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누리 새 수장 이정현 대표

계륵의 부활…미운오리 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새벽 토크, 자전거·배낭 유세 등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례적인 호남출신 여당 당 대표로 선출된 자체가 새누리당의 혁신이라 불리고 있다. 지난 날 청와대의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입이라고 불릴 정도로 친박의 대표주자인 그는 청와대 언론 개입 등의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계륵에서 당 대표까지 이른 이 대표의 행적을 살펴본다.

지난 9일 새누리당(이하 새누리) 전당대회서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 대표가 선출됐다. 주인공은 새누리 이정현 의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자신을 보은의 관계로 언급할 만큼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인 이 대표는 이날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고 '무계파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칭 ‘무수저’
친박 외길 걸어

이 대표는 스스로를 ‘무수저’라고 칭한다. 그는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에 포함된 수저도 없이 지금까지 왔다며 그 자체가 자신의 장점이자 경륜이라 말한다.

이 대표는 1958년 전라남도 곡성의 산골 출신으로 광주 살레시오고를 거쳐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4학년 때인 지난 1985년에 고 구용상 전 의원에게 ‘정치를 똑바로 하라’는 손편지를 보내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구 전 의원의 비서로 일하다 그가 낙선하자 민주정의당 특채로 입사해 최고 말단 당직자 간사병으로 당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엔 민자당 후보로 광주시의원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영남 기반의 당에서 호남출신인 그는 인정을 받기 위해 15년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평일 같이 일했다. 그러면서 정세분석, 대변인실, 여의도 연구소 기획팀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1997년 대선에선 당시 후보였던 새누리 이회창 의원에게 매일 3장짜리 정세 분석 및 전략기획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분석 자료를 지도부 인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로 당의 고위직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전략기획 실무를 맡았고, 2003년 한나라당 정책기획 팀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친박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그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다. 한나라당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호남에서의 패배는 불보듯 뻔했다. 결과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 선거에 나선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이후 총선 낙선자를 위로하는 자리에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홀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이 대표의 인연은 시작된다.
 

박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어쩜 그리 말을 잘하냐”며 그를 눈여겨보고 당 수석부대변인에 임명한다. 2007년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 대통령의 공보특보로 박 대통령과 함께 1년 이상 전국을 돌았다. 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패하자 많은 이들이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났지만 이 대표는 계파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을, 김문수 경기지사 측으로부터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제의받기도 했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상 처음 호남출신 당대표 선출
어떤 계파도 없다? 대표적 친박계


이 대표는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출신지인 호남에서는 역적 취급을 받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당과 출신지 어디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계륵 취급 받던 그가 자신을 인정해준 박근혜 대통령의 편에 선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이명박정권 출범 첫해 치러진 18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이 대표가 민정당 국회의원의 비서로 시작해 정계에 입문한지 23년, 공직선거에 출마한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당시 평의원이던 박 대통령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구을 선거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다시 낙선했지만 2%도 채 못 채운 지난날과 달리 39%라는 고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 대표는 새누리의 지역주의 타파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새누리에게 열리지 않는 철옹성이 허물어진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어 제18대 대통령에 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에 발탁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박근혜 정권 시작과 동시에 핵심 가신임을 입증했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사표를 냈다.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고 이 전 홍보수석의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다. 그러나 외부에서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 내부의 이 대표를 정무수석에서 홍보수석으로 수평이동시킨다. 이 대표가 홍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그의 본격적인 ‘박 대통령의 입’의 역할이 시작된다.

손가락질 세례
외면도 많았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아침 회의 전인 오전 7시 쯤 새벽 간이토크도 열었다. 그는 새벽 간이토크 외에도 “오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오후 청와대 회의 이후 한번 기자실에 들려 언론의 관심사에 대해 백 브리핑 형식으로 알리겠다”며 언론과의 접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씻을 때, 회의할 때를 제외하고 언제든 전화를 받겠다.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연락해야 할 때 연락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가급적 내 이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중심이 되면 안 된다. 나는 비서일 뿐이다. 공식 발표는 대변인을 통해 하고, 나는 배경 설명을 주로 하겠다”며 과도한 언론의 관심에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정무수석 시절에도 목에 힘을 빼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대표의 이 같은 소통에 대해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야 양측에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일호 전 대변인(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구두 논평서 “대선 기간에 공보단장을 역임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온 만큼 자기 자리를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고 비록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전문성에서 별로 시비를 걸 점이 없는 적임자”라고 했다.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선 소통에 기대를 걸었다. 민주당 김관영 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서 박 대통령의 불통정치가 개선되고 국정혼선을 줄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4년 6·4지방선거 이후 돌연 홍보수석 사의를 표명한다. 이를 두고 권력 암투설, 경질설 등 여러 의혹이 빗발쳤다. 하지만 의혹이 무색하게 이 대표는 당해 있던 7·30 선거에서 얼굴을 비춘다.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선거 진행 중에 여당인 새누리에 대한 반감을 고려해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로 시내를 누비는 등 소탈한 모습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국민에게 다가갔다. 이 대표의 경쟁자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서갑원 후보였다. 투표결과는 놀라웠다. 야당텃밭이라 불리는 광주·전남서 첫 새누리 의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순천시 선거구에 당선돼 호남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대통령의 입’
대변인 활약

이 대표가 호남에서 재선 성공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던 데에는 그의 감성정치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는 보궐 선거 당선 이래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설명회를 열었다.

동시에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하거나 수첩에 받아 적어 해결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마을회관서 파전과 막걸리를 먹고 숙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렇게 다가가는 주민밀착 스킨십과 감성이 새누리에게 얼어붙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성실하게 지역관리에 임한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행보가 주민들의 흥미를 끌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출신지에 대한 애착이다. 이 대표는 수도권 출마를 일절 한 적이 없으며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항상 호남 출마를 고수했다. 호남지역 예산 지킴이를 자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불어 2014년을 기점으로 호남에 퍼진 새정치에 대한 불신이 표심에 영향을 줘 그의 재선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 내에선 이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대표적인 친박이자 새누리 유일의 호남 재선 의원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된 것이다.

비박과 친박의 계파갈등이 심화되어 비박계 인사들이 탈당을 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등 돌리고 총질을 해서는 안된다”며 “나 같으면 보스(박 대통령)를 설득해도 안 될 땐 판을 떠나던지 끝을 냈을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후 이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다. 당시 주호영 비박계 단일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얻었지만, 4만4000여표로 주 후보와 1만3000여표차이를 벌리며 대표로 선출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보수정당 소속 최초의 호남 당선 국회의원, 보수정당 최초 호남 출신 대표, 마지막으로 당직병에서 당대표까지 올라온 최초의 당직자 출신 대표 등의 타이틀을 세 개나 획득하게 된다.

다가가는 스킨십으로 친숙한 이미지
세월호 보도 관련 구설수 오르기도

이 대표의 선출에는 그의 연설이 한 몫 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는 서러움을 강조하며 감성으로 호소하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을 비엘리트, 무수저라는 표현을 써가며 정치 이력을 수저조차 얻지 못한 처지에 비유하거나, 지난 시간 호남과 새누리 속에서 얻어온 서러움을 부각시켰다.

당시 이 대표는 “잘 알다시피 고향에서는 새누리라고 눈치 보고 당에서는 호남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히 호남 출신 의원, 당직자가 한 명도 없는 새누리 안에서 33년을 생활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 합동연설회서는 “호남 출신 최초로 보수정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가 영남당이 아닌 전국당이 된다. 호남표를 끌어내 정권 재창출 보증수표가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호남출신 새누리 자체가 혁신이라는 말도 해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위원장은 이 대표의 연설을 듣고 현재 새누리당의 고문인 유준상 전 의원이 93년 당시 민주당 부총재 경선에서 교통사고 직후 휠체어를 타고 연단에서 명연설을 해 갈채를 받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 경선에 나섰을 때도 감성 연설로 좌중을 흔들었다며 이 대표의 ‘연설의 힘’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한때 자신이 비판했던 비박들에게 화해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지난 일을 털어버리고 함께 가자”며 “지금부터 새누리에는 친박 비박과 같은 계파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지난 6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방송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한 일이다. 당시 KBS 보도국장이던 김시곤 전 국장은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박근혜정부 비판 보도에 항의했다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지역주의 타파
혁신의 아이콘

당시 이 대표는 자신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청와대에서도 이 대표의 개인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선을 그었다. 이 뿐 아니라 여과되지 않은 언사로 비판을 받았다. 그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하거나 자신을 광주시민들이 버린 쓰레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정현의 포부 “답은 현장에서”

지난 9일 신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열린 전당대회에서 계파 패배주의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부터 챙기겠다. 민생문제 만큼은 야당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여당의 책임으로 이 일을 반드시 정책과 예산과 법안에 반영시키도록 하겠다”며 “가난한 사람, 사회적 약자, 청년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다. 모든 답은 현장에서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자신같은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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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