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 여제자 성추행 교수 구속 ‘후폭풍’

2009년 피해상담 무색, 2010년 성추행 또?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가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또 하나의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지난해 12월 해당 교수가 구속되기 전인 2009년, 같은 학과 다른 여학생 또한 성추행 당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것. 더욱이 피해 여학생은 당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에 이 같은 내용을 상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 측이 해당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 제2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랑과 봉사를 교육이념으로 꼽는 가톨릭대의 불미스러운 여제자 성추행 사건 뒷이야기를 심층 취재했다.

여제자 성추행 교수, 지난해 8월 사직서 내고 ‘사퇴’
교수 사퇴로 마무리? 경찰 추가조사로 결국은 ‘구속’

대학 교수의 제자 성추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많은 대학들이 이 같은 사건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발생하고 있을지 모르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교수의 이름으로
제자 몸 ‘슬쩍 터치’

지난해 대구가톨릭대학교(이하 가톨릭대)에서 발생한 여제자 성추행 사건도 다르지 않다. 가톨릭대 A학과 전 학과장 김모(57)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초다. 당시 대학 측은 하필 입시철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알려져 학생 모집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는 후문이 돌았다.

하지만 김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10년 3월부터 시작됐다. 김 교수는 실습이 많은 학과의 특성을 이용, 주로 연구실에서 성추행을 시도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해당 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20·여)씨의 손과 엉덩이,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방법으로 성추행했다. 이 같은 성추행은 3월부터 8월까지 계속됐고,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해 8월 학교 측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김 교수가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학교 측의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김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퇴하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이후 일부 학부모들은 사직서를 받고 끝낼 일이 아니라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김 교수를 경찰에 고소, 정식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김 교수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말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김 교수의 혐의 사실을 확인한 경찰에 구속됐다.

교수 사퇴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김 교수 성추행 사건은 이후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 같은 사실은 더 큰 논란과 후폭풍을 몰고 왔다.

A씨가 성추행 당하기 1년 전 이미 같은 학과 B씨가 성추행 당한 사실이 있고, 2009년 당시 B씨는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에 이 같은 내용을 상담했다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9년 당시 가톨릭대 측이 김 교수의 제자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아 제2의 피해자인 A씨를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2009년에 확실히 대처했다면 2010년 같은 학과에서 같은 성추행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학 측은 “2009년 같은 교수에 의한 또 다른 성추행이 있었던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기자는 가톨릭대를 직접 찾아 학교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가톨릭대 박승길 홍보실장은 “2009년 같은 학과 학생의 상담이 있었고, 일 년 뒤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면 이 같은 문제제기는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상담실의 원칙상 학교 측에서는 모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와 비밀보장을 우선으로 하는 상담 원칙상 피해자가 비공개상담을 원하고 상담실에 신고 접수를 하지 않으면 윤리위원회 회부는 물론 위원장과 총장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2009년 당시 B씨의 상담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한 어떠한 내용의 상담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고, 학교 측에서 사실을 몰랐다면 B씨가 비공개상담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다른 피해자
2009년 상담하고 휴학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가톨릭대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실’을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2009년 당시 B씨를 상담한 카운슬러가 퇴사하고 지난해 10월 새로운 카운슬러가 부임해 있었다.

새로운 카운슬러는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의 경우 비공개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같은 경우에는 윤리위원회나 학교 관계자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상담의 목적일 수 있지만 상담 자체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상담 자료는 통상 4년간 보관하지만 비밀보장의 원칙상 공개해서도 안 되고 상담 내용에 대해 누설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는 실제 가톨릭대의 ‘성희롱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을 살펴봤다. 상담은 전화나 방문, 이메일 상담이 모두 가능하고 ‘공식적 해결’과 ‘비공식적 해결’로 그 처리 방법이 나뉘어있다.

상담자가 ‘공식적 해결’을 원할 경우, 상담센터에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 및 접수하면 교내 성윤리위원회의 사건조사를 진행하고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사건에 대해 총장은 부서전환,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09년 또 다른 피해학생 교내 상담실 상담했지만 학교 측 묵인 
당시 사건 인지하고 제대로 대처했다면 제2의 피해학생 ‘없었을 것’

반면 상담자가 ‘비공식적 해결’을 원할 경우에 상담실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조항에 따라 성윤리위원회에 알려서는 안 되며 다만 상담자가 원하는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와 중재처리를 도울 수는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개인적인 중재는 도울 수 있다는 것.

박승길 홍보실장 역시 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학교 측에서는 2009년 피해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센터 측에서 가해교수에게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정상 ‘성희롱 사건의 처리 절차’가 이렇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개인 비밀보장도 중요하지만 성희롱이나 성폭행과 같은 사안을 피해자가 가해자의 징계를 원치 않는다고 해서 학교 측에 가해자를 알리지 않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상담실을 찾은 피해자가 자신의 신변이 노출되거나 가해자에게 자신의 상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비공개 해결을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이 같이 약한 감정을 이용해 성추행을 계속 이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가톨릭대 성추행 사건만 보더라도, 2009년 피해자인 B씨는 신변노출이 두려워 경찰에는 신고하지 않고, 교내 상담실을 찾아 상담만 받았다. 하지만 A씨는 학교는 물론 경찰에도 적극적으로 알렸고, “교수가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개인 비밀보장
큰 피해 될 수도

결국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학교 측은 “피해학생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 빠른 시일 내에 사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피해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B씨는 결국 2009년 휴학을 선택했다.  

이와 관련 해당 학과 조교는 “교수가 사퇴하고 나서야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명의 피해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추가 피해학생이 있는지는 드러난 게 없다”면서 “학과 특성상 여학생이 많아 남조교인 나와 속 깊은 얘기가 오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 명의 학생 중 한 명은 2009년 12월 휴학했고, 다른 한 명은 재학 중”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겠지만 피해학생의 성격에 따라 가해자가 학교에 남을 수도, 학교를 떠날 수도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상담 내용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희롱 특히, 교내 성희롱이나 성추행 같이 공적인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경우 피해자 보호는 철저히 하되, 학교 측에 가해자를 알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한 사람이 피해를 감수함으로써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는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박승길 홍보실장은 “2009년 2010년의 사건을 떠나서 가톨릭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학교 측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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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