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2011 연예인 X파일 & X파일 변천사

미확인 정보 수두룩…사실이든 아니든 가슴엔 ‘피멍’


최근 ‘연예인 X파일’ 4탄이 무차별 유포되고 있어 연예계가 비상에 걸렸다. 지난 2005년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예인 X파일’ 사건 이후 2008년, 2010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연예인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폭로하고 있는 ‘연예인 X파일’ 4탄은 이니셜로 처리했으나 글의 말미에 실명을 거론해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 루머의 수준을 넘어 갈수록 위험천만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는 ‘연예인 X파일’의 변천사를 들춰보았다. 

2005년 1탄  리포터 인터뷰 토대로 광고회사가 제작
2008년 2탄  1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 허술


2005년 ‘연예인 X파일’ 1탄

‘연예인 X파일’의 원조 격으로 2005년 1월 한 광고회사 측이 리포터 8명의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국내 정상급 연예인 99명에 대한 사적인 정보와 그들을 둘러싼 소문에 관한 문건을 만들었다.‘광고 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Depth Interview 결과 보고서’라는 이 문건은 113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문서다.

이 문서는 다시 PDF로 변환돼 있다. 각 모델별로 사진 이름, 현재 위치, 비전, 매력·재능, 자기 관리, 소문 등 총 7개 항목으로 분류, 각 항목별로 별점 형태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이 자료는 “광고 모델에 관한 자료 수집을 통해 모델로서의 가치를 파악하고, 모델 계약 이후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미연에 관리하여 광고주의 Risk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음”이라고 조사 목적을 밝히고 있다.

또 심층 인터뷰를 자료 수집 방법으로 사용하고, 통신사 기자와 스포츠지, 유명 TV연예 프로그램 리포터 등 총 10명·응답 대상자로 참여했다고 게재돼 있다. 이 자료에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풍문 등이 여과 없이 담겨 있다. ‘마약 사건 연루 시 XXX씨와 XX기업에서 돈을 들여 구명해 줬다는 설’ ‘모 기획사 사장과 연인 관계’‘레즈비언 설’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나열했다. 또 매력·재능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작성자의 신체적 결함, 연기력 등에 관한 주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2008년‘연예인 X파일’ 2탄

‘연예인 X파일’ 1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해 아마추어가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X파일 상단에 ‘Y뉴스 기자들의 개인 비밀 노트를 무단 복사한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연예인 X파일’ 2탄의 내용을 보면, 일부 톱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남성 편력, 연예인 부부들의 뒷얘기와 곧 결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연예인 커플들, 연예인 커플들의 파경설과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실제 생활로 이어져 동거설이 나돌고 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특히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자 톱스타 A양의 경우 그녀의 사생활과 그간 그녀와 염문에 휩싸였던 남자 연예인들이 자세히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A양은 평소 술자리에서 술버릇이 고약하고, 일단 술에 취하면 앞뒤를 안 가리고 ‘가는’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운동선수를 ‘잡아먹는’ 킬러라는 것. 지난 99년 12월 모 호텔에서 있었던 패션쇼가 끝난 뒤 당시 모델로 출연했던 A양과 운동선수 B씨가 호텔 17층으로 동시에 올라가는 것이 목격돼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당시 A양을 인터뷰하기로 한 방송사의 PD는 A양이 갑자기 사라져 AD와 FD를 시켜 찾게 했는데, 당시 FD가 17층으로 올라갔고 옆에 B씨도 같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A양의 소속사 대표는 “못 본 것으로 해달라”며 담당 PD에게 애걸복걸.  B씨도 당시 소속팀 단장에게 “처신에 조심하라”며 따끔하게 주의를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탤런트 D씨는 몸 팔고 CF를 따낸 것으로 나와 있다. 모 그룹 C회장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색가로 유명. C회장을 거쳐간 연예인들은 주로 그룹 계열사의 광고 주인공으로 등장한 여자 연예인들이 대부분. 특히 유명한 사건은 지난 99년 모 광고사건. 당시 모 그룹 광고 계열사인 H사는 다른 여자 연예인을 염두에 두고 스토리 보드까지 완성한 상태에서 갑자기 그룹 회장의 지시로 탤런트 D씨를 광고 주인공으로 발탁. D씨는 최고급을 지향하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당시 작업을 했던 AE와 감독 등이 엄청 애를 먹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C회장의 채홍사 역할을 하는 사람은 H사의 국장으로 일하는 P씨인데 지난해 10월 H사의 대규모 감원 때도 P국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 고래심줄을 과시했다고. 특히 P국장은 C회장 말고도 그룹의 회장단에게도 골고루 여자를 분배해, C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사장단에게도 엄청 총애를 받고 있다고 함. 이외에도 ‘최근 A양과 B군이 헤어진 진상은?’ ‘C양의 낙태설’ 등 확인되지 않은 저급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2010년‘연예인 X파일’ 3탄

‘연예인 X파일’ 1탄에 이어 ‘연예인 X파일’ 2탄의 후속 판으로 불리고 있다. 2009년 말 “인터넷에 ‘연예인 X파일’ 3탄이 돌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했던 괴문서가 급기야 2010년 2월 초 한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버젓이 게시됐다. 게시물은 연예인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낭패를 보고도 남을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일부 떠도는 소문과 함께 소문의 주인공인 연예인들의 실명이 병기돼 그 심각성을 더한다. 문서에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해당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펄쩍 뛰고도 남을 만한 허위 내용들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괴문서에 올라온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열애 기사가 터졌지만 극구 부인한 가수 A양과 탤런트 B군은 아직도 교제를 하고 있다. 홍대 근처에서 자주 목격된다. 개그맨 C군과 방송인 D양은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기로 유명하며 최근 D양이 C군의 소속사로 옮겼다. C군이 D양을 방송에 많이 꽂아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 3탄  소문으로 떠도는 허위 내용들 담겨
2011년 4탄  과거와 달리 무시무시한 확산 문제

평소 어린 연예인들에게 들이대기로 유명한 가수 E군은 연예인 F양에게도 들이댔다. 일부러 가수들만 참석하는 파티를 만들고 F양과 같은 기획사 연예인들을 시켜 F양도 참석하게 한 다음 파티 내내 F양을 옆에 앉혀놓고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사귀지 못했다. 가수 I양은 걸그룹에 들어온 것 자체가 부모의 힘이 컸다. 아빠가 연예 투자자여서 소속사와도 친분이 두터워 소개로 오디션도 없이 바로 합격했다. 집이 부자여서 성격이 좀 제멋대로인 편이다. 물론 소속사 교육 아래 현재 말썽부리는 일은 없다.

가수 J군은 소문처럼 걸그룹 멤버 K양과 사귀는 것이 아니다. 현재 연상 일반인 여자 친구가 있다. 가수 M양은 화장품 모델 발탁 언론 발표 훨씬 이전에 계약이 성사됐다. 지면 촬영에 맞춰서 성형하고 조용히 묻으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닌 데다 생방송으로 이미 알려지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성형 사실을 밝혔다.  방송에 얼굴 상태가 나가고 네티즌 때문에 난리가 났을 때 소속사와도 마찰이 심했고 본인이 방송 은퇴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이외에도 ‘가수 H양 방광염’ ‘다수 연예인들 수면 마취제 중독’ 등 확인되지 않은 저급한 내용들이 실려있다.

2011년‘연예인 X파일’ 4탄

과거 ‘연예인 X파일’이 사이버 상에서 확산됐다면 이번 ‘연예인 X파일’ 4탄은 스마트폰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퍼졌다. 수많은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연예인 X파일’ 4탄은 빠르게 전파됐다. ‘연예인 X파일’ 4탄에는 입이 쩍 벌어질 만한 톱스타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카더라’ 통신을 짜깁기한 수준이라 신빙성은 없지만 톱스타들의 은밀한 사생활이라 뜨거운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자극적인 내용들이다.


탤런트 B양과 C군은 해외 촬영장에서 같은 호텔방을 사용했다. 이들과 함께 촬영차 해외에 다녀온 제보자에 따르면 B양과 C군이 같은 방에서 나오는 것을 여러 번 목도했지만 처음엔 단순히 대본 연습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이내 눈치채게 됐다. 호텔 로비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모이기로 한 날, 벌건 대낮에 B양이 젖은 머리를 한 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5분 후 똑같이 머리가 젖은 C군이 모습을 드러냈고, 마치 B양을 그날 처음 본 사람인 듯 대하며 눈에 띄게 과장된 ‘발연기’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살인 눈웃음과 폭풍 비주얼로 남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H양의 실제 성격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지경. 빵빵한 소속사 백을 믿어서인지 선배 앞에서 목에 깁스하는 센스는 물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뒤통수에 대놓고 욕하는 대담한 스킬까지 콤보로 겸비했다. 최근엔 소속사 오라버님들에게 배운 ‘구름과자’의 세계에 푹 빠져 줄담배 신공도 펼친다. 여자 선배들에게는 이처럼 무서운(?) 후배지만 남자 선배들에게는 또 이처럼 달콤한 후배도 없다.

이외에도 ‘참한 이미지의 꽃미남 아이돌 A군이 룸살롱 중독이다’ ‘남성 톱스타 B씨가 은밀한 부위의 질환으로 인해 비밀리에 병원을 찾았다. 중요 부위를 키우는 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으로 심각한 염증을 앓고 있다’ ‘연기력에서 손꼽히는 톱스타 C양이 올해만 두 차례나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갔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D군이 중학생 시절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다’ ‘이혼녀 연기자 H씨가 나이 어린 로드매니저와 살림을 차렸다. 남자 밝힘증이 있는 H양의 매니저는 낮에는 매니저로, 밤에는 서방 노릇을 하느라 몸이 많이 축났다’ 등 자극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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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