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최순실 회사들 실체

드디어 돈줄이 걸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기 말 터진 권력형 게이트인데다가 그 핵심이 ‘최순실’이라는 점에서다. 현재 최씨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는 K스포츠재단. 최씨가 국내·외 유령회사들을 통해 K스포츠로부터 돈을 지원 받았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K스포츠다. 먼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 자리에 자신이 단골이었던 스포츠 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13일 취임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그 직전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서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이름으로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K스포츠에 달린
이상한 업체들

이 센터는 최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자택과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떨어져 있다. 최씨는 5년이 넘게 이곳을 찾는 단골손님으로 전해진다. 최씨의 치료와 상담은 정 원장이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K스포츠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독일 전지 훈련 숙소를 구해주기 위해 최소한 두 차례 재단 직원을 독일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1월, 독일서 정씨가 살집을 구입하기 위해 직접 나섰으며 당시 K스포츠재단 직원인 박모 과장과 현지 직원들이 최씨를 수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독일 교포들의 증언에 따르면 “직원들이 최씨를 ‘회장님’으로 불렀으며, 승마 선수 전지 훈련 숙소용 호텔을 구하려 돌아다녔다”고 한다.


최씨를 수행한 K스포츠 직원과 현지인은 박 과장과 노모씨다. 박 과장은 K스포츠의 인재양성본부에 소속된 직원이다. 노씨는 독일서 마장을 운영하는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호텔을 구하던 1월은 K스포츠가 설립 되던 때로 재단 설립과 최씨 딸에 대한 지원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다.

호텔을 물색한 1월뿐만 아니라 호텔을 구해 이사하는 과정도 K스포츠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지난 5월13일 ‘재단법인 K스포츠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1월 프랑크푸르트에 나타났던 박 과장이 4월3∼14일 ‘해외전지훈련장에 대한 협의’를 위해 다시 독일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박 과장의 독일 출장 직후 5월 최씨와 딸 정씨는 자신을 지원·관리하는 10여명 직원과 함께 애초 거처인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예거호프 승마장을 떠났다. 정씨는 프랑크푸르트 북쪽에 위치한 방 20개 안팎의 호텔을 구해 이사했다. 이 호텔은 당시 손님을 받지 않은 채 정씨와 지원인력이 거주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K스포츠 직원 정유라 독일 현지 지원 왜?
독일 유령회사 통해 K스포츠 자금 받았나

정씨의 독일 승마 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 달에 최소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씨가 머물었던 프랑크푸르트 호텔은 매입가가 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입이 아닌 임대의 경우 하면 한 달에 3000~4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정씨를 지도하는 독일 챔피언 수준의 코치를 영입해 개인지도를 받는 비용 또한 최소 2000만원 이상, 마방 사용료 및 사료비, 마장 임대료 등 말 관리 비용을 합하면 이 또한 수천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승마업계의 시각이다.


최씨가 이 같은 거액을 어떻게 대는 것일까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 의문점을 풀 수 있는 키가 독일 현지에 있는 스포츠마케팅 회사 ‘비덱’에 있다. K스포츠가 한 재벌 기업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구하며 명목으로 제시한 프로젝트 주관사 비덱이 최씨와 정씨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재단 배후에 최씨가 있고 재단 설립 목적 역시 승마선수인 정씨의 지원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K스포츠가 최씨 모녀와 연결된 사업에 거액을 집행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대기업→K스포츠→비덱’으로 이어지는 사업 및 자금 흐름을 통해 그 동안 설만 무성했던 최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해 K스포츠는 ‘2020 도쿄 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에 국내 재벌 그룹으로부터 80억가량을 투자받았다. K스포츠는 이 사업의 주관사로 독일 현지 기업 비덱을 선정했다. 그런데 이 비덱은 최씨가 소유한 유령 회사다.

유령회사 의혹
최씨네 자금줄?

비덱의 주주 명부에는 최씨의 개명 후 이름인 최서원(Choi, Seo Won)과 딸 정유라(Chung, Yeoora) 두 명이 올라 있다. 최씨는 1만7500만유로(약 2192만원)의 주식을, 정씨는 (약939만원)의 주식을 각각 보유해 모녀가 총 3000여만원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회사의 설립 시점은 지난해 7월17일이다. 정씨가 독일로 승마 훈련을 떠나기 두 달 전이다. 이 회사의 피고용인은 매니저로 등록돼 있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 한 명이다. 캄플라데는 정씨의 현지 승마 코치다.

대한승마협회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정씨의 ‘국가대표 촌외 훈련 승인 요청서’에 따르면 정씨의 코치는 크리스티앙 캄플라데로 돼 있다.

결국 비덱은 직원이 한 명밖에 없으며, 그 직원이 정씨의 코치인 것으로 미뤄보면 페이퍼 컴퍼니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비덱의 주요사업은 ‘한국과 독일의 스포츠매니지먼트, 스포츠 엘리트 양성, 스포츠 마케팅 홍보’ 등이다. 관련 종목은 펜싱·테니스·배드민턴이다. 이 회사는 호텔 사업도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실제로 최근에 독일 현지 3성급 호텔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재계에선 ‘대기업→K스포츠→비덱’의 자금흐름에 대해 “비리 기업 등이 해외에 유령회사를 세운 뒤 계열사 등을 통해 사업을 지원하고 자금을 빼돌리는 수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K스포츠는 비덱을 주관사로 한다고 하면서도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인지 소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비덱, 더블루K, The Blue K…
까도 까도 끝없는 ‘양파 모녀’

비덱 같은 회사는 독일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인 더블루K는 스포츠 컨설팅 전문 기업으로서 독일에 법인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법인인 The Blue K는 최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법인 더블루K의 사내이사는 고모씨다. 고씨는 The Blue K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국내의 더블루K와 독일의 The Blue K의 지배 구조의 정점에는 최씨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블루K는 K스포츠 설립 하루 전인 지난 1월12일 설립됐다.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은 K스포츠 직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이들은 독일에서 정씨가 머물 호텔을 구입하는 일도 했다. 더블루K의 주소지는 서울 청담동으로 현재 사무실은 텅 빈 상태다.


독일의 The Blue K는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비덱과 사업내용도 같다. 두 회사의 주요 사업이 ‘스포츠 유망주 육성’ 등인 것처럼 K스포츠의 설립 취지와도 똑같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의 정관이나 창립 총회 회의록 등이 판박이였던 것처럼 The Blue K와 비덱의 사업 목적을 적은 독일어 문구도 거의 일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The Blue K의 사업장 소재지도 비덱과 같으며, 사실상 샴쌍둥이나 다름없다.

일각에선 더블루K가 청와대를 뜻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씨가 직접 재단 관계자들을 만나서 “브이아이피(VIP)의 관심 사항이다. 나라를 위해 애써달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VIP는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서 보통 대통령을 뜻한다. 그러고 나면 실제로 재단의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나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로 이어졌다고 재단 관계자들은 전했다.

더블루K
청와대 의미?

그 동안 최씨 관련 의혹은 무수히 제기됐지만, 그가 운영하는 국·내외 사업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회사의 사업 내역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 K스포츠와 관련된 의혹은 물론 최씨의 탈세 및 해외 재산 도피 의혹 등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순실 딸 파문 미꾸라지가 한마리가…


80일이 넘는 학생들의 본관점거에도 꿋꿋히 버티던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최순실씨 딸 의혹 앞에 무릎을 꿇었다. 최 총장은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특혜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명은 학내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교수들도 1886년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하는 등 최 총장을 압박했다. 교수들의 집회는 지난 19일 오후 3시30분 열릴 예정이었다. 약 1시간30분 전인 오후 2시께, 최 총장은 보도자료를 내 사임한다는 뜻을 밝혔다.

최 총장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추진으로 시작된 이번 학내 사태로 인해 구성원들이 더는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오늘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각종 의혹에 이대총장 결국 사퇴
“돈도 실력” 과거 SNS 발언 논란

한편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특혜 입학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정씨가 과거 SNS에서 “돈도 실력”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씨는 2014년 12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정씨는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라며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라고 적었다. 이어 “뭘 새삼스럽게 병이 도져서 난리들이야, 내가 만만하니? 난 걔들한테 욕 못해서 안하는 줄 알아?…놀아나주는 모자란 애들 상대하기 더러워서 안하는 거야”라고 썼다.

정씨가 이 같은 글을 쓴 시점은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된 때로 밝혀졌다. 2014년 9월 16일 정씨는 이대에 입학 원서를 냈고, 20일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정씨는 또한 그해 10월31일 SNS에 “이화여대 합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날은 이화여대가 2015학년도 수시전형 체육특기자 합격자를 발표한 날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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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