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양은 피해자 수수께끼

‘권총 위협’ 증인이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채무자를 권총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66)씨가 항소심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증인인 피해자가 석연찮은 태도로 법정 진술을 피하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영화같은 일이다. 유무죄를 결정할 핵심 증인이자 피해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연 이 피해자는 어디 갔을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김종문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3년이던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피해자 A씨의 법정 진술을 근거로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었다.

잠적한 A씨

이른바 ‘조양은 권총 협박 사건’이 무죄로 판결난 것이다. 이 사건의 전말은 2013년 초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씨는 당시 필리핀 알헬레스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었다.

앞서 조씨는 서울 강남서 유흥주점 2곳을 운영하면서 허위 담보서류를 이용, 제일저축은행서 14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조씨는 2011년 6월 중국을 거쳐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필리핀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평소 친하게 지내던 B씨로부터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그대로 조씨에게 전했다. B씨의 사정은 이랬다. B씨는 자신의 지인 소개로 A씨에게 200만원을 빌려줬는데, 여전히 받지 못했다며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조씨는 B씨와 함께 A씨와 접촉했다. 조씨는 A씨에게 “왜 돈을 갚지 않아 나까지 오게 하느냐”며 B씨의 돈을 갚을 것을 촉구했다. 이에 A씨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씨는 미리 준비해둔 권총을 A씨에게 겨눴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소음기를 꺼내 권총 총열에 결합시켰다.

소음기를 단 권총을 잡은 조씨는 이윽고 A씨에게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으라고 지시했다. A씨는 식은땀을 흘려가며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었다. 팬티 한 장도 용납되지 않았다.

조씨는 겨누던 권총의 몸통을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A씨 머리를 내리쳤다. 조씨의 폭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주먹과 발을 이용해 A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A씨는 신음을 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내 조씨는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폭행이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진짜 고통은 이때부터였다. 조씨는 담배에 불을 붙인 뒤 A씨의 성기를 지졌다. 이러한 폭행은 무려 3시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조씨는 2013년 저축은행 사기 대출혐의로 필리핀서 긴급체포됐다. 이후 국내로 송환됐으며, 검찰은 조씨가 A씨를 권총으로 위협하고 폭행했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범 형사 18단독은 조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다소 과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는 내용이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채무자 협박·폭행 1심 징역 3년
피해자 돌연 잠적…2심 결국 무죄


조씨는 당시 이에 대해 재판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씨는 재판부를 향해 “과거가 잘못됐다고 해서 짓지도 않은 죄로 형을 내리는 게 어딨느냐”며 “죽고싶은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조씨는 항소했다.

재판부는 “1심 당시 A씨가 조씨의 앞에선 증언하기 힘들다고 주장해 피고인 측이 제대로 반대신문하지 못했다”며 A씨를 다시 소환했다. 그런데 A씨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지 않으며 차일피일 출석을 미뤘다.

지난 4월12일에 열린 6차 공판에는 당초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A씨는 나오지 않았다. 당시 A씨는 소환장을 받고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현장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계속해 출석하지 않고 있어 과태료 처분과 구인장 발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소재지가 확인된 만큼 이를 특정해 구인장을 발부할 예정이며 검사 측은 계속 노력해 피해자가 출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 조씨 변호인 측은 항소심 1차 공판기일 당시 1심서 피해자 A씨를 충분히 신문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불러 반대신문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의 출석을 명했다. A씨도 역시 검찰에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A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A씨는 처벌불원서를 내는가 하면, 주소를 바꾸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처벌불원서란 형사합의로 인해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데 사용되는 문서 양식이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와 고소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에 처벌할 수 없는 죄인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처벌불원서를 통해 공소권이 없어진다.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끝내 구인하지 못했다. 소재를 찾아나선 경찰도 행방을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 A씨는 행불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어디로 갔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1심 증언의 증거능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1심에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조씨 면전에서 증언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진술은 반대신문권이 행사되는 상태에서만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원칙대로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갈수록 느는 ‘10대 조폭’ 실상

10대 조직폭력배 검거 인원이 1년 사이 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폭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대 조폭 검거 인원은 2014년 30명에서 지난해 151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조폭 검거 인원이 1813명에서 3160명으로 2배가량 늘어나는 데에 그친 점에 미뤄보면 10대 조폭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앞서 2011년 76명(3990명), 2012년 77명(3688명), 2013년 52명(2566명) 등 더 많은 조폭이 붙잡힌 해와 비교해도 2∼3배 많은 수치다.

조폭의 범죄유형은 매년 폭력행사가 절반을 넘을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는데, 유흥업소 갈취, 서민 상대 갈취, 사행성 불법 영업, 마약류 불법 유통, 불법 및 변태영업, 탈세 및 사채업 등 다양화하는 추세다. 표 의원은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쉽게 수시로 노출되고, 범죄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10대 조폭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21개파, 579명의 조폭이 새로이 생겨나 경찰 관리대상에 올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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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