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고 야구부 김경섭 감독

“감독이 욕심을 내면 선수들이 희생됩니다”

배명고 야구부의 전통을 되살리고 있는 김경섭 감독은 부임 당시 표출됐던 중압감서 벗어나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올 시즌 고교야구의 일정이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3학년 선수들의 대학 진학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김 감독을 만나봤다.

-부임 당시의 느낌과 소감은?

20년 이상 재직했던 배명중 야구부의 감독을 그만두었을 때 당시 배명고의 상황도 그리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이랄까, 지도자의 인생에서 갈림길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생각들이 계속 번갈아 겹쳐지곤 했었다.

-부임 후 취했던 조치들은?

작년 11월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리그를 목전에 두고 부임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코칭스탭진 구성이었다. 팀 내부의 불화를 사전 방지하고 화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우선 조치였다. 그리고 선수들과의 개별 혹은 단체 면담에 들어갔다. 나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 자체가 여타 다른 학교 팀들의 모든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거나 뒤진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고, 문제가 있다면 멘탈, 즉 정신적인 측면에 있다고 봤다.

-정신적인 문제라면?


현재의 입시제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래에 들어 대학입시제도가 많이 바뀌고 그것에 따라 선수들이 본인 자신의 개인 기록에 상당히 민감하게 됐다. 사실 야구는 개인의 성적이 기록되는 단체경기다. 선수 개인과 단체로의 팀으로 두 가지 양면성을 보여주는 스포츠다.

그런데 내 경험상 팀 성적을 우선시한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선수 개인의 집중력과 선수들간의 응집력이 계속 늘어나고 이것이 팀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팀의 성적이 향상되면 반드시 선수 개인의 성적 또한 향상되도록 돼 있다.

중요한 또 한 가지는 감독이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감독이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선수 또한 반드시 희생이 따른다. 감독으로서의 실적보다는 매 경기 한 경기씩을 이기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다. 1승이 쌓여 가면 팀의 성적이 향상되고 그러는 가운데 선수 개인의 성적도 향상이 된다. 이런 내 생각을 선수들과 면담하며 공유하고 싶었다.

-훈련 프로그램에서도 변화가 있었나?

지난 1월 포항에 갔었다. 올 시즌은 나를 비롯한 코칭스탭진과 선수들의 부담감을 제거하는 것에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대화를 계속하면서 시간 때우기식의 훈련을 고치려 했다. 낮 동안의 4시간에 걸친 단체훈련이 끝나면 야간 훈련은 자율적으로 진행케 했다. 야간단체훈련은 금지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포지션에 대한 평가와 재배치 등을 시도했다. 지도자는 선수들과 수시로 대화하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해야 한다.

-경기력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청룡기 4강 상황은?

나는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자유스러운 상황을 자주 부여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과 서로 간의 약속은 또한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명중 감독 시절 전국대회인 대통령배 중학교 야구대회서 우승을 했었는데 당시 결승전 상대였던 포철중과 우연히 같은 숙소에서 체류했었다. 결승전 전날 나는 선수들에게 휴식과 자유시간을 부여했는데 상대방은 우리와 정반대로 야간훈련까지 강행했었다.

솔직히 당시엔 지도자로서 만약 결승전서 패배할 경우의 비난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를 했었는데 다음날의 결승에서 우리가 무난히 우승하게 되었고 그때 나 역시도 깨닫고 배운 바가 있었다. 올시즌을 거쳐 오며 나름대로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지도자 경험을 통해 익혔던 것은, 선수들의 부담을 완화시켜 집중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코치진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것은 본인들의 선수 시절 우리 선수들의 연령대에서 본인들은 어떻게 야구를 대했고 무엇을 생각했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며 선수들을 지도하라고 얘기한다.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들이 계속 수반되며 선수단 분위기가 변했고 팀의 컬러와 스타일이 바뀌면서 계속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4강 준결승서 덕수고를 만나 패하긴 했지만, 사실 덕수고가 버거운 상대는 아니었다. 패배 원인은 우리에게 있었고 선수들의 집중력과 멘탈이 많이 풀어진 것이 그 이유였다.

-내년 시즌 목표와 팀의 운영에 관한 계획은?

근래 임의배정 형식으로 입학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문제는 임의배정을 통해 입학한 선수들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들어오는 것이다. 야구의 기술적인 훈련에 앞서 이들의 마음을 우선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훈련 방식에서 보다 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선수들을 위한 별도의 저학년 대회나 리그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의 대회 제도로는 선수들이 3학년이 돼도 시합에 출전할까 말까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저학년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게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이들의 실력과 경기력은 계속 향상될 것이다.

수년 동안 시행되고 있는 주말리그도 경기 일정이 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시합 정도는 주중에 방과 후 야간경기의 형태로 진행하고 주말 이틀 중 일요일 정도는 예비일로 남겨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내년 시즌 우리의 목표 또한 올해와 다르지 않다. 매 경기마다 한 경기씩을 이기도록 노력할 뿐이다.

-구체적으로 고교야구 주말리그의 문제점들은?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우리 선수들 중 투수는 11명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대학입시에 따른 요강을 보면 각 대학에서 요구하는 입학지원자의 최소 자격이 투수의 경우에는 주말리그 전체 경기서 30% 이상을 출전한 선수들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16개 팀들이 2개의 조로 나뉘어 8팀이 각팀 별로 전반기 7경기 후반기 7경기 총 14경기 정도를 하는데, 11명의 투수들이 모두 이러한 자격을 갖추게 하려면 팀 성적을 생각하기 이전 이들의 기용에 관한 계획을 코칭스태프들은 생각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팀의 성적과 실적을 기대하는 학교와 동문, 선수들의 원활한 대학진학을 기대하는 선수 본인들과 부모님들 사이에서 모든 고등학교 야구부의 지도자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같은 문제들을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제도에서의 자격에 관한 변화와 보완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시합의 횟수라도 하루 빨리 늘려야 한다. 서울 지역이 이 정도인데, 고교 팀이 몇 개 정도인 강원도 같은 지역은 경기횟수가 얼마나 되겠는가. 경기횟수에 관한 시급한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도철학이랄까, 선수들을 지도하는 평소의 생각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훌륭한 선수를 육성해내는 지도자들을 명장이라 한다면, 그 명장의 명칭 또한 선수들이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선수들 개인의 성격과 장·단점 등을 파악하려 노력해 왔고, 선수들의 성향에 맞게 지도하며 자율적인 상황에서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야구를 하려고 하고 있다. 나의 가장 근본적인 지도방식은 바로 자율 속의 규율이다.

팀플레이에 어긋나는 선수들의 생각과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특히 선수들끼리 어떠한 실수나 과오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서로 지적하며 비난하는 행위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이 같은 원칙 아래서 우리 배명고 야구부의 이미지와 팀 컬러가 밝고 즐겁고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그러한 팀으로 변화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러한 팀과 선수들에게 기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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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