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

인면수심 ‘성형 발바리’ 무기징역 감형 내막
학대 시달린 성장과정 교화 여지 있어 ‘무기징역’
강도강간으로 점철된 인생 쳇바퀴 도는 강간 인생
자녀 살해 협박 후 보는 앞에서 성폭행 해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등 부녀자 21명에게 강도강간을 일삼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아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8부(성낙송 부장판사)는 흉기로 부녀자를 위협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허모(45)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허씨는 20여 년 전인 지난 1987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강도강간죄로 서울남부지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 2001년 4월 가석방 됐지만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결국 그는 가석방 된 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인 2002년 11월 경기도 평택의 가정집에 들어가 흉기로 부녀자를 협박해 강간하고 현금 27만원을 빼앗았다.

이후 다시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진 허씨는 전국을 돌며 2006년 1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강도강간 등을 저질렀다.
허씨의 범행 수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주로 이웃 주민이나 수도 검침사를 사칭해 오후시간 혼자 혹은 어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녀자만을 범행 대상으로 노렸다. 곱상하고 순한 양 같은 얼굴도 범죄에 일조했다.

허씨는 매번 비슷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특히 어린 자녀를 인질삼아 “말을 듣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뒤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녀자를 성폭행하는 극악무도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허씨의 범행은 2005년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5년 가을 수원, 화성, 김포 등 경기도 일대에서 잇따라 5건의 강도강간 사건이 발생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사건현장에는 허씨의 지문은 물론 그의 범행을 밝힐 만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건 현장에서 허씨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씨의 꼬리는 쉽게 밟히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허씨를 지명 수배했고, 2007년 6월에는 TV 공개수배 프로그램에 허씨의 사건이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은 허씨에게 또 다른 탈출구를 마련할 방법을 떠올리게 했다.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성형수술을 불사한 것. 허씨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쌍꺼풀 수술을 받고, 양 볼과 이마 등에 보톡스를 맞았다. 얼굴을 바꾼 허씨는 수배 중에도 경기도 김포 등지에서 성폭행과 절도 등 6건의 범행을 저질렀다.

오랜 술래잡기 끝에 경찰에 붙잡힌 허씨는 결국 재판장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허씨가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학대와 빈곤에 시달렸고, 청소년기에 어머니가 자살해 가정 해체와 학업 중단을 겪는 등 가정과 사회가 자신을 버렸다고 인식한 나머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괴물로 성장한 게 아닌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를 평생 격리시키더라도 사회를 충분히 방어할 수 있고 성장 과정이나 수사 및 재판에서 보여준 반성 내용 등을 볼 때 교화나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면서 “공동체 유지를 위해 허씨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고 단언하기에는 부족하므로 사형은 가혹하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20년간 부착하도록 한 명령은 별다른 항소 이유가 제출되지 않아 1심과 같게 유지했다.


밤샘 고스톱 치던 50대 돌연 사망  왜?
36시간 운전하고 밤새 고스톱 심근경색 ‘허걱’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설 연휴 기간에 50대 남성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택시운전기사 박모(52)씨는 유난히 긴 연휴를 맞아 설 연휴 전인 1일 아침부터 2일 저녁까지 밤을 새워가며 36시간이 넘게 운전을 했다. 설 시간 동안 여기저기 돈 나갈 것이 걱정되던 마당에 바짝 돈을 벌어놓을 심산이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했지만 목표한 수입을 올린 박씨는 설 전날인 2일 저녁 큰형님 댁으로 향했다. 36시간가량 잠을 자지 않고 운전을 한 탓에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시급했지만 이날 모임 박씨 등 4형제는 반가운 마음에 저녁부터 고스톱 판을 벌였다. 물론 큰돈이 오고가는 도박은 아니었다. 재미삼아 치기 시작한 고스톱은 날새는 줄 놀랐고, 박씨 역시 피로도 잃은 채 고스톱에 집중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차례를 지내기 직전까지 고스톱은 계속됐고, 3일 오후가 되서야 박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박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잠이 든 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갑지가 "꺽"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고 곧 사망했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뒤였다.

이와 관련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가 쌓인 데다 밤새 무리를 하며 고스톱을 친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씨는 키 180센티미터에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을 넘는 거구로 자신의 건강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특히 한 달 전에도 심근경색 증상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거나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집착남’의 최후
광기어린 집착, 이별 통보에 여친 폭행

헤어지자는 이별 통보에 여자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 8일 헤어지자고 요구하는 여친을 흉기로 위협하며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협박·상해·감금)로 정모(27)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께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한 술집에서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 A(26·여)씨를 흉기로 위협,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어 여자 친구가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데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를 병원으로 옮기기는커녕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7시간 동안 감금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평소 자신의 허벅지에 여자친구의 이름을 칼로 문신처럼 새기는 등 병적인 집착 증상을 보여 왔으며 허벅지를 비롯해 팔뚝 등에 자해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정씨는 A씨가 가까스로 자신의 부모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경찰에 검거됐다. 하지만 정씨는 “다친 모습으로 돌아가면 여자친구 부모님이 걱정할 것 같아 집으로 데려갔을 뿐”이라면서 감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살배기 아들 살해 후 쓰레기봉투에 유기 ‘이럴 수가’
“내 아들 아닌 것 같아~”


‘친아들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세 살배기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쓰레기봉투에 시신을 버린 아버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8일 김모(3)군을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공사장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아버지 김모(3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16일 오전 3시께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아들을 수차례 때리고 머리를 주방 싱크대에 부딪치게 해 살해했다. 아들이 사망한 것을 확인한 김씨는 시신을 종이상자에 담아 세탁기 옆에 방치했고, 20일 정도가 지나 악취가 심해지자 지난달 3일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자택 인근 공사장의 쓰레기더미에 버렸다.

김군의 시신은 한참 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지난달 31일 오후 4시께 공사장을 지나던 한 시민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으며, 경찰은 신고를 받고 일 주일여간 탐문수사를 벌인 끝에 김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부인이 지난 2007년 말 가출했다가 돌아온 뒤 곧바로 임신을 하자 “태어난 아이가 내 자식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면서 아들에 대한 폭행을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캄보디아 아내, 한국 남편 성기 ‘싹둑’ 이유는?
“남편이 그냥 싫었어요”
조울증과 망상장애 앓던 이주여성 남편 성기 잘라
평소 의부증도 앓아 우발적으로 범행 저지른 듯…


설 연휴 기간 동안 남편의 성기를 흉기로 자른 캄보디아 국적의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순창경찰서는 지난 7일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혐의로 캄보디아 출신 이주여성 A씨(26·여)를 구속했다.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일. A씨의 남편 양모(52)씨는 이날 오후 7시께 순창군 팔덕면 자신의 집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날 A씨의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다. 결국 A씨는 잠든 남편 곁에 흉기를 들고 다가가 남편의 성기를 절반가량 잘랐다.
놀라 잠에서 깬 양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007년 10월 양씨와 결혼했으며 평소 의부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그냥 싫었다”고 말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히는 데 혼란감을 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하면서  A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해본 결과 조울증과 망상장애를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면서 “남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의 조상 무덤 파헤쳐 ‘화장’까지…‘황당’
 “아이고~ 조상님, 죄송합니다” 
인근 조상 묘와 헷갈려 남의 조상 무덤 파헤쳐
고의성 없고 합의 이뤄져 입건하지는 않을 듯


생판 모르는 집안의 조상 묘를 자신의 조상 묘로 착각해 시신을 파내고 화장까지 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양산에 사는 박모씨는 지난 5일 평소 박씨의 아버지 묘를 관리하던 친척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구정을 맞아 묘에 들렀는데, 무덤이 전부 파헤쳐져 있고 시신도 없어졌다는 것.

곧장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부친의 묘소를 찾은 박씨는 텅 빈 아버지의 무덤을 보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박씨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누군가 착각을 해 묘를 파헤친 것으로 보고 박씨 가족들과 함께 주변을 상대로 수소문을 시작했다.

박씨와 경찰은 이틀에 걸친 수소문 끝에 고성군에 거주하는 유모씨 가족이 아버지의 무덤에서 시신을 가져갔다는 것과 시신을 이미 화장해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유씨 가족은 “우리 조상의 무덤으로 알고 시신을 화장해 다른 조상과 함께 모시기 위해 무덤을 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씨 조상의 묘는 박씨 부친의 묘 인근에 위치해 있었고, 때문에 묘를 착각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찰 역시 “행동에 고의성이 없었고 피해자 가족과 합의가 원만히 이뤄진 만큼 입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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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