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봉 옥중 기행> 고위공직자 협박편지 파문

'함바게이트'는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끝은 어딜까. 유상봉 함바비리 사건이 터진지 벌써 5년이 흘렀다. 하지만 수사는 현재진행중이다. 유씨는 자신과 친분을 맺었던 고위 공직자들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말로 관계자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일요시사>가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들을 입수했다.

함바는 일제강점기에 토목 공사장이나 광산 등지에서 노동자들이 숙식을 하도록 임시로 지은 건물을 가리킨다. 함바는 본래 일본어 ‘한바〔飯場〕’에서 온 말로 한자어 그대로 하자면 ‘밥을 먹는 장소’를 뜻한다.

현직 구청장
전직 관료에

함바집은 건설 사업장이 생기면 그 현장 직원과 인부들이 먹는 식사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개설되는 순간 이익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이권사업 중 하나로 꼽혔다.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건설사 현장 소장이나 고위층과 인맥이 주로 활용된다. 확실한 수익 때문에 이 운영권은 일종의 뇌물로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함바 운영권을 한때 400여 개 이상 거머쥐었던 인물이 있다. 바로 유상봉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함바 사업에 뛰어들어 로비와 화려한 인맥을 동원해 손쉽게 함바 수주를 성공시켰다. 그러다가 2011년 함바 게이트가 터졌다.

당시 유씨 입에서 수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전남 순천시의 한 야산서 농림부장관을 역임했던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자살했다.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도 구속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유씨는 최근 몇 년간 수감생활과 출소를 되풀이했다. 사기로 수감 중인 그는 최근에 함바 운영권을 따도록 해주겠다고 꾀어 수억원을 받았다가 추가로 다시 기소되기도 했다.

그는 이전에 고위 공무원들에게 “함바 운영권을 따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유씨는 교도소에서 편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전에 거액의 뇌물을 건넸던 고위 공직자에게 보내는 것이다. 주로 “내가 이전에 당신한테 줬던 돈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뇌물을 받은 사실을 검찰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이다.

수감·출소 되풀이…현재 사기죄 수감중
평소 친분 맺었던 주변인들에 “돈 달라”

최근 유씨의 편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씨가 자신에게 돈을 갚지 않았다며, 복수의 고위공직자들을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피고소인들은 하나 같이 “유상봉에게 수 차례 편지를 받으며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일요시사>는 유씨가 고위 공직자에게 “돈을 달라”는 내용으로 보낸 협박성 편지를 입수했다. 편지 내용은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한 광역자치단체의 A구청장과 청와대 출신 중앙정부 전직 관료이자 현재 수도권 소재 유명사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B씨에게 배달된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옥중편지1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며칠 전에 편지했던 유상봉입니다. OOO은 그동안 저에게 청장님을 비롯한 10여명에게 충분한 인사를 하면 저에게 건설현장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2억4000만원을 받아 이를 편취했습니다. 현재 저는 서울의 공직자 비리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로 이송갔습니다.

제가 청장님께 편지한 것은 OOO과 그의 지인인 OOO가 서로 짜고 저에게서 2억4000만원을 받아 편취한 사실에 대해 합동범죄수사단에 진정서를 접수했으며…(중략) 분명히 말씀 올리지만 늦어도 이번주 금요일까지 OOO이 처리해주도록 이야기 해주시길 바랍니다. 진정서에 나타나 있는 공직자가 10여명이나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는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2015년 2월24일)


하루 7∼8통씩
계속 보내기도

▲옥중편지2 = A청장님께 드립니다. 지난번 편지 했던 유상봉입니다. 제 처가 병원에 있어 당장에 면회 온 사람이 없어서 이곳 생활하기가 정말 어렵고 힙듭니다. 무엇 때문에 OOO이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 사무장을 통해서 선거비용으로 지불했던 200만원을 반환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반환해주세요. OOO이 주소를 전부 바꿔 버려서 현재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OOO을 비롯한 OOO과 관계된 모든 사람을 검찰에 고소는 했습니다만 검찰에 고소했다고 지금 당장 돈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극한 어려움에 처해져 있는 제 입장을 헤아려 주시고 OOO 통해서 받은 200만원을 편지 받은 죽시 우체국에 가셔서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꼭 영치금으로 송금해주시기 바랍니다.(2015년 6월22일)

▲옥중편지3 = 존경하는 A청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몇 차례 글드렸습니다만 입금이 되지 않아서 다시 한번 글드리옵니다. 2014년 5월31일 일요일 OOO을 통해 청장님 선거 사무실 사무장께 드린 200만원을 군포우체국 사서함 20-3894번 유상봉 앞으로 영치금으로 우체국에 가서 보내주시던지 제 처 OOO 농협 000-00-000000번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중략) 꼭 필요한 절실한 금액이오니 편지 받으신대로 급히 도와주시기 바라옵니다. 저에게는 절대 피해가 없게 해주세요. 정말 꼭 부탁드립니다. 하시는 일과 가정에 늘 복이 함께 하시길 충심을 다해 기원드립니다.(2015년 6월25일)

유씨의 편지내용은 ‘A구청장의 지인 OOO을 통해 돈을 줬으며 자신의 처지가 어려우니 다시 돌려달라’는 것이다. 또 유씨는 ‘검찰에 이러한 내용을 진정했다’며 구청장들을 압박하는 내용도 있다. A구청장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씨에게 총 35통의 협박성 편지를 받았다. 다음은 유씨가 B교수에게 보낸 협박 편지의 일부를 발췌했다. B교수도 오랫동안 협박 편지로 시달렸다.

“선거 자금
돌려주세요”

▲옥중편지4 = 존경하는 B님께 드립니다. 바쁘신 업무에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옵니까? 정말 진실이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하는데 진심으로 제가 원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지금 당장에는 제 말뜻을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OO현장 급식 운영권 수주를 위해 OOO 사장님과 만남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 OO지구에서 LH가 발주한 OO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에 대해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OOO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OO와 계약했던 건설현장 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효하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꼭 도와주시길 바라고 OOO을 급히 좀 만나주세요.(2013년 11월25일)

▲옥중편지5 = B님께 드립니다. 부산구치소에서 수용생활하다가 합수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있다가 인천지검에서 조사받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주시기로 했던 4000만원을 급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 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서로간의 좋은 만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이오니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동안 많이 기다렸고, 여러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모든 예의를 다 갖춰 드렸습니다. 정말 많이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2015년 4월1일)

▲유상봉 옥중편지6 = B님께 드립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도와주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이미 저에게 8000만원을 주었으니 이번주까지 1억원만 더 해 주세요. 저도 이제 B님과의 모든 관계를 이것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제 처 김OO 농협계좌 001-12-15XXXX로 1억원을 보내주십시오. 입금하시고 010-9XXX-5XXX로 전화주시면 모든 진정서는 취하하겠습니다. 꼭 이번주까지 부탁합니다.(2015년 5월3일)

B교수는 2013년 4월 처음으로 유씨를 만났다. 이후 B교수는 급전이 필요해 유씨에게 1900만원을 빌렸다. 그리고 그해 7월 빌린 돈을 유씨에게 갚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씨는 끊임없이 B교수에게 협박편지를 보냈다. B교수는 “돈을 내놓으라는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정신병을 얻을 정도였다. 대학교수직을 포기할까도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B교수 역시 유씨에게 30여 차례 협박 편지를 받았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이런식으로 유씨는 지금까지 감옥에서 수백 통의 협박 편지를 측근과 공직자에게 보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유씨의 편지 119통에는 약 347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3급 이상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 고위 공직자가 92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씨의 편지에는 이 사람들에게 뇌물을 줬다거나 편의를 제공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의 수법은 먼저 편지를 보내 돈을 요구한다. 이걸 거절하면 유씨는 ‘서운하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냐’ 등 신경질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것도 되지 않으면, 유씨는 ‘공직 생활 끝나게 만들겠다’는 등의 협박성 편지를 보냈다. 그는 감옥에서도 하루에 7∼8통의 편지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 뒷모습을 망쳤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쫒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더 이상 수치도 감당할 수 없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을 주선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임상규 전 순천대 총장 유서에는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물론, 유서 속 악마는 유상봉씨였다.

유씨는 정관계 인맥을 총동원해 수주경쟁에서 매번 승자로 군림했다. 검은 거래는 필연적으로 뒤따랐다. 유씨 입에서 하나 둘 관료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 마다 수많은 공직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급 인사들이 유씨의 폭로에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이러다 경찰 조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당시 정권의 실세 소리를 들었던 공기업 사장, 정부부처 산하기관장도 무사하지 못했다.

사건은 전직 장관이자 한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인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임 총장. 유씨의 정관계 인맥을 만들어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 그는 한때 대한민국 예산을 쥐고 흔드는 막강한 자리에 있었다. 유씨는 그를 배경으로 자신의 함바 왕국을 만들어 갔다. ‘악마의 덫’에 걸렸다는 그의 마지막 절규와 결말은 비극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바 게이트는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여전히 함바왕
운영권 쥐락펴락

‘악마의 덫’은 여전히 희생양을 기다리고 있다. 감옥으로부터 배달된 유씨의 편지. 구속 수감된 직후부터 최근까지 써 내려간 이 편지에 수 많은 전현직 공직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유씨는 측근들에게도 ‘악마의 덫’을 준비하라는 편지를 끊임없이 보냈다. 함바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서서히 제2막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의 이름을 편지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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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