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천하’ IBK기업은행 왜?

무슨 공수부대도 아니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IBK기업은행이 구설에 올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IBK기업은행과 자회사 임원 45명 가운데 23명이 낙하산 인사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새누리당 인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고 한다. 또 기업은행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IBK기업은행의 임원 절반 이상이 정·관계 출신의 친박(친 박근혜)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4일 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중소기업은행 및 자회사 임원 현황’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기업은행 및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공직자·정치권·금융권 출신 인사는 총 23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원 45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자리 나눠먹기 

출신별로는 기획재정부(재경부 포함) 4명·여성가족부 1명·공정거래위원회 1명·행정자치부 1명 등 공직자 출신 10명이다. 새누리당 4명·대선캠프 2명 등 정치권 출신 10명, 금융감독원·금융연구원 등 금융권 출신 3명 등이었다. 

김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유독 ‘낙하산 인사’가 집중되는 것은 전형적인 ‘나눠먹기 인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속별로는 중소기업은행 감사 및 사외이사 4명, IBK캐피탈 부사장 및 상근감사위원·사외이사 4명,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3명, IBK연금보험 부사장 및 사외이사 3명, IBK자산운용 사외이사 3명, IBK저축은행 사외이사 4명, IBK신용정보 대표이사 및 부사장 2명 등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한나라당 특보 출신,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 새누리당 인사들이 기업은행 사외이사 등으로 임명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과 인사가 눈에 띈다. 

이수룡 IBK기업은행 감사는 18대 대선 당신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언론보도를 담당했다. 이 감사는 지난 2014년 10월31일부터 기업은행 상근 감사로 출근했다.

당시 전국금융산업노조 기업은행지부는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며 이 감사의 출근길을 막기도 했다. 노조원들은 “이 감사는 감사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인물로 절대 감사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감사의 임기는 2017년 10월30일까지다. 

서성교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역시 한나라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다. 이뿐만 아니라 서 이사는 지난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 예비 후보이기도 했다. 2003년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정책담당 보좌역을 맡았다. 서 이사는 지난해 3월20일 사외이사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2017년3월24일까지다. 

심정우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는 18대 총선과 올해 4·13총선서 고향인 전남 여수을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심 이사는 광주광산을 지역위원장이기도 하다. 심 이사는 1981년 군을 전역하고 민추협 활동을 하면서 고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민추협 인권 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9월15일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2017년 9월14일까지다. 

송석구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는 19대 총선 때 강서을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왔으며, 부대변인을 지냈다. 송 이사는 지난해 10월29일 임명됐으며, 임기는 올해 10월28일까지다. 

임원 45명 가운데 23명 낙하산 인사
대선캠프·새누리당 출신 요직 장악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과 보수 언론 출신 주요 인사들이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등 요직을 점하고 있다. 

성효용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는 뉴라이트를 주창하는 대학교수들이 모인 뉴라이트 싱크넷의 발기인 중 한 명이다. 성 이사는 성신여자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성 이사는 지난 2014년 12월19일에 사외이사로 임명됐으며, 임기는 2017년 12월18일까지다.
 

방형린 IBK캐피탈 상근감사위원은 자유총연맹 중앙회 이사이며, 지난 18대 대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 위원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4월 23일 임명됐으며, 임기는 2017년 4월22일까지다. 

보수 언론으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출신 간부들이 IBK기업은행 자회사의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관피아’들도 즐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민 전 기재부 재정관리협력관은 현재 IBK신용정보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배재현 전 이탈리아 대사와 이종성 전 행자부 과천청사관리소장은 각각 IBK연금보험, IBK캐피탈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조국환 전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의 경우 지난 2월 IBK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선임돼 2018년 2월까지 근무한다. 

IBK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는 미래형이 될지도 모른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기업은행장 ‘내정설’이 금융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금융에 대해서는 일자무식과 다를 바 없는 현 전 수석은 기업은행장은 물론 어떤 금융기관장으로도 부적격한 자”라면서 “현 전 수석은 물론 기업은행장이 되기 위해 권력의 힘을 빌리는 자 누구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특히 현 전 수석의 기업은행장 내정설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현 전 수석은 당초 꾸준히 KB국민은행장을 노려왔고 그 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른 9월 초 금융노조는 이를 강력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그는 금융노조의 강력한 투쟁으로 낙하산 지주회장 및 행장이 사퇴하는 등 꾸준히 개선되어온 KB금융지주의 현재 지배구조상 자신이 낙마할 수도 있다고 판단, 기업은행장으로 목표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차기행장 내정설 

김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전형적인 나눠먹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낙하산 인사가 집중되는 것은 전형적인 ‘나눠먹기 인사’로 보인다”며 “연말에 교체되는 기업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정피아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도는 등 낙하산 기관장 인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min1330@ilyosisa.co.kr> 

 

[금융기관 낙하산 실태]


국내 금융공공기관과 이들 기관이 지분을 가진 금융회사 27곳 현직임원 255명 가운데 97명이 관피아 (관료+마피아)나 정피아 (정치+마피아) 출신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들 기관의 전체 임원 가운데 38%가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27개 금융공공기관 및 공공기관 지분보유 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해 전수 조사해 27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조사 대상 27곳은 기술보증기금, 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KDB인프라자산운용, 산은캐피탈, 한국해양보증보험)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보증, 수협 신용사업부문, 우리은행, 한화생명), 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저축은행, IBK캐피탈,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코스콤,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선박운용주식회사)다. 

채이배 의원 분석에 따르면 이들 금융공공기관의 전체 임원 255명 중 17%에 해당하는 44명이 정부 관료 출신인 소위 '관피아 (모피아)'다. 또 ‘정피아’는 53명으로 전체 임원의 21%에 이르렀다. 27개 기관의 임원 대비 낙하산 인사 비중이 절반을 넘는 곳은 9개로 나타났다. 특히 9곳 중 5곳이 기업은행과 이 은행 계열 금융회사다. 기업은행과 그 계열은 관피아 비중 순으로 따져 상위 10위권까지 해당하는 11곳 중 4곳으로 조사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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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