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특급호텔 ‘설 선물세트’ 엿보기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특별하게 전하세요”


특급호텔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다양한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올해 설 선물 시장은 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초고가 바람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불고 있다. 희소성 있는 고급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특급호텔이 앞다퉈 고급 선물 세트를 준비해 부자들의 지갑 열기에 나섰다. 특급호텔 햄퍼 전문가와 소믈리에, 플로리스트 등이 마련한 대표적인 명절 선물을 소개한다.

와인·정육·생선·과일·고급 양주 등 종류 다양
경제불황에도 초고가 바람 불어…가격대 천차만별
그랜드 하얏트 서울…고객이 원하는 아이템 구성
호텔신라…스테이크 세트 상품 2종 새로 추가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국내산 한우 1++ 등급으로만 구성된 명품 한우 세트부터 인기 상품인 특선 훈제 연어와 화이트 와인 세트, 명품 홍삼으로 유명한 개성홍삼 6년근을 발효시켜 체내 흡수율을 6배 이상 높인 홍자은 발효 홍삼 세트, 100% 국내 농수산물을 사용한 교동 한과 세트, 프렌치 햄퍼 세트, 유러피언 햄퍼 세트, 쁘띠 셀렉션 햄퍼 세트,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속 있게 선물할 수 있는 200년 전통의 로네펠트 티 세트, 프리미엄 커피 다비도프 세트, 세계적인 대표 와인 생산국 프랑스, 미국, 칠레 명품 와인 2종 세트와 세계 3대 샴페인 브랜드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멈 꼬르동 루즈를 비롯하여 2010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사용된 아크 인터내셔널사의 세프앤 소믈리에의 디켄터와 마개 세트 및 프리미엄 라이브 뷔페 더킹스 식사권 등 총 22종의 호텔 특선 선물 세트가 준비된다. 가격 7만5000원~70만원. 50만원 이상 구매 시 호텔 임직원이 직접 받는 분께 선물을 전달해 드리는 앰배서더 프레스티지 딜리버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국내산 한우 정육 세트를 비롯해 호주산 갈비, LA 갈비 등 명품 육우 세트와 굴비 세트, 녹차 도자기 세트, 석청, 견과류세트, 그랜드 햄퍼 등 선보인다. 가장 인기가 높은 선물로는 국내산 한우 중에서도 엄선된 최상급 누리마루 한우 갈비 세트, 한우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살아있는 한우 너비아니 세트, 국내산 서해 암꽃게로 짜지 않게 담근 전통 간장 게장 세트, 올리브 오일과 과일잼, 허브차 등으로 실속 있게 만든 미니 햄퍼 세트 등이다. 호텔 전문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소믈리에 추천 와인 세트 역시 정성과 품격을 표현하는 선물로 손색이 없다. 보르도의 5대 샤또의 일등급 그랑 크뤼 와인 5병을 모은 레전더리 와인 세트를 비롯해 칠레산 레드와인을 담은 1865세트, 신선한 과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화이트와인과 깊은 여운의 나파산 레드와인을 담은 나파 밸리 세트 등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다. 가격 10만원~.

◈그랜드 하얏트 서울=델리의 3가지 설 선물 세트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초콜릿, 하얏트 주방장이 만든 홈메이드 쿠키, 치즈 등 선물하기에 좋은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칠레산 레드 와인 훌리오 부숑 밍그레, 홈메이드 잉글리쉬 후르츠 케이크와 쿠키, 다크 초콜릿, 캐모마일 티, 체다 치즈 등 총 14가지 품목으로 구성된 그랜드 햄퍼, 프랑스산 화이트 와인 페블리 부르고뉴 알리고떼, 레드 와인 페블리 조셉, 홈메이드 쿠키와 초콜렛, 고우다 치즈, 블루베리 잼 등으로 구성된 와인 & 치즈 햄퍼, 샤또 지스꾸르 레드 와인과 프랑스산 특제 버터인 뵈르 이시니, 3가지 종류의 치즈, 프로슈토와 살라미가 담긴 스페셜 기프트 박스 등이 준비된다. 또한 고객이 직접 원하는 아이템을 골라서 선물 세트를 구성할 수 있다. 가격 35만원~.
◈메이필드 호텔=한우갈비, 명란, 장뇌산삼으로 구성된 설 선물 세트 7종과 호텔 이용권을 판매한다. 강원도 철원 등 청정지역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최상급 국내산 한우로 구성된 한우 특생대갈비는 마블링이 뛰어나고 육즙이 풍부해 한우의 풍미를 즐기기에 좋으며 28년 전통의 노하우를 간직한 한식당 낙원의 육류 선별 능력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종벌꿀과 느릅나무껍질 등 20여가지 양념으로 숙성시켜 깊은 맛이 살아있는 한우 양념갈비와 호주산 양념갈비에 이르기까지 엄선된 최상급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소중한 분들께 의미 있는 선물로 추천할 만하다. 이외에도 저염 숙성으로 만든 명란세트, 건강에 좋은 장뇌산삼 세트도 준비해 눈길을 끈다.

◈서울팔래스호텔=육류 세트부터 호텔에서 직접 만든 간장전복, 불도장과 티세트, 호텔 내 레스토랑 식사권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된다. 육류 세트는 호주산 명품와규, 미국산 육류를 등심, LA양념갈비, 불갈비, 찜갈비, 모듬세트 등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일식당 다봉에서 선보이는 간장전복은 완도산 최상품 전복만을 골라 호텔 조리장만의 비법으로 직접 담가 맛과 향이 일품이어서 특별한 선물로 손색이 없다.
해산물세트로는 명품대하세트와 명품대게세트도 준비된다. 보양 세트로는 황제의 건강을 위한 진상품으로 건강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좋은 선물인 경옥대보 선물세트가 있다. 이외에도 중식당 서궁 주방장이 직접 조리한 중국 최고의 보양식인 불도장 세트, 와인 세트, 햄퍼 세트, 티 세트 등도 판매한다.

◈쉐라톤 인천 호텔=호주산 프리미엄 소고기 세트, 고급 와인, 다양한 제품으로 알차게 구성된 햄퍼 세트를 선보인다. 호주산 프리미엄 소고기 세트는 청정지역 호주에서 300일 이상 유기농 곡물로 비육된 소들로만 엄선해 준비되어 육질이 부드럽고 마블링이 뛰어난 웰빙형 선물 세트이다. 가격 20만원~30만원. 햄퍼 세트는 명품 샴페인부터 초콜렛, 고급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 햄, 과일 젤리, 탄자니아산 커피 등의 다양한 아이템이 고급스러운 바구니에 담겨 제공된다. 가격 각각 20만원, 28만원. 소믈리에가 적극 추천하는 프랑스, 이태리, 칠레 등 전세계의 유명 와인들도 실속 있는 가격으로 선보인다. 특히 1992년 빈티지의 샤또 무똥 로쉴드는 전세계의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는 진귀한 제품으로 15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된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명품 한우 꽃등심, 특선 명품 갈비찜, 명품 전복&대하 찜, 국내산 활암꽃게 간장게장, 영광 법성포 굴비, 명품 와인 세트 등 약 40여종의 다양한 상품이 준비된다. 가격 9만5000원~500만원.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설 선물 세트의 가장 큰 특징은 VIP 배송 서비스이다. 단 한 개의 상품을 구입하더라도 서비스 마인드를 가진 호텔직원이 예의를 갖춰 직접 배송을 하니 주는 이와 받는 이의 품격을 높이는 설날 선물로 손색이 없다. 또한 호텔고객의 제품만 배송하므로 신선도 유지도 뛰어나며 포장상태의 파손도 위험이 없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명품 와인 세트는 더욱 매력적인 가격으로 선보인다. 소믈리에가 엄선한 고급 와인 두 종류와 와인 액세서리가 포함된 명품와인세트는 시중보다 3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특징. 산타 까롤리나(2007년) 세트와 얄리 리미티드 에디션(2008년) 세트 등 다양하게 마련된다. 또한 명품와인으로 손꼽히는 샤또 마고(2002년)와 샤또 오브리옹(2004년), 샤또 무통 로칠드(2001년) 등 세계 5대 샤또와인들도 시중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JW 메리어트에서만 판매하는 유기농 바구니와 고메이 바구니는 올해 더욱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다. 유기농 바구니 세트는 유기농 소스와 발사믹, 올리브 오일부터 유기농 꿀과 시리얼, 쿠키, 초콜릿까지 건강에 좋은 상품으로만 구성된다. 고메이 바구니 세트는 무슬리와 말린 과일 등 견과류를 비롯해 각종소스와 오일, 올리브 피클, 와인 및 비스켓까지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하는 상품들로 구성된다. 이외에도 명품 알배기 굴비세트, 중식당 대표 보양식인 불도장, 교동한과의 진한 맛을 전하는 한과세트, 엄선된 최상품의 곶감으로 구성된 곶감세트, 건강에 좋은 전통 꿀 석청, 세계적인 브랜드의 커피 및 티 세트 등 최상급 품목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추석 선물세트로 마련된다. 가격 2만5000원~99만원.

◈호텔 리츠칼튼 서울=최상급 육류부터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된 명품 햄퍼까지 리츠칼튼 서울 조리장들이 정성껏 준비한 프리스티지 설 선물세트를 선보인다. 국내산 1등급 한우양지, 등심, 안심과 반골이 포함된 한우꼬리로 구성된 한우 모둠 세트는 냉동 박스에 고급스러운 보자기로 포장된다. 한우 포갈비, 호주산 와규 꽃등심, 호주산 LA갈비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부모님을 위한 효도 상품으로 지리산 산양산삼도 판매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상품은 호텔 VVIP를 겨냥한 초고가 선물 세트인 500만원 프레스티지 햄퍼 세트이다. 프레스티지 햄퍼 세트에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독일 정상이 투숙했던 프레지덴셜 스위트 1박 숙박권과 모든 업장에서 이용 가능한 50만원 상당의 상품권, 120만원 상당의 1985년산 최고급 프랑스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1병과 캐비어, 푸아그라, 치즈, 과일 등의 안주가 함께 제공된다. 그 외에도 다양한 햄퍼 세트와 최상급 영광 굴비, 건옥돔, 죽방멸치, 소믈리에가 선별한 명품 와인 세트, 싱글 몰트 위스키, 한국 전통주인 6년 숙성 명가원 솔송주, 전주의 이강주, 10년 숙성 명인 안동소주 등이 5만원 대부터 100만원 대까지 다양하게 판매된다.


◈호텔신라=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급 명품 선물 세트 등 총 121종을 선보인다. 한우 세트의 경우 한우 미식가들의 다변화되고 디테일해진 취향에 맞춰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고급 한우 상품을 주문하는 고객 중에는 스테이크 상품 선호 비율이 증가한다는 요즘 흐름에 따라 스테이크 세트 상품 2종을 새로 추가했다. 한우 L본 T본 스테이크 세트는 1++등급 한우 중 담백한 채끝 등심인 L본 스테이크, 안심과 등심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T본 스테이크를 함께 담아 최고급 레스토랑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우 등심 스테이크 세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인 등심과 채끝 등심으로 구성한 한우 스테이크로, 육즙이 풍부하고 풍미가 매우 고소하다. 이외에도 명품 알배기 굴비, 세계 3대 진미 세트, 치즈 햄퍼 세트 등 차별화된 구성을 자랑한다. 가격 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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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