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가 드디어 입국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씨는 그동안 국정 개입 의혹으로 국가를 뒤흔들었던 장본인이다. 최씨는 변호사를 통해 조만간 검찰에 출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지 초미의 관심사다.
‘비선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최순실씨가 지난 30일 오전 7시30분 전격 귀국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최씨가 브리티시에어라인 항공편으로 영국 히드로공항서 자진 귀국했다”고 밝혔다.
갑자기 왜?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서초동 사무실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겠으며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며 “자신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좌절과 허탈감을 가져온 데 대해 깊이 사죄드리는 심정을 표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최씨가 혐의를 인정하는지에 대해선 “앞으로 수사될 부분에 대해선 변호인으로서 말씀드릴 수 없다. 앞으로 수사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독일이 아닌 영국서 귀국한 배경에 대해서는 “독일, 덴마크, 벨기에 등 (체류 장소에 대한) 온갖 소문이 돌아 독일서 런던을 가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현지서도 언론의 추적이 심해서 독일서 런던으로 갔다가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역시 이 변호사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씨는 이날 오전 7시35분께 브리티시에어웨이 항공편으로 런던에서 전격 귀국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약 석 달 만이다. 이날 귀국에 딸 정유라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최씨는 자신으로 인해 국내에서 큰 파문이 일자 지난달 3일 독일로 출국해 숨어 지내다가 언론 추적 등이 심해지자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최씨를 소환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현재 최씨가 건강이 좋지 않고 장시간 여행 시차 등으로 지쳐 있으므로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씨가 몸을 추스를 수 있도록 출석 유예 기간을 공식 요청함에 따라 검찰 소환조사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왜 체포하지 않았나?
청와대는 또 알고도 모른척?
여론은 최씨의 비밀 귀국에 대해 분노감과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왜 긴급체포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건강이 호전돼서 귀국 했나” “청와대는 알고 있었느냐”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도 최씨의 비밀 귀국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금 당장에라도 검찰에 출두해서 엄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 인터뷰를 진행할 힘은 남아 있고 검찰수사를 받을 정도의 건강상태는 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입 맞추기 시간을 주면 수사결과는 뻔하다”며 “검찰에 촉구한다. 지금 당장 긴급체포해서 검찰 보호 아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검찰은 오늘 아침 급거 귀국한 최순실씨를 인천공항서 바로 긴급체포했어야 했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최순실은 지금 어디 있나? 청와대에 있나? 모처에서 공범들과 증거인멸 중인가”라며 “검찰에게 최순실씨는 여전히 ‘대통령 최측근 실세’인가”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의 국방·외교·경제·대북 관련 기밀 문건을 사전 열람하는 등 국정농단 의혹의 장본인이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깊이 개입하고, 이들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개인 회사인 더블루K·비덱코리아 등을 통해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딸 정씨의 이화여대 입시 관련 자료를 미리 받아보고 정씨가 합격하도록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또한 불거졌다.
피의자 아닌가?
최씨가 예상보다 일찍 귀국함에 따라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속도전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진행된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에 이어 최씨와 차은택씨의 검찰 출석이 예정되면서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편 청와대와 검찰이 합심해 꼬리 자르기 등 서둘러 증거를 인멸하고, 봐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