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 둘러싼 '소문과 진실'

소문이 곧 진실로 "어디까지가 팩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순실씨는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이 최씨라는 것. 그런데 최씨를 움직인 것은 딸 정유라씨였다. 최씨를 둘러싼 비리와 특혜 의혹이 딸 정씨와 연관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정한 비선은 정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정씨는 이렇다할 해명도 없이 잠적해 있다가 지난 30일, 전격 귀국했다.

“웃고 있는 내 아들 벌써 하늘에서 주신 천사가 25주나 되었어요. 더 이상 숨길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이제 밝히고자 해요. (중략)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할 수 있어요. 이 세상에서 제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중략)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습니다.”

언제 임신했나?
아이 출산설은?

2015년 1월8일 ‘유연’이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유연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정유연에서 정유라로 개명했다). 그 동안 항간에 정씨의 임신설이 소문으로 돌았다. 정씨가 쓴 페이스북의 글을 보면 임신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먼저 정씨와 이 페이스북의 유연이라는 사람이 동일인물인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정씨의 페이스북에 나와 있는 사진과 시중에 떠돌고 있는 정씨의 사진들을 비교했을 때 얼핏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씨와 유연은 동일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승마연맹에 올라온 사진과 유연의 사진이 일치한다. 항간에 ‘최씨가 딸 정씨의 성형 날짜까지 무당한테 물어봤다’는 소문 중에 정씨가 성형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페이스북에 쓴 대로 병원서 ‘임신 25주차’ 진단을 받았다면, 태아는 2014년 7월26일∼8월4일 사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예정일은 2015년 4월23일. 정씨가 예정대로 출산했다면 이 아기는 지금 18개월이다.

언론들의 추적 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씨 모녀가 ‘어린 아이’와 독일서 생활하며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보건 당국서 조사를 받았다는 것. 정씨가 승마 훈련을 하기로 계약한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 소유주는 “정씨가 지난해 10월께 아동학대를 의심받아 독일 헤센주 보건당국의 방문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좁은 별채 공간서 갓난 아이와 개 15마리, 고양이 5마리를 함께 키우는 것을 목격한 이웃 주민들이 불결한 생활을 걱정해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안에 받아야 하는 검진을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는 지난해 4월께 독일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가 최근까지 머무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그라벤비젠베크가의 주택에선 어린이 진료와 관련된 병원 영수증이 나왔다. 어린이 운동화가 여러 켤레 있기도 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했을 때 정씨의 출산설은 사실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루머만 무성…하나씩 밝혀지는 사실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들 두고 ‘진실공방’

정씨의 페이스북에는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신모씨와 커플티를 입은 채 입맞춤하고 있는 사진이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는 본인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를 게재해 놓았다. 이 둘의 비밀 결혼설이 흘러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결혼 후 독일서 머물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정씨는 독일의 ‘비덱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비덱)’의 신용평가보고서에 미스(Miss)가 아닌 미세스(Mrs)로 기재돼 기혼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정씨와 결혼했다는 정황은 신씨의 SNS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신씨는 2개의 글을 게재했다. 첫 번째 글에는 하트 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got married’(결혼했음)라고 적어 놓았으며, 두 번째 글에는 말 두 마리가 검은색 개를 바라보는 사진을 올려놨다.
 

첫 번째 글을 통해 신씨가 어디에 거주했는지도 추정할 수 있다. 신씨의 페이스북에 표시된 그의 위치는 독일의 오베루셀(Oberursel)이다. 오베루셀은 최씨와 정씨의 호텔이 있는 독일 프랑크프루트 인근 ‘타우누스’의 지명이다.

정유라 남편
그의 정체는?

신씨가 ‘got married'라는 글을 올렸으며, 위차상 최씨와 정씨 모녀의 최후 목격 장소라는 점에서 신씨와 정씨가 현재 함께 은신 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더불어 둘이 결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씨는 정씨와 같이 승마선수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시절 같이 승마를 하며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지난 2014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이 네 명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신○○”이라고 썼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신씨가 휴대폰 판매원도 했고, 나이트 삐끼(호객행위)도 했다는 것. 최씨가 정씨의 출산을 반대했을 정도로 집안이 좋지 않았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씨는 국대에 들어와 한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이런 사실 관계가 드러나자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서 특혜를 받았던 정씨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대는 그동안 “정씨가 국제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결석해도 출석과 학점을 인정해줬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정씨가 결석한 까닭이 국제대회 출전이 아니라 임신과 육아, 결혼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대 측 해명과 달리, 정씨는 입학 이후 한동안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승마연맹 출전 기록에 따르면, 정씨는 임신과 출산 전후로 추정되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단 한 차례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정씨는 올 1학기에도 열리지도 않은 경기 출전 기록까지 제출해 출석을 대체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언제 얼마나
대기업 후원?

정씨가 오랫동안 삼성의 후원을 받아 왔다는 말도 있다. 먼저 정씨가 독일서 임대계약을 맺은 승마장 대표에게 "삼성으로부터 200억 후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K스포츠재단이 최씨 개인회사를 위해 대기업에 80억원을 요구했다는 정황은 이미 나왔다. 이 외에도 올해 초 유럽의 승마 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정씨를 위해 ‘비타나V’ 말을 구입했고, 독일에 승마장까지 구입했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삼성과 정씨와의 관계가 거론됐다.

이 때문에 그 동안 “삼성이 정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 떠돌기도 했다. 그런 찰나에 정씨의 국제승마연맹(FEI) 선수 소개 프로필에 소속팀이 삼성으로 돼 있어 논란이 증폭됐다. 문제가 된 정씨의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삼성은 정씨가 독일서 전지 훈련할 수 있도록 승마장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으며, 당시 삼성승마단은 경기 출전이 아닌 환자들의 재활 치료를 지원하는 목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유라가 삼성 소속 승마단이라고 프로필에 적시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삼성은 오너 일가가 대대로 승마를 즐겨왔다. 이건희 회장도 승마를 즐겼고, 이재용 부회장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현재 승마협회 회장이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다.

진짜 비선은 최씨 아닌 정씨?
찌라시 내용들 믿어도 되나

정씨의 국제 승마연맹 선수 소개 프로필은 논란은 더 있다. 프로필의 친인척 소개란에는 ‘아버지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Her father Jeong Yun-Hoe has served as an aide to Park Geun-Hye, president of Republic of Korea)’고 적혀 있다.

이 문장의 참고자료는 2014년 12월 3일 한겨레신문 홈페이지 기사(hani.co.kr, 03 Dec. 2014)로 돼 있는데 정씨가 아닌 다른 이가 이 기사를 참고해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는 정윤회씨가 현 정부 비선 실세라는 논란이 뜨거웠던 시기다.

정씨의 개명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개명전 이름은 정유연이었다. 그런데 개명한 사실조차 최근까지 알려지지 않았고, 지난해 6월12일 이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그 이유 또한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선 종교적 이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정씨의 개명 시기는 상당한 논란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1학년 중반쯤 되던 때다.

최근 고등학교 때 올린 그녀의 SNS글(“돈도 실력…니네 부모를 원망해”)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정씨는 특권층 자녀로서 누리는 특혜와 특유의 태도 때문에 학우들이나 친구들로부터 줄곧 매도를 당하는 입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녀는 권력의 비선서 권력과 특혜를 누렸지만, ‘비선’이 지녀야 하는 그림자 노릇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자취를 지우고 존재를 세탁하는 방식으로 개명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개명을 하는 데 특별한 자격이나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름이 오해를 부르거나 촌스럽거나 하여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장애가 된다면 개명할 수 있도록 2005년부터 대법원이 길을 열어놨다.

개명은 왜 했나?
종교적 이유 때문?

하지만 이름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취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정씨의 할아버지인 최태민씨다. 그는 7번이나 개명했다.

일제 순사(최태민씨는 1990년 우먼센스와의 전화인터뷰서 자신의 부친이 독립운동가였다고 주장), 해방 후 경찰관, 기업가, 교육자, 종교인(승려, 목사, 불교 천도교 기독교를 합한 신생 영생교 교주) 등 경이롭게 직업을 전전하면서 그때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원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며, 최태민 이전에는 '퇴운'이란 이름만이 알려져 있다. 복잡한 최태민씨의 개명사를 들여다보면 그의 삶이 꼬리를 자르며 내달려온 인생이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유라 특혜 입학 의혹' 결국 교육부가 나섰다

교육부가 ‘정유라 특혜 의혹’ 조사 기간을 3주로 설정하고 지난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유라씨와 같은 시기에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에 응시한 학생들, 학칙 개정과 이를 소급 적용하면서 혜택을 받은 학생들로 조사 범위를 넓힌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지난 21일 ‘사안조사 실시 통보’란 제목으로 공문을 보내왔다”며 “현재 교육부가 요구한 자료들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감사 등에서 정씨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이화여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해 왔다. 주로 이화여대 학칙과 정씨 관련 서류들이었다. 교육부의 조사 착수는 1차 자료 검토서 조사 필요성이 확인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교육부는 정씨가 입학한 2015학년도 당시 수시 체육특기자 합격자 전원에 대한 입학 자료를 요구했다. 정씨에 대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학생들의 입학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 입학 당시 체육특기자 지원자는 116명이었다.

이대 수시 체육특기 합격
3주간 공식 조사에 착수

서류 심사에서 21명을 뽑았고, 서류 심사 점수 80%와 면접 20%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 6명을 가렸다. 이화여대는 2015학년도부터 승마 특기생을 뽑기로 결정했는데, 유일하게 정씨만 최종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서류 마감시한 이후에 받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이 입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 6월 학칙 개정에 따라 영향을 받은 학생들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화여대는 지난 6월 출석하지 않아도 보고서 등을 제출하면 교수 재량으로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학칙은 3월부터 소급 적용토록 했다. 덕분에 정씨는 지난해까지는 평점 0.11로 제적 위기에 몰렸다가 올해 1학기 성적이 2.27로 껑충 뛰었다.

교육부의 조사 기간은 3주다. 2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으므로 다음달 11일(금요일) 마무리된다. 따라서 다음달 14일, 늦으면 수능(17일) 이후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표되는 다음달 28일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만으로는 조직적인 입시 부정이나 특혜를 밝혀내기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 측의 해명대로 ‘학사운영 부실’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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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