9군데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현금과 귀금속 600만원 상당을 훔치는 등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금품 3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범죄 현장이었던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바닥 등 2군데에 ‘대변’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사건 현장을 배회하는 박씨를 발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검거에 실패했지만 국과수에 박씨가 남긴 ‘대변’과 그의 DNA 감정을 의뢰한 결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씨의 배설물 이외에도 또 다른 사무실에서 발견된 피다 만 담배, 머리카락에서도 박씨의 DNA가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 “일반적으로 대변에서는 DNA가 검출되지 않지만 박씨가 남긴 배설물에는 혈액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절도범들 사이에서 범죄 현장에 대변을 보면 잡히지 않는다는 미신 때문에 대변을 남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무개념 종결자 ‘목똥남’ 사연이 퍼져 화제를 모았다.

과천 제2정부청사 지하에 위치한 체력단련장 안 샤워실에 한 사용자가 대변을 본 후 대야를 덮어놓고 도망친 사건을 일컫는 ‘목똥남 사건’은 범인이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되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목똥남 사건은 체력단련장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이 메모를 남겨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화원은 메모를 통해 “목욕탕 바닥에 똥 싸놓고 세숫대야로 덮어 놓으신 분 시원하셨던가요?”라면서 “지척에 있는 화장실도 못 가실 만큼 급하셨나요? 설사도 아니던데”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청소 아줌마가 봉인가요. 뒷처리는 하실 만한 연세 같은데. 공무원 타이틀이 아깝네요”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놀라움과 함께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무개념 종결자다” “목똥남을 찾습니다” “목똥남이 누구인지 완전 궁금하다” “얼마나 급했으면…” 등의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미인계 주부 사기 도박단 덜미 내막
“우리는 ‘날씬이파’예요!”


미인계와 마약을 이용해 사기 도박을 벌여 수억원을 편취해 온 주부 도박단 ‘날씬이파’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3일 미인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한 뒤 마약을 이용한 사기 도박으로 약 3억5000만원을 뜯어낸 주부 도박단 A(57·여)씨 등 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및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인계를 이용, 덤프 트럭 운전자 B(63)씨를 도박판에 끌어들여 마약류인 약을 탄 술이나 커피를 마시게 해 정신을 몽롱하게 만든 뒤 사기 도박을 벌여 약 1억5000만원을 편취했다. 또 비슷한 수법을 이용해 C(63·여)씨를 상대로 약 2억원을 뜯어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강남 일대를 무대로 활동하는 사기 도박단 ‘날씬이파’의 조직원들로 도박장을 관리하는 ‘하우스장’부터 대상을 물색해 유인하는 ‘미인계’, 함께 도박을 하면서 패를 조작하는 ‘기술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사기 행각으로 B씨는 생계 수단이었던 덤프 트럭을 처분하고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마련해 갚은 뒤 지방으로 이사했고, C씨 역시 도박 빚에 시달리다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행방을 감춘 채 도피 중인 나머지 조직원 8명에 대해 추적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생 상대로 한 ‘음란선생’ 검거
“밤이면 밤마다 왜 이러세요”

학원장이 밤마다 학원생에 상습 ‘음란 전화’ 
성적 수치심 유발하는 말 건네 부모가 신고

40대 학원장이 자신의 학원에 다니는 10대 여학생에게 한밤중 상습적으로 음란 전화를 걸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일 미성년자에게 상습적으로 음란 전화를 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위반)로 부산 모 학원 이모(43) 원장을 검거했다.
이씨는 지난달 20일부터 늦은 밤 학원생인 A(13·여)양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을 수차례 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이 같은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고, A양 부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를 검거했다. 당초 이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통화 내역을 발췌하고 참고인 진술 등을 진행한 결과 범행이 입증됐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지난해 2월에도 미성년의 학원생을 학원으로 불러내 강제 추행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 다른 학원생을 상대로 범죄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8년 전 성폭행 해결한 의지의 경찰
단순 절도 용의자가 8년 전 성폭행도?

1만2000원 훔친 찌질한 도둑이 8년전 성폭행범
경찰의 기지로 성폭행 공범까지 찾아내 구속돼

순천경찰서는 최근 적극적으로 끈질긴 수사를 펼쳐 단순 절도 사건 용의자가 8년 전 여대생 기숙사에 침입해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8일 배모(30)씨는 순천시 남정동 모 대학 기숙사 1층에 침입, A양의 지갑에서 현금 1만2000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CCTV와 탐문 수색 끝에 배씨를 긴급 체포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을 발견했다. 배씨가 단돈 1만2000원을 위해 여자 기숙사에 침입했을 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

경찰은 배씨의 다른 여죄에 의심을 갖고 배씨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결과 배씨의 DNA는 8년 전인 2003년 11월 같은 기숙사에 침입해 B양을 성폭행한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결국 배씨가 8년 전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임을 파악한 경찰은 당시 피해자 진술과 조사 내용을 갖고 배씨를 추궁한 끝에 공범 조모(30)씨까지 긴급 체포했다.

경찰의 집요한 수사가 자칫 미제 사건으로 묻힐 뻔한 여대생 기숙사 성폭행범 검거로 이어진 것. 한편, 순천경찰서는 지난 2일 배씨와 조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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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