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 둘러싼 '소문과 진실'

소문이 곧 진실로 "어디까지가 팩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이 최씨라는 것. 그런데 최씨를 움직인 것은 딸 정유라씨였다. 최씨를 둘러싼 비리와 특혜 의혹이 딸 정씨와 연관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정한 비선은 정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이렇다할 해명도 없이 잠적해 있다가 지난 30일, 전격 귀국했다.

“웃고 있는 내 아들 벌써 하늘에서 주신 천사가 25주나 되었어요. 더 이상 숨길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이제 밝히고자 해요. (중략)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제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중략)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습니다.”

언제 임신했나?
아이 출산설은?

2015년 1월8일 ‘유연’이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유연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그 동안 항간에 정씨의 임신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정씨가 쓴 페이스북의 글을 보면 임신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먼저 정씨와 이 페이스북의 유연이라는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정씨의 페이스북에 나와 있는 사진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정씨의 사진들을 비교했을 때 얼핏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와 유연은 동일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승마연맹에 올라온 사진과 유연의 사진이 일치한다. 항간에 ‘최씨가 딸 정씨의 성형 날짜까지 무당한테 물어봤다’는 소문 중에 정씨가 성형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페이스북에 쓴 대로 병원서 ‘임신 25주차’ 진단을 받았다면, 태아는 2014년 7월26일∼8월4일 사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예정일은 2015년 4월23일. 정씨가 예정대로 출산했다면 이 아기는 지금 18개월이다.

언론들의 추적 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 모녀가 ‘어린 아이’와 독일서 생활하며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보건 당국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 정씨가 승마 훈련을 하기로 계약한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 소유주는 “정씨가 지난해 10월께 아동학대를 의심받아 독일 헤센주 보건당국의 방문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좁은 별채 공간서 갓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받아야 하는 검진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는 지난해 4월께 독일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가 최근까지 머무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그라벤비젠베크가의 주택에선 어린이 진료와 관련된 병원 영수증이 나왔다. 어린이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정씨의 출산설은 사실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루머만 무성…하나씩 밝혀지는 사실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들 두고 ‘진실공방’

정씨의 페이스북에는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신모씨와 커플티를 입은 채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는 본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를 게재해 놓았다. 이 둘의 비밀 결혼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 후 독일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는 독일의 ‘비덱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의 신용평가보고서에 미스(Miss)가 아닌 미세스(Mrs)로 기재돼 기혼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정씨와 결혼했다는 정황은 신씨의 SN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신씨는 2개의 글을 게재했다. 첫 번째 글에는 하트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got married’(결혼했음)라고 적어 놓았으며, 두 번째 글에는 말 두 마리가 검은색 개를 바라보는 사진을 올려놨다.
 

첫 번째 글을 통해 신씨가 어디에 거주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 표시된 그의 위치는 독일의 오베루셀(Oberursel)이다. 오베루셀은 최씨와 정씨의 호텔이 있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인근 ‘타우누스’의 지명이다.

정유라 남편
그의 정체는?

신씨가 ‘got married'라는 글을 올렸으며, 위차상 최씨와 정씨 모녀의 최후 목격 장소라는 점에서 신씨와 정씨가 현재 함께 은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둘이 결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는 정씨와 같이 승마선수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승마를 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네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씨가 휴대폰 판매원도 했고, 나이트 삐끼(호객행위)도 했다는 것. 최씨가 정씨의 출산을 반대했을 정도로 집안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씨는 국대에 들어와 한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사실 관계가 드러나자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서 특혜를 받았던 정씨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대는 그동안 “정씨가 국제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결석해도 출석과 학점을 인정해줬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정씨가 결석한 까닭이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라 임신과 육아, 결혼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대 측 해명과 달리, 정씨는 입학 이후 한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승마연맹 출전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임신과 출산 전후로 추정되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단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정씨는 올 1학기에도 열리지도 않은 경기 출전 기록까지 제출해 출석을 대체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제 얼마나
대기업 후원?

정씨가 오랫동안 삼성의 후원을 받아 왔다는 말도 있다. 먼저 정씨가 독일서 임대계약을 맺은 승마장 대표에게 "삼성으로부터 200억 후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K스포츠재단이 최씨 개인회사를 위해 대기업에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황은 이미 나왔다. 이 외에도 올해 초 유럽의 승마 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정씨를 위해 ‘비타나V’ 말을 구입했고, 독일에 승마장까지 구입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삼성과 정씨와의 관계가 거론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삼성이 정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그런 찰나에 정씨의 국제승마연맹(FEI) 선수 소개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돼 있어 논란이 증폭됐다. 문제가 된 정씨의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삼성은 정씨가 독일서 전지 훈련할 수 있도록 승마장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며, 당시 삼성승마단은 경기 출전이 아닌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라가 삼성 소속 승마단이라고 프로필에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오너 일가가 대대로 승마를 즐겨왔다. 이건희 회장도 승마를 즐겼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진짜 비선은 최씨 아닌 정씨?
찌라시 내용들 믿어도 되나

정씨의 국제 승마연맹 선수 소개 프로필은 논란은 더 있다. 프로필의 친인척 소개란에는 ‘아버지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Her father Jeong Yun-Hoe has served as an aide to Park Geun-Hye,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고 적혀 있다.

이 문장의 참고자료는 2014년 12월 3일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기사(hani.co.kr, 03 Dec. 2014)로 돼 있는데 정씨가 아닌 다른 이가 이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는 정윤회씨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논란이 뜨거웠던 시기다.

정씨의 개명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개명전 이름은 정유연이었다. 그런데 개명한 사실조차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해 6월12일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 이유 또한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선 종교적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정씨의 개명 시기는 상당한 논란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1학년 중반쯤 되던 때다.

최근 고등학교 때 올린 그녀의 SNS글(“돈도 실력…니네 부모를 원망해”)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씨는 특권층 자녀로서 누리는 특혜와 특유의 태도 때문에 학우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줄곧 매도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녀는 권력의 비선서 권력과 특혜를 누렸지만, ‘비선’이 지녀야 하는 그림자 노릇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자취를 지우고 존재를 세탁하는 방식으로 개명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명을 하는 데 특별한 자격이나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오해를 부르거나 촌스럽거나 하여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장애가 된다면 개명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대법원이 길을 열어놨다.

개명은 왜 했나?
종교적 이유 때문?

하지만 이름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취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씨의 할아버지인 최태민씨다. 그는 7번이나 개명했다.

일제 순사(최태민씨는 1990년 우먼센스와의 전화인터뷰서 자신의 부친이 독립운동가였다고 주장), 해방 후 경찰관, 기업가, 교육자, 종교인(승려, 목사, 불교 천도교 기독교를 합한 신생 영생교 교주) 등 경이롭게 직업을 전전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최태민 이전에는 '퇴운'이란 이름만이 알려져 있다. 복잡한 최태민씨의 개명사를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꼬리를 자르며 내달려온 인생이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특혜 입학 의혹'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교육부가 ‘정유라 특혜 의혹’ 조사 기간을 3주로 설정하고 지난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유라씨와 같은 시기에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에 응시한 학생들, 학칙 개정과 이를 소급 적용하면서 혜택을 받은 학생들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지난 21일 ‘사안조사 실시 통보’란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며 “현재 교육부가 요구한 자료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감사 등에서 정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여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해 왔다. 주로 이화여대 학칙과 정씨 관련 서류들이었다. 교육부의 조사 착수는 1차 자료 검토서 조사 필요성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당시 수시 체육특기자 합격자 전원에 대한 입학 자료를 요구했다. 정씨에 대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입학 당시 체육특기자 지원자는 116명이었다.

이대 수시 체육특기 합격
3주간 공식 조사에 착수

서류 심사에서 21명을 뽑았고, 서류 심사 점수 80%와 면접 2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 6명을 가렸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부터 승마 특기생을 뽑기로 결정했는데, 유일하게 정씨만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류 마감시한 이후에 받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6월 학칙 개정에 따라 영향을 받은 학생들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화여대는 지난 6월 출석하지 않아도 보고서 등을 제출하면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학칙은 3월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덕분에 정씨는 지난해까지는 평점 0.11로 제적 위기에 몰렸다가 올해 1학기 성적이 2.27로 껑충 뛰었다.

교육부의 조사 기간은 3주다.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으므로 다음달 11일(금요일) 마무리된다. 따라서 다음달 14일, 늦으면 수능(17일) 이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표되는 다음달 28일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만으로는 조직적인 입시 부정이나 특혜를 밝혀내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 측의 해명대로 ‘학사운영 부실’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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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