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만튀 주의보’

‘만지고 튄다’물만난 변태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만지고 튀기’라는 행위가 있다. 말 그대로 대상을 만지고 도망가는 행위로 그 종류는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슴만튀, 엉덩이를 만지고 도망가는 엉만튀 등이 있다. 성추행에 해당하며 주 대상이 여성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남성도 자주 당한다. 이러한 만튀 행위는 여름철 휴양지 같이 사람이 많거나 번잡한 곳에서 일어난다.

만지고 튀기(이하 만튀)의 행위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유행처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명확한 성추행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이들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많아 쉽게 몸을 숨길 수 있는 복잡한 장소에서 일어난다. 한적한 골목가 같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도 범행이 이뤄진다.

번잡한 곳서

초등학생들의 짓궂은 장난인 아이스께끼 같은 장난이 성인까지 지속된다면 이는 범죄가 된다. 만튀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인 2005∼2006년이다. 당시 인터넷 사이트에 만지고 튄 후기라며 올라오는 글들을 만튀로 지칭하게 되면서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게 됐다.

그들은 번잡한 곳에서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갔다는 내용의 글을 하나의 무용담처럼 써 올렸다. 인터넷서 만튀 후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당시 인터넷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이 영향을 받아 유행처럼 자리 잡기도 했다. 주로 남녀공학 학교서 유행,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받았다.

만튀를 당한 여학생이 남학생을 쫒아가 만지는 일도 있었다. 당시 경찰은 “청소년 또래집단 사이서 만튀 성공을 영웅담처럼 늘어놓거나 들키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성범죄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청소년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가해자가 14세 이상이면서 피해 여성이 성인이고 고소가 있을 경우 강제추행죄가 적용된다.


지난 2014년 11월엔 성인이 저지른 황당한 만튀 행위가 있었다. 당시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수능 시험날 만원버스 속 여자 수험생을 만튀하면 시험을 망칠까 봐 저항도 못한다는 말이 떠돌았다. 그 말을 그대로 믿은 A씨는 실제로 행동에 나섰다.
 

수능 당일 만원 버스에서 한 여자 수험생을 추행한 것이다. 그러나 여학생은 인터넷 속설과는 다르게 소리를 지르며 대응을 했다. 결국 A씨는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만튀 후기 무용담에 휩쓸려 만용을 부린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힐 장소를 찾아 떠난다. 전국의 휴양지와 워터파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만튀하는 이들은 이 시기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사람이 많을수록 범행을 저지르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는 한강시민공원 수영장서 지나가던 여성들의 허리와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파키스탄인 B씨가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워터파크에서 만튀를 당해 수치스럽다는 사람들도 많다.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워터파크 성추행에 대한 경험담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 풀장 안에서 피해를 당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방법은 다양했다. 파도풀에서 파도가 칠 시기를 노려 몸을 만지는 사람도 있고 잠수를 해서 중요부위를 만지는 행위도 있다.

워터파크 등 휴양지 피해 많아
청소년들 사이서 장난식 유행도

여름을 맞아 워터파크에 놀러간 C씨는 모처럼의 즐거운 휴가를 망쳤다. 인공 파도풀에서 파도를 즐기던 C씨는 누군가 만지는 느낌에 기분이 싸해졌다. 우연히 스친 것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스친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C씨는 곧바로 파도풀을 나왔다. 휴가기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날린 기분이었다.
 

다른 사례도 있다. 피서철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인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어난 일이다. 여자친구와 해변을 찾은 D씨는 물놀이를 같이 하던 여자친구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리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여자친구는 D씨에게 튜브 아래서 누구가 만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D씨는 어떤 사람이 그랬는지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으나 의심되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이런 사례서 볼 수 있는 만튀 행위는 혼잡한 틈을 타고 이뤄진다. 경찰은 만튀 같은 성폭행은 적발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수치심에 피해사실을 숨기거나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만튀와 같은 범행이 자주 자행된다는 것이다.

이어 성추행을 당하면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이에 피서지 성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달부터 ‘피서지 성범죄 신고포상금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신고를 통해 범인이 검거되면 신고자는 보상금을 지급받는다. 보상금은 아동·장애인 대상 성범죄 5000만원 이하, 청소년과 성인 대상은 각각 2000만원, 1000만원 이하로 구성돼 있다. 몰래카메라나 만튀 행위 모두 해당 범죄에 포함된다.

남성 피해도

만튀 행위는 여성들만 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성 피해자들도 존재한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고 묻힐 뿐이다. 한 피해자는 만튀를 당한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이 겪은 일을 올렸지만 남자를 대상으로 만튀를 하는 여자도 있나며 웃음거리가 됐다.

왜 그게 나쁘냐는 식의 대답도 들었다. 피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남성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숨기고 지낸다고 한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대 단톡방 성희롱 파문

지난 11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학소위)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교내 게시판 등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학소위에 따르면 인문대학 소속 남학생 8명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성이 짙은 대화를 나눴다. 학소위는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며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의 대화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인문계 학생 8명은 클럽에 간다고 하는 친구에게 ‘슴만튀(가슴 만지고 도망가기)’‘먹버(먹고 버림)’‘슴가펀치(가슴을 때림)’ 등 성범죄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하며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배고프다는 한 학생의 말에 동기 여학생을 거론하며 ‘먹어’라는 발언을 했다. 몰래 찍은 학생의 사진을 올리며 ‘박고 싶다’는 등의 표현도 썼다. 이에 학소위는 학교 측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격리, 가해학생 징계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교대 인권센터서 조사 중이며 결과에 따라 징계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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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