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우병우 라인’ 추적

권력 중심에 선 ‘왕수석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우병우 민정수석은 청와대 ‘행동대장’이다. 내 몸처럼 움직여줄 행동대원이 필요했을 터. 우 수석은 일명 ‘우병우사단’을 검찰·법무부·국정원 등의 주요 요직에 앉혔다. 이번 우 수석의 스캔들은 행동대원인 진경준 검사장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우 수석은 진경준을 검사장으로 승진시켜준 장본인이나 마찬가지다. 결과는 인과응보였다.

지난해 단행된 우병우(49) 민정수석의 승진은 파격적이었다. 우 수석은 2014년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는데, 약 8개월 만에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진급했다. 게다가 우 수석은 40대 최연소 민정수석이었다.

모르쇠로 일관
언제까지 버틸까

우 수석 진급은 검찰의 기수문화 파괴라는 진통을 겪으며 여러 우려를 낳았다, 사법연수원 19기인 우 수석이 5기수나 선배인 김진태(14기, 65) 당시 검찰총장을 ‘핸들링’하는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나이나 기수로 봐도 김 전 총장은 우 수석의 대선배다(우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 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과 검찰총장간에 마찰이 빚어질 것이라는 소문이 서초동 일대에 파다했다. 민정수석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검찰, 경찰, 국정원 등을 아우르며 일을 한다. 사실상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지휘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수문화가 철저한 검찰에서 자신보다 한참 어린 후배한테 지시를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게 검사들의 자존심이다. 이 때문에 많은 검사들이 제때 진급하지 못하면 검복을 벗는다.


지난해 1월 그가 민정수석이 되고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퇴진하면서 “왕수석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그는 청와대 인사와 함께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 자기사람을 꽂아넣는 등 실세로서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해 2월17일 법무부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했다. 이때 일명 우병우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재편된 이후 나온 인사라 논란이 더했다. 우 수석 내정 이후 기존의 민정라인은 마치 사전기획이라도 한 듯 모조리 사퇴했고 이후 대부분은 우 수석과 같은 TK(대구·경북) 검사 출신들로 채워졌다.

청와대 등에 업고 경·검·국 주물럭
서울대 법학 동창들 법조계 쥐락펴락

공직기강비서관에 우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일준 평택지청장이 임명됐고, 민정비서관에는 TK 출신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임명됐다. 그는 검찰 내에서 엘리트코스를 밟고 법무부의 직접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검찰 내 우병우사단의 약진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결국 우 수석과 김 전 총장의 관계였다. 우 수석이 검찰 내 영향력을 넓히게 되면 총장과의 완력 다툼은 불가피했다. 검사장급 인사는 김 전 총장이 챙겼지만, 부장급 이하 인사는 우 수석 몫이었다.

김 전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과 우 수석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간 팽팽한 샅바싸움의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당초 청와대서는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려 했는데 김 전 총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 전 총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성재 대구고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최연소 민정수석
정의감 불탔는데…

대검 중수부 폐지와 더불어 권력층 수사를 도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장의 위상은 막강하다. 중앙지검장은 정권 실세들과 ‘직통’하는 자리로 알려진다. 중앙지검장과 청와대의 핫라인이 구축되면 검찰총장은 자칫 고립될 소지가 다분하다. 김 전 총장이 이 자리에 특히 신경 쓴 이유이기도 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전 중앙지검장 자리는 청와대가 김 총장에게 양보한 모양새지만, 그외 주요 보직 인사에서는 우병우사단이 대거 약진했다. 중앙지검장 자리를 양보한 탓에 더욱 뚜렷한 ‘청와대 맞춤식’ 인사가 단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력층 인사의 사정을 주도하는 자리가 모두 우 수석과 가까운 이들로 채워졌다.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사법연수원 22기)이 올해 2월 국정원 제 2차장에 발탁된 건 우 수석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최윤수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이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된 데 이어 올해 2월 부산고검 차장에서 국정원 2차장으로 옮겨간 데에도 우 수석의 입김이 개입된 것이란 시각이 있다. 물론 최 차장은 “세간의 오해다. 그분과 그렇게 친분이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해외자원 개발 비리, 포스코, 농협, KT&G 비리 등 전 정권 인사 관련 사건이 유독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용두사미에 그치면서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최 차장이 지난 2월5일 단행된 국정원 인사에서 전격 발탁되면서 절친인 우 수석의 인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당시 국정원 인사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청와대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에 최 차장을 앉히려고 했다는 것. 이는 당시 이병호 국정원장이 청와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그 대신 최 차장이 2차장으로 갔다는 것. 한마디로 국정원은 기획조정실장 자리를 지키고 2차장 자리를 내준 격이었다. 2차장은 국내정보를 담당한다. 우 수석의 절친으로 알려진 최 차장이 가면서 ‘청와대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한 셈이다.

이어 지난해 1월 특수1부장으로 발령났던 임관혁 부산지검 특수부장도 우 수석이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 재직 시절 평검사로 직접 우 수석을 ‘모셨던’ 전력이 있다. 임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출신 부장검사는 지방으로 보낸다는 김진태 전 총장의 ‘하방 인사’ 원칙마저 무력화시킨 인사 발령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인사의 배경으로 김 전 총장의 하방인사 원칙보다는 우 수석 등 청와대에서 직접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우 수석 뜻대로 인사이동이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었다.

기수 선후배 뭉쳐
주변인 고공행진

특수2부장에 임명됐던 조상준 전 대검 수사기획과장도 우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을 맡았을 때 함께 일했다. 대검 중수부의 역할을 일부 물려받은 반부패부장에는 우 수석이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중앙지검 3차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우 수석은 법무부나 대검을 통하지 않고도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파악하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관여할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를 확보했던 셈이다.
 

청와대 파견 경력이 있는 검사들도 당시 인사에서 요직을 맡았다. 이선욱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과장에 임명됐다. 이준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도 각급 검찰청서 진행되는 사건을 보고받고 조율하는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은 과거 ‘검찰 1·2과장’으로 불리던 법무·검찰 기획라인의 최고 요직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검찰 인사도 우 수석의 힘이 확인된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자신이 데리고 있던 권정훈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이 법무부 인권국장에 앉았는데,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핵심 보직이다. 당초 이 자리는 검사장 승진 대상 기수인 23기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이영상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검찰 수사첩보를 총괄하는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 자리를 꿰찼다. 각종 범죄첩보와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이 자리는 대검 내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도 우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말 인사 당시 마지막까지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최 차장과 김 지검장 모두 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법조계에선 검찰과 법무부 최고 수뇌부 인사도 우 수석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례적인 인사 뒤엔…”
청 입성 후 개입 의혹

우 수석은 진경준 검사와도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진 검사의 검사장 승진을 우 수석이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장 승진은 검찰인사위원회서 결정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통해 이뤄진다.

우 수석은 지난해 2월 초 이뤄진 검사장 인사를 주도했다. 당시 검사장급 승진자 9명 중 1명에 진 검사가 있었다. 우 수석과 진 검사는 서울대 법대 2년 선후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이 거쳐온 요직을 진 검사가 연이어 맡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 검사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청와대 인사) 검증 실무팀에서는 (진 검사가 보유한 넥슨 주식) 부분에 대해 ‘부적절한 거 아니냐’는 실무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무서운 입김
국정 전반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우 수석 처의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1000억원대에 매입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 “정부의 권력기관 도처에 널린 우병우사단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권력의 정점에서 인사와 사정, 모든 권력을 전횡했고 심지어 비서실장까지 무력화시킨 장본인인 우 수석 문제는 언젠가 터질 것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검찰 개혁안
수십년째 약속만…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되면서 더 이상 검찰 스스로 달라지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의 사과 및 개혁 약속은 역대 주요 검사 비위 사건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자체 개혁 약속은 번번이 유야무야됐다.

2010년 스폰서검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 김준규 검찰총장은 전국 검사 화상회의에서 “검찰이 국민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마음속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검찰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통제를 받겠다”고 말했다.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55) 뇌물수수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은 “환골탈태의 자세로 강력한 감찰체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시기 진 검사장의 ‘뇌물 주식·제네시스’가 적발되기는커녕 진 검사장은 대한항공 등에서 처남 회사 앞으로 130억원대 일감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검찰의 폐쇄적 체제가 오히려 강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2006년 법조브로커 김홍수씨의 폭로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 때도 대검은 “법조브로커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전관 변호사와 브로커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10년 전 약속이 빈말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1999년 법조 비리 근절 과제로 발표했던 ‘공직자비리조사처’도 17년째 관련 법안 발의와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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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