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9>

피 토하도록 맞고 다시 웃으며 춤을 추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그래 해보자.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닌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다가와 돈을 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 시작부터 꼬인 일본 생활
“너 나가서 지켜볼 거야, 이 새끼야.”
죽을 것만큼 아팠고 미칠 것만큼 괴로웠다.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다시 아무 일 없었던 듯이 걸어 나가야 했다. 마마가 나를 데리고 아까 그녀의 테이블로 향했다. 나는 그녀들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마마는 연신 사과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씩씩대며 술을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마마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좌중을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우리 신입이 드디어 신고식을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여러분!”
너무도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반전되니 나로서는 정신이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죽도록 맞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또 갑자기 신고식을 하라니. 마마가 무릎 꿇고 앉아있던 나를 일으켜 세우며 귓속말을 속삭인다.
“분위기 다운되면 죽어, 알았어?”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보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팔려온 노예와 같은 생활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서 갚아야 할까. 하지만 나의 고민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여기서 분위기를 다운시키면 나는 또다시 부쪼에게 죽도록 얻어맞는다는 사실이었다.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생각할 것도 없었다. 무조건 분위기를 업시켜야 한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뭐든 어떻게라도 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판 대판 싸우고 나서 소주 한 잔 먹으면 끝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낯선 일본 땅인 데다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래, 차라리 연기라고 생각하자. 난 어차피 연기자 지망생이 아니었던가. 내가 여기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하든 그걸 알 사람은 없다. 그냥 미친 듯이 연기라고 생각하기로 하자. 용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 해보자.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아닌가. 웃옷을 벗었다. 그리고 스테이지로 나갔다.
사실 난 춤에 대해서도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처음 디스코장을 간 뒤 한동안 그곳에서 살았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다녔다. 그 당시에는 일명 ‘말춤’이라는 게 유행하고 있었던 때다. 처음 디스코장을 가는 것이니 춤을 못 추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친구와 함께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추는데 갑자기 친구가 없어졌다. 다음날 친구는 ‘동이가 춤을 너무 못 춰서 쪽팔렸다’는 소문을 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춤이 뭐길래 그렇게 나를 무시하는 소문을 낸단 말인가.
그 이후로 단 하루로 빠지지 않고 디스코장을 찾아 춤을 췄다. 그 친구를 이기고 싶었다. 한번 오기가 발동하면 뿌리를 뽑을 때까지 하는 성격이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춘천에서 디스코 경연대회가 열렸다. 우연히 참석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때 그 친구도 대회에 참여했다.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으로 복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날은 유난히 더 춤이 잘 춰졌다. 총 16명의 참가자 중에서 그 친구는 4등을 했다. 그리고 1등은 바로 내가 했다. 나는 그 뒤로는 더 이상 디스코장을 찾지 않았다. 애초에 춤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친구를 이기기 위해서 춤을 췄기 때문이다. 한때 미친 듯이 춤에 몰입했으니 어느 정도의 기본 실력은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

■ 열광과 환호의 신고식
환호성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와이셔츠 단추를 거의 다 풀고, 이제는 벨트를 풀 차례였다. 그러면서도 나의 몸은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자들은 환호성을 보냈고 같이 있던 선수들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내 몸은 내 몸이 아니었다. 벨트를 거의 다 풀었을 즈음, 누군가가 스테이지 위로 테이블을 올려주었다. 그 위에서 춤을 추라는 뜻인 듯 싶었다. 기왕 시작한 거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테이블 위로 거침없이 뛰어 올라가 춤 실력을 발휘했다. 나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스트립 보이였다. 여자들은 나의 춤에 열광을 했고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다가와 일본 돈을 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땀은 돈을 끌어 당겼다. 줄잡아 10장은 되어 보일 듯 했다.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 훨씬 넘는 돈들이다. 그렇게 열광과 환호 속에서 나는 신고식을 마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흠씬 두들겨 맞던 그 밀실로 향했다. 마마가 내 몸에 붙어있던 돈을 다 걷어갔다.
“이런 팁은 다 같이 나눠 갖는 거다. 알았냐?”
그때 돈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어떻게든 잠을 자고 싶었다. 술과 구타로 온 몸이 저려오는 듯했다. 마마는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냥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한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누군가가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정우였다.
“괜찮아요?”
그의 손에는 차가운 얼음물이 들려있었다. 그때만큼은 정우가 천사처럼 보였다. 아니 구세주라고 해도 괜찮았다. 물을 들이마시자 ‘우웩’하고 구토가 시작됐다. 피까지 토한 것으로 기억된다.
“동이씨. 문제가 생겼어요. 지금 야쿠자가 왔어요. 나가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말로만 듣던 그 무시무시하다는 야쿠자.
“그냥 나가서 무릎 꿇고 비세요. 잘못했다고.”
정우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나도 그때는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부쪼가 한 남자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앞으로 가서 철퍼덕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야쿠자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부쪼가 말했다.
“잘못한 걸 아냐고 묻잖아 이 새끼야!”
“자, 잘못했습니다.”
야쿠자가 언더락스 잔에 독한 위스키를 가득 담아 마시라고 건넸다. 저걸 다 마시면 죽을 것 같았다. 이 일본 땅에서는 나 하나 정도는 죽어도 그 누구도 신경도 쓰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안 마실 수 없었다. 두 손으로 위스키 잔을 받아들고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쓰러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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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