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리우올림픽> ‘기대만발’ 메달 기대주

한여름밤 달굴 금메달 사냥 '볼만 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인을 들뜨게 할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 리우올림픽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4년간 훈련에 구슬땀을 흘린 우리나라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종합순위 10위 달성을 목표로 마지막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시차는 12시간. 무더운 8월 밤을 뜨겁게 달굴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전 국민을 웃고 울릴 금빛 예상을 종목별로 들여다봤다.

지난 19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단이 결단식을 가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결단식에는 300여명의 선수단이 참석해 선전을 다짐했다.

역대 최소 규모
그래도 최선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4월27일 리우올림픽을 100일 앞두고 진행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12시간 시차, 20시간 장거리 여정, 급식 환경, 훈련장 확보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지 정국과 보건 상황도 좋지 않아 역대 어느 대회보다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선수단은 반드시 목표 달성을 하고 돌아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천하통일 노리는 양궁 = 미국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7일, 우리나라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9위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중에서도 양궁은 남녀 개인전을 비롯해 단체전까지 4종목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여자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딴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씩 따낸 전통 효자종목이다.


여자 개인전에서는 우리나라 양궁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2연패를 노리는 기보배 선수와 세계랭킹 1위 최미선 선수가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만 놓고 보면 최미선이 기보배보다 기세가 좋다. 최미선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서 1위를 차지했다. 이것도 기보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받은 가산점 2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나온 결과다.

또한 최미선은 지난해 리우 프레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비롯해 올해 2, 3차 월드컵서 두 대회 연속 개인전, 단체전, 혼성팀전을 휩쓰는 등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두 선수를 스카우트했던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부 감독은 “집중력이나 승부욕은 (최)미선이가 조금 더 낫고, 경기 흐름이나 경기장 환경에 대한 판단과 적응은 (기)보배가 좀 더 빠르다”고 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세계랭킹 1위 김우진 선수가 4년 전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딛고 금 사냥에 나선다. 김우진은 4년 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면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바 있다. 앞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던 터라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김우진은 그 때의 시련이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4년 전 아픔을 씻을 기회가 생겼다며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양궁 대표팀은 남녀 단체전 석권도 노리고 있다. 먼저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8연패를 노린다. 여자 대표팀은 서울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7개 대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단체전 멤버로 출전하는 기보배, 최미선, 장혜진 선수는 선배들이 일궈놓은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남자 대표팀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궁 대표팀은 지난 5월 콜롬비아 메데진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와 지난달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나란히 단체전을 석권한 바 있다.

▲남자복식 첫 금? 배드민턴 =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이용대 선수가 유연성 선수와 짝을 이뤄 남자복식 금메달 사냥에 재도전한다. 이용대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효정 선수와 혼합 복식조를 이뤄 금메달을 따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정재성 선수와 남자복식조를 이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금메달을 따는 데는 실패했다. 이용대는 지난 19일 결단식에서 “남자복식은 아직 금메달이 없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금빛 사냥 나선 선수들 ‘필승 각오’
여전한 메달밭…이번에도 효자노릇?

2013년 10월부터 콤비를 이룬 이용대-유연성 조는 2014년 8월부터 현재(21일 기준)까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세계최강 복식조다. 이-유 조는 공격과 수비가 안정적인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용대는 화려한 네트플레이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강점이고, 유연성은 빠른 공격이 돋보인다.

둘은 함께 출전한 첫 국제대회인 2013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아시아 배드민턴 선수권대회, 호주오픈 슈퍼시리즈, 코리아오픈 슈퍼시리즈, 덴마크 오픈 슈퍼시리즈 프리미어 등의 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 0순위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세계랭킹 2위인 인도네시아의 무하맛 아산-헨드라 세티아완 조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아산-세티아완 조에 상대전적 7승 6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너무 믿는 게…
어려울 수도

하지만 굵직한 대회서 아산-세티아완 조에 패한 경험이 많아 난적으로 꼽힌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올해 세계남자단체선수권대회 준결승서 아산-세티아완 조를 만나 패했고, 지난해 세계 슈퍼시리즈 파이널 준결승서도 이들에게 패하는 등 큰 대회서 발목을 잡힌 일이 많았다.
 

이용대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수도 있는 리우올림픽에서 두 선수가 난적 아산-세티아완 조를 꺾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종오 3연패 순항 사격 =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가 50m 권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종오가 리우올림픽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걸 경우, 세계 사격 최초로 3연패를 달성하는 위업을 쌓게 된다. 또한 한국 선수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주인공도 된다.

아테네, 베이징에 이어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던 진종오에게 리우는 네 번째 올림픽이다. 진종오는 아테네올림픽서 50m 권총 은메달을 땄고, 베이징과 런던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서는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따 2관왕을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역대 올림픽 사격에서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3개가 진종오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전망은 밝다. 미국 그레이스노트는 진종오가 리우올림픽에서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종오의 대회 기록을 보면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진종오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 사격대회에서 10m·50m 권총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올림픽을 위한 마지막 모의고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는 반응이었다.

세계 기록을 보면 진종오의 진가가 더 빛을 발한다. 진종오는 남자 50m 권총 세계기록(200.7점)과 10m 공기권총 세계기록(206.0점) 보유자다.


사격은 0.1㎝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만큼 집중력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진종오는 높은 집중력과 뒷심이 장점이기 때문에 금메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여자 양궁 8연패
사격 3연패 도전

하지만 진종오의 몸과 마음 상태가 변수다. 진종오는 최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대표 선발전과 국내외 대회를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는 것. 게다가 국내외에서 진종오를 금메달 0순위로 뽑는 것도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출전한 세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따냈고, 바로 전인 런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두 개나 목에 걸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반응이 진종오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진종오는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 출국 기수이자 남자 주장으로 선정된 진종오는 결단식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열심히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며 성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일본 넘어야 따는 유도 = 우리나라 유도가 올림픽에서 선수단에 안긴 메달수는 금메달 11개를 포함 총 40개다. 메달 수로 따지면 일본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유도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유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유도가 거둔 사상 최고 기록인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성적을 20년 만에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나라 유도는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유도가 기대하는 금메달 수는 최소 2개, 최대 3개다. 하지만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숙적 일본을 넘어야 한다. 대표선수들이 현재 라이벌 일본 선수들에 상대전적이 뒤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기록 달성부터 라이벌전까지
“역대 대회보다 어려움 예상”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73㎏급 안창림 선수는 ‘오노 징크스’가 금 사냥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안창림은 일본의 오노 쇼헤이와의 네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등 오노 징크스를 앓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안창림은 아테네올림픽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원희 선수 이후 혜성같이 등장했다. 우리나라 유도는 이원희 선수 이후 73㎏급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간절한 상황에서 나타난 인재인 셈이다. 안창림은 일본 쓰쿠바대 재학 시절인 2013년 10월 전일본학생선수권대회 73㎏급에서 우승한 뒤 일본 대표팀으로 귀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2014년 2월 용인대에 편입한 안창림은 빠르게 성장, 금메달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또 다른 금메달 후보인 90㎏급 곽동한 선수에게도 마슈 베이커라는 일본 라이벌이 있다. 마슈 베이커는 현재 90㎏급 세계랭킹 1위로, 곽동한과 상대전적에서 2승1패로 앞서 있다. 마슈 베이커를 넘지 못하면 금메달을 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곽동한은 지난해 7월 광주 유니버시아드 우승, 8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11월 제주 그랑프리에서 3연패 완성 등 지난 1년을 금빛으로 수놓았다. 정직한 훈련, 세계랭킹에 자만하지 않는 겸손함으로 무장한 곽동한은 리우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 66㎏급 세계랭킹 1위 안바울 선수도 금메달에 근접해 있다. 최근 기세도 좋다. 안바울은 지난 5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2016 국제유도연맹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했다. 안바울의 최대 라이벌은 일본 에비누마 마사시다.

안바울은 마사시와의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안바울은 반드시 일본 선수를 이기고 메달을 따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우리나라 유도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수 모두 1순위 태권도 = 태권도에서는 이대훈 선수의 ‘그랜드슬램’ 여부가 관심사다. 이대훈은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금메달을 놓쳐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대훈은 리우올림픽 68㎏급에 출전해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이대훈은 한성고 3학년 시절에 이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는 세계적 수준의 선수다. 최연소이자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던 이대훈이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더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이듬해인 2011년 경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우리나라 태권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배드민턴·태권도
재도전 성공할까

하지만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때는 올림픽 체급에 맞추느라 63㎏에서 58㎏으로 감량해야 했다. 58㎏급에 출전한 이대훈은 16강과 8강에서 잇따라 연장전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심했고, 결국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와 결승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그 이후 심기일전한 이대훈은 2013년 멕시코 푸에블라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63㎏급에서 2연패 달성에 성공했고, 2014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이대훈이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4년 전 놓친 그랜드슬램 달성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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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