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재단 스캔들> 미르·K스포츠 실체 추적

각출로 포장된 760억 앵벌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미르·K스포츠 두 재단법인을 둘러싸고 이른바 ‘청와대 비선 실세 배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에 이어 청와대에는 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도대체 미르·K스포츠 재단이 뭐하는 단체기에 이리도 시끄러울까.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만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K스포츠와 미르는 ‘샴쌍둥이’와 다를 바 없다. 현재 이들 재단의 핵심 의혹은 수상한 설립 배경과 모금 과정이다. 그리고 이 의혹의 배후에 청와대 비선 실세가 관여했다는 것. 먼저 이들 재단의 수상한 설립 배경을 짚어봐야 한다.

재단 허가증
하루만에 나와

K스포츠는 지난 1월13일 설립됐다. K스포츠는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사시를 내세우고 있다. ‘창조’는 박근혜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울 때 쓰는 핵심 키워드다. 이 재단의 정관에 나와 있는 또 다른 목표인 ‘국민행복’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국위선양’ ‘인재 양성’ ‘남북 체육 교류’ 등 공익 사업을 하겠다는 재단의 설립 과정과 배경, 주체, 인적 구성 그리고 운영에 이르기까지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

먼저 설립 절차가 수상하다. K스포츠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설립 신청 하루 만인 1월12일 허가증이 나왔다. 신청에서 허가까지 최소 일주일, 길게는 수십일씩 걸리는 통상적 절차에 비춰보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신청 서류도 이상하다. 불과 두 달 반, 앞서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와 신청서류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미르는 글로벌 문화 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 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공익 법인이다. 서로 설립 시기와 주체가 전혀 다른 재단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두 재단의 정관은 거의 유사했다.


재단의 성격을 드러내는 정관의 목적 또한 판박이다. 미르의 정관 설립 목적에 따르면 “문화라는 매개”라고 기재한 것을 K스포츠는 “체육이라는 매개”라는 표현으로 바꾼 정도라고 전해진다.

두 재단의 창립 총회 회의록은 회의 장소와 안건을 비롯해 회의 순서, 문구, 분량 심지어 회의에 등장하는 상당수 인물까지 판박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록은 정관과 함께 설립을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다. 그런데 두 재단의 회의록은 일부 인물과 출연금 액수 등에서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K스포츠가 미르의 회의록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 황당한 것은 이 회의록이 가짜로 판명났다는 점이다. 실제 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회의록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참석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회의장을 이용했다고 하는 날짜에는 대여된 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법인 둘러싸고 비선실세 배후 정황
수상한 조합…설립과 모금에 관여 의혹

신청 서류도 이상하다. 불과 두 달 반 앞서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와 신청서류가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미르는 글로벌 문화 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 기업 육성 등의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공익 법인이다.

미르 역시 초고속으로 설립 절차를 밟았다. 2015년 10월26일 허가 신청서를 낸 다음날 허가증이 나왔다. 놀라운 사실은 허가증이 나온 바로 당일에 현판식가지 열렸다는 것. 문체부 소관인 인허가 날짜가 재단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K스포츠와 미르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 재단은 설립된지 채 1년도 안 됐다. 즉 국가 중요 행사를 맡을 만큼의 실적도 신뢰도도 쌓지 못한 재단들이다. 그런데도 이들 재단은 오래된 민간단체나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을 제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나란히 동행했다. 두 재단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이 없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런 점은 두 민간단체가 박 대통령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증폭시킨다.

신생 재단이
대통령과 순방

지난 5∼6월 초 박 대통령은 10박12일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은 6월3일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한불 융합요리 시식 행사에 참석한다. 여기에 미르가 등장한다. 이때 미르는 프랑스 국립 요리학교인 페랑디와 함께 시식회를 주관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우간다 등에서 선보인 케이밀 사업에도 미르는 빠지지 않았다. 케이밀은 푸드트럭을 활용해 아프리카 현지 주민에게 쌀가공품을 제공하고 한식을 소개하는 이동형 농식품 개발협력사업을 한다.
 

K스포츠 또한 출범 이후 이른 시기에 대통령 순방에 동참한다. 대통령이 양국 수교 이래 정상으로 처음 방문한 이란에서 K스포츠는 중요한 행사를 떠맡는다. 지난 5월2일 한·이란 문화 공감 공연의 하나로 치러진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을 K스포츠가 주최한 것이다.

K스포츠가 1월 중순 출범한 지 불과 석달 남짓 됐을 때의 일이다. 5월 말께 박 대통령이 아르피라 케냐·에티오피아 등을 방문했을 때도 K스포츠가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몇 달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해외 순방 행사의 성격으로 보아 갓 출범한 스포츠재단에 행사를 맡긴다는 게 석연치 않다.

미르와 K스포츠의 돈줄도 수상하다. 먼저 이들의 출현 모금이 똑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앞세워 두 재단은 각각 19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 대기업들이다. 삼성, 현대차, 롯데, 포스코, 한화, GS, SK, LG 등이 두 재단에 모두 출연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출연금
억지로 뜯겼나

당시 이들 기업은 미르엔 469억원, K스포츠엔 269억원을 내겠다고 회의록에서 밝혔다고 한다. 두 재단이 실제로 거둬들인 돈은 이보다 많다. 미르가 국세청을 통해 공시한 자료에는 출연금 468억원에 이른다. K스포츠 또한 지난 8월 말 기업들로부터 288억원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출연금은 기업 규모별로 비례했다. 삼성 79억원, 현대차 43억원, SK 43억원, LG 30억원, 롯데 17억원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출연금도 컸던 것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출연했는데 정작 기업들은 재단 운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기업들은 이런 사실을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둘이 아닌데 어떻게 이 두 재단은 모든게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을까. 두 재단은 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았다. 대기업들에게 돈을 내도록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윗선(청와대)의 누군가가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게 여론의 시각이다.

권력형 대형 게이트 사건?
전두환의 일해재단과 유사


현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안 수석은 이에 대해 ‘전경련이 그렇게(모금) 한다고 이승철 부회장한테 들어서 관심을 가졌지만 개입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챙기지 않으면 굳이 전경련 부회장이 일개 민간 재단 모금 문제를 청와대 수석에게 말했을지 의문이다.

이번 의혹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지난 21일 미르, K스포츠 재단을 두고 전두환정권의 일해재단에 빗대며 특별 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서 “터질 것이 터졌다”며 “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에서 청저히 파헤칠 것이며 지금처럼 청와대가 발뺌을 하고 솔직히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 또는 검찰 고발, 특검으로 가서 정권 말기에 있는 권력 비리에 대해 철저히 국민 앞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2의 일해재단이고 ‘박근혜 일해재단’이라고 덧붙였다.

우상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고위회의서 진상규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권력 실세, 비선 실세 문제로 시작해 대기업의 거액 자금 출연, 불투명한 자금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권력형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 실세들에게 내는 수백억의 돈이 과연 자발적 모금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일파만파
청와대 묵묵부답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수석비서관회의서 “비상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일고의 가치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는 답변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의혹 자체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재단 내사하다?
맞춰지는 이석수 퍼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감찰했다가 직을 내려놓은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의 모금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국기문란’ 공격이 시작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내사 지시는 이 감찰관이 했고, 지시를 받은 감찰반원들이 실제 출연한 몇몇 기업들에 찾아가 출연 이유와 과정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는 특별감찰관법에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제5조)의 ‘비위행위’(제2조)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감찰실 관계자는 “조사를 나간 감찰반원들이 한 기업체 임원에게 ‘왜 그 재단에 출연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못 하고 먼 산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더라’는 보고가 있었다. 대부분 기업의 반응이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감찰관이 수사기밀 유출 의혹 등에 휘말려 사표를 제출하면서 더 이상의 내사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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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