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필자가 경험했던 일을 풀어보자. 때는 1996년으로 필자가 신한국당(현 새누리당) 서울시지부 조직부장으로 근무할 때다. 그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 이후 연수부장으로 임명받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천안에 소재한 연수원으로 일시적으로 생활터전을 옮긴 탓이다.
여하튼 당시 업무와 관련해 서울 모 경찰서에 근무하는 정보과 형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겸하여 각각 소주 한 병을 마시고 2차를 위해 이동하는 중에 정말 재수 없게도 음주운전 단속 팀과 마주하게 되었다.
앳되보이는 경찰이 다가와 음주 측정을 요구하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형사가 창문을 내리고는 신분증을 건네며 딱 한마디 했다. “업무와 관련하여 저녁식사하며 한잔 했으니 그렇게 알라”고.
신분증을 받아든 경찰이 잠시 신분증과 그 형사의 얼굴을 번갈아 주시하더니 한마디 했다.
“경찰이면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 한마디를 건네며 신분증을 돌려주는 경찰을 잠시 멍한 상태에서 주시했다. 그리고는 잠시 후 그 경찰이 등을 돌리자 형사가 한마디 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얼굴에 핏대를 올리는 형사의 얼굴을 바라보며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여차하면 운전대를 놓고 그 순경을 잡을 기세였다. 하여 그를 살피며 능청스럽게 한마디 거들었다.
“저 친구 이야기가 전혀 틀리지 않는데 성질 낼 필요 있습니까.”
내 표정을 살피던 형사는 자신의 성정을 누그러트리고, 우리는 그날 2차까지 여흥의 시간을 보냈고 그 형사는 귀가할 때까지 운전대를 놓지 않았었다.
이제 금번에 임명된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시선을 돌려보자. 경찰관으로 근무 중이던 1993년에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다 단속 된 일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경찰관이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말이다.
앞서 필자의 경험을 풀어냈지만, 그의 처신을 살피면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나뿐만 아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 특히 내 아내도 그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논조로 답할 정도다.
1993년이라면 일반인들도 수시로 음주단속 조사를 피하고는 했다. 물론 음주 단속 조사에 앞서 운전면허증 아래에 돈을 숨겨 건네고는 했고 이 일이 가끔 사회 문제화 되고는 했으나, 사회 통념상 음주운전이 지금처럼 상당한 정도의 범죄라는 인식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여 당시 경찰관 이철성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면 절대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굳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일반인 그것도 융통성 없이 대처하다 음주운전 위반이란 낙인이 찍히게 되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필자는 이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그 순간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은 회피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이 회자되어 경찰관으로서 혹여나 승진 등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 때문에 일반인으로 신분을 감춘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여하튼 이제 이철성은 대한민국 경찰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민 모욕이자 국회 모욕”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지만, 불미스러웠던 지난 시절의 일은 묻어버리고 정말 소신 있는 경찰 수장이 되어주기를 고대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