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종교인 성추문 '왜?'

흑심 품은 목사님의 두 얼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교회와 같은 종교기관에서 성추문이 공공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다. 종교인들의 성적탈선 행위는 지금도 매년 일어나고 있다. 국민은 물론 교인들에게도 종교의 타락이라며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추문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 새로운 피해자를 막을 제동장치가 없는 셈이다.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전문직군에 의한 성폭력 범죄 검거자 수가 모두 1258명이라는 경찰청 자료를 공개했다. 이 통계에는 종교인, 예술인 등 6개 전문직군이 조사됐다. 그중 종교인이 450명으로 성폭력 범죄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원인? 다양한 견해

박 의원은 해당 전문직군이 대부분 자유직이라 윤리교육이나 징계를 강제할 수 없다전문직군의 성범죄는 은폐의 여지도 많아 사법당국의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하다. 조직 스스로 자정능력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대책 마련이 용이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계에서 일어나는 성추문은 한두 건이 아니다. 덕성과 믿음을 실천하며 교인들의 신앙을 이끌어야 할 이들이 종교적 타락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990년대엔 한 목사는 몸을 합쳐야 천국에 간다며 여신도 5명을 꾀어 간음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받았다. 목사의 상습적 성폭행을 견디다 못한 딸이 아버지를 신고한 경험담을 책으로 출간해 이슈가 된 사건도 있다.


올해 들어선 유명 종교인들의 성추문이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달 8일 청소년 사역 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가 여대생과 미성년자인 여고생 등 회원들을 상대로 성관계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지난 2004년엔 여고생이던 회원을 모텔에 데리고 가 무리한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후에도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사건이 불거지자 그는 동생인 이동호 사무총장에게 사역을 맡기고 사퇴했다.

이어 이주노동자의 대부로 불리는 김해성 목사도 추문에 올랐다. 그는 지난 13일 봉사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고 교회 성도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을 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종교인의 성범죄는 박 의원의 말처럼 기관 내에서 숨기거나 비밀리에 다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성적 문제를 금기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내재된 국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 교인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에 공개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지금에 와선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있지만,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범죄 사실을 밝히지 못해 지속적인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잇단 성추행·성폭행 물의
기관내서 숨기거나 은폐도

왜 자꾸 일어나나 했더니…

기독교여성상담소에 따르면 교회 내 성폭력 유형 대부분은 목회자가 여신도와 청소년 등을 상대로 한 성범죄다. 피해횟수도 일회성 피해보다 한 목회자에 의해 장기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3년에서 길게는 10년간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이런 피해는 개인상담이나 안수 등 종교 행위를 빙자해 일어난다. 피해자 대부분은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교인들의 버팀목이자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할 종교인들의 성범죄 원인으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가장 일반화된 견해는 성 개방 풍조다. 성문화의 개방이 종교인들을 성적 자극을 주는 환경에 노출시켰다는 주장이다.

즉 인터넷 포르노그래피에 접근이 용이하고 성과 관련된 사업이 확산, 종교인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성적 유혹에 노출돼 성범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종교인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통제력의 환상이 꼽힌다. 통제력의 환상은 종교인들이 흔히 범하는 우발적 실수를 말한다. 여신도와의 관계서 자신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기에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박 전 소장은 이를 알콜중독자들이 자신은 술을 통제하면서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과 같다고 봤다. 그리고 성직자는 심리적으로 감정적 결핍과 의존성을 가지고 있기에 화간으로 이어지는 성적 비행을 하는 종교인들은 피해자 여성과의 관계성에서 동반의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영남신학대학교 김승호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그의 논문 <목회자 성윤리 교육의 방향성(2011)>에서 종교인 성범죄의 원인을 성윤리과 관련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학생들이 예비 목회자로서 신학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는 기간 동안 성윤리와 관련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신학생들은 성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이고 사적인 차원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올바른 성 윤리관 확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세태가 종교인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성적 유혹을 제어할 능력과 방법을 기르지 못하게 해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종교인들의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목회자의 경우 성범죄와 관련된 윤리 강령과 징계 규정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양성평등기본법 제정 등 사회가 변하는 것과 달리 교계는 여전히 가부장제 아래 있다는 일침도 나왔다.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종교 내 성범죄의 이유를 성평등 교육과 징계 규정의 부재, 동료 목회자들의 봐주기 등을 문제 원인으로 지적하며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교인들이 목회자의 성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변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5년 대한예수교회장로회 합동 총회는 세습’ ‘성범죄’ ‘표절문제가 담긴 목회자 윤리지침안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선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도 열렸다.

온정주의가 문제


이날 포럼에선 현재 종교인 성범죄에 대해 교회 성폭력은 표면적 증상이며 교회 내 여성 차별 의식과 목회자 중심의 권력 구조등이 뿌리 깊은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하며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에 목회자 윤리지침안 등은 선언적 수준이라 한계가 있고, 성범죄 재발 이유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들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교회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해선 면직’ ‘출교를 원칙으로 온정주의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처조카 수년간 성폭행한 목사

지난 13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장판사 김병철)는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위반 등의 혐의로 목사 A(57)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처조카 B양을 성추행 및 폭행했다. 그의 본격적인 범행은 2010B양의 집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B양을 자신의 집에서 양육하면서부터다. 심지어 자신의 부인과 함께 한 잠자리에서 B양과 성관계를 가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할 종교인의 신분을 가진 피고인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도외시하고 왜곡된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간음하고 추행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반인륜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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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