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콜레라' 오해와 진실

가난한 나라 병이 우리나라에?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가난한 나라병'이라 불리는 콜레라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콜레라는 산업혁명 시절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은 바 있다. 지난해 메르스에 이어 콜레라가 발병하며 이와 관련된 루머가 퍼져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3일 네 번째 콜레라 환자가 나타나 국민들의 불안을 고조시켰다. 보건당국은 “콜레라가 유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표했지만 감염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부산시는 지난 8일 콜레라 상황종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망률 50%?

콜레라는 공중보건학의 발전과 치료법이 보급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가난한 나라병’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 2001년 이후 15년 만의 발병이다.

지난 2001년 발생한 콜레라 전염사건은 이 작은 부주의로 발생해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당시 감염자는 요리사로, 자신이 콜레라에 걸린 줄 모르고 조리에 나서 오염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놨다. 손님들은 그의 요리를 먹고 감염 돼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경각심이 줄어들었지만 콜레라는 법정 전염병 1군에 속한 병이다. 법정 전염병은 사회적 파급력이 커 환자를 격리하거나 방역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감염병을 대상으로 지정 된다. 환자가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국내에서 15년 만에 발생해 이슈가 되다보니 희석된 콜레라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졌다.


콜레라의 발병 원인으로 수산물이 의심된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 이후 수산물 관련 루머가 확산, 수산물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일 수협은 “명확한 근거 없이 수산물을 콜레라 원인으로 지목, 일이 커지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에 항의 방문했다.

수협 관계자는 “몇 달 전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를 짚어 수산업이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엔 콜레라 원인으로 지목돼 어민들이 추가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서 발생한 콜레라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기온이 오르면 세균이 빠르게 번식할 뿐 아니라 질병의 매개체가 되는 모기 등 벌레들의 성장도 빨라진다.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콜레라균이 증식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면역력 감소도 원인으로 꼽힌다. 콜레라 감염자들은 모두 감염에 저항할 면역력이 부족한 노인들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에게 콜레라에 대한 오해와 의문에 대한 답변을 얻었다.

15년 만에…지방 환자들 계속 발생
지난해 메르스 이어 또다시 불안감

▲콜레라는 무엇인가? = 수인성 식품매개질환의 대표적인 질병으로 소장에 감염된 비브리오균이 분비한 독소에 의해 발생한다. 수양성 설사와 구토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감염 시 증상은? = 쌀뜨물 같은 심한 설사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며 종종 구토를 동반한다. 무증상 감염이 더 많고 복통 및 발열은 거의 없으나 증세가 심할 경우 동반해서 나타난다.


▲어떻게 전파되나? =주로 어패류 등 식품을 매개로 전파되나 드물게 환자 또는 병원체 보유자의 대변이나 구토물, 직접 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예방 방법은? = 물과 음식물을 철저히 끓여 익혀 먹으면 된다. 무엇보다 손씻기 등 개인위생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경구용 콜레라 백신(Dukoral®)이 있으나 비용 대비 예방효과가 낮아 권장하지 않는다. 단 외국 방문 시 일부 국가에서 콜레라 예방접종증명서를 요구할 수 있어 필요시 전국 13곳 국립검역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치료 방법은? = 경구나 정맥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야 한다. 항생제 치료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나 이환 기간을 단축하고 수분 손실을 줄여주며 균 배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아가미 루머는? = 생선 껍질과 아가미에는 콜레라의 원인인 비브리오균과 오염물질이 붙어 있어 잘 세척해야 한다. 아가미 부위에 플랑크톤이 닿아 오염될 확률이 높다. 생선회를 조리할 때는 아가미에 가까운 부위나 도마 등과 접촉한 회를 먹으면 감염 확률이 높다. 익혀 먹을 때는 설익은 부분이 없도록 잘 구워먹는 것이 좋다.

▲사망률이 50%? = 현대에 와서 콜레라는 치료 받으면 사망률이 0%에 가깝다. 수분과 전해질 보충만 충분히 되면 사망에 이르지 않는다.

▲바다 생선을 먹으면 걸린다? = 비브리오균은 끊는 물에 30초만 노출시켜도 사망한다. 회를 먹을 시 횟집에서 충분한 위생과정을 거친다면 문제없다. 개인위생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콜레라는 비브리오균이 일정 수치 이상 몸 안에 축적되었을 때 발생한다.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면 비브리오균 축적을 감소시킬 수 있다.

“사실은 0%대”

▲콜레라에 취약한 사람은? = 비브리오균은 위장에서 많이 죽는다. 위산이 죽이는 셈인데, 위 절제 수술을 받았거나 제산제를 복요한 사람은 위산이 없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일한 C형간염 대책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보건당국은 단속을 강화했지만 주사기 재활용 등 불법의료행위 입증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주사기 등 일회용 의료기기는 시술 후 폐기하면 재사용 확인이 곤란해 단속의 실효성이 적다고 발표했다.

운영 중인 신고센터에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불법의료행위 의심신고 85건이 접수됐지만 현장조사가 마무리 된 것은 54건이었고 그 중 17건만 행정처분을 받았다.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했는데도 감염의 인과관계를 발견하기 어려워 단순 재사용 금지위반으로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C형간염 신고 의무가 있는 표본감시기관 167곳 중 47%가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13곳은 신고 의무가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해 문제가 됐다. 감염 의심단계에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업무정지나 병원 명 공개도 하지 않아 안일하게 대처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의심신고가 들어오더라도 역학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별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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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