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을 거슬러 지난 18대 대선 때로 가보자. 이명박정권의 지독한 실정으로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정말로 이외의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야당은 정치, 또 선거 경험이 별로 없는 초선의 문재인을 후보로 선출한다.
그리고 문재인은 정치에 관해서는 아마추어답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해간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국회의원 배지에 연연하고 자신의 주적이 누군지 명확하게 설정하지도 못하면서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
하여 필자는 이와 관련 당시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사람들 중에서 문재인만 제외하고 어느 누가 나섰더라도 권력은 야당으로 돌아갔을 것이라 했었다. 특히 손학규였다면 손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권력을 차지했을 것이라 했다.
그런 연유로 문재인은 선거에 패한 이후 야당 내 다른 세력들의 눈치를 보느라 선거 결과에 대해 조무래기들을 시켜 트집 잡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본인까지 나서서 대선 결과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하는 역시 아마추어의 본색을 여실히 드러냈었다.
이제 현실로 시선을 돌려보자. 작금에 실시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서 이와 유사한 아니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다른 사람이 아닌 이정현 의원을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한 결과 말이다.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는 장면을 보면서 새누리당이 과연 무슨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심을 떠나 정말로 박근혜의 말년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차기 권력을 포기하겠다는 심사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누누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차기 대권 향방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현 박근혜정권의 국정운영에 달려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권의 실정은 역대 최악이라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런 사유로 수차례에 걸쳐 차기 권력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고 강변한 바 있다.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확실하게 결별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래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당시 노태우 후보에게 “나를 밟고 가라” 할 정도를 넘어서는 그야말로 박근혜정권을 완벽하게 짓밟고 건너가야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 새누리당은 이정현을 선택했다.
참고로 이정현 대표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시절 즉, 필자가 한나라당에 재직하던 시절 그와 함께했던 적이 있다. 당시 대변인실서 필자는 운영부장으로 그리고 이 대표는 자료분석부장으로 보조를 맞추었었다.
당시 접해본 이정현 대표는 서글서글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했던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는 확실하게 뒷마무리하는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다.
개인 이정현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표로서 이정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 될 수 없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이정현의 존재는 철저하게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속된 표현으로 박근혜 없는 이정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이정현으로서는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주종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고 행여나 이 대표가 당의 미래를 위해 박 대통령과 등지게 된다면 국민들의 시각에 곧바로 패륜으로 여겨질 정도다.
결국 새누리당은 이정현을 선택함으로써 차기 권력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상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웃음소리에 반비례하고 있으리라 본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