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더민주 김두관 의원

“잠룡이요? 지역부터 챙기고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당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아홉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만나봤다.

중진 같은 초선. ‘김두관’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는 처음 선거에 나섰던 지난 1988년 이후 28년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 사이 군수, 도지사를 역임하며 현장 경험을 체득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을 치르기도 했다. 참여정부 최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후 따라붙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은 단순 수식어가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시작된 ‘균형 발전과 지역주의 타파’의 물길은 김 의원에게 이어져 동류(同流)를 이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지?
▲국회에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김포시민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1988년 민중의당 후보로 하동 남해에 출마한 후 28년 만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만큼 나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어렵게 국회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된 만큼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다. 국민들께서 나를 선택해 주신 이유를 되새긴다는 차원에서 항상 배지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그런 질문 참 오랜만이다. 학창시절부터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입문하게 된 것은 군 제대 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이하 민통련)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민통련 사회부 간사로 일하면서 직선제 개헌 투쟁을 하다 투옥되었는데, 3개월간 교도소에서 생활하면서 ‘풀뿌리 지역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바로 귀향해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을 이장도 이때 하게 됐다. 지난 1995년에는 제1회 지방 선거에서 최연소로 당선돼 남해 군수로 일하기도 했다. 지역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 지역의 중차대한 현안은 무엇이고 진행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김포는 지난 2010년 이후 10만명 넘게 늘었을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 교통·교육 등이 문제로 대두됐다. 선거 당시 시민들께 밀린 숙제들을 해결하겠다고 약속드렸고 꾸준히 노력하는 중이다.

당선 이후 2개 정도의 성과를 냈다. 하나는 김포시 최대의 현안 사업인 ‘한강시네폴리스’ 조성 사업의 경기도 재심의 통과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사업인 ‘고촌노을공원체육관’ 건립 특별교부세 7억원 확보다.

한강시네폴리스 사업의 경우 심의에서 2차례 보류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에 시민들의 걱정이 컸다. 그래서 당선되자마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2차례 만나 재심의 통과를 요청했고 지난 6월16일 통과가 되면서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한강시네폴리스가 김포시를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 자부한다.

- 1호 대표발의법안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내 삶의 철학이 불평등·불공정을 해소하고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히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국민의 대표자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양극화 해소와 지방 분권이다. 이를 위해 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안과 그런 서민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모두 준비 중이다.

1호 법안은 이 중 먼저 준비되는 법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분권을 위한 법안이 좀 더 빠르게 준비되고 있는데 중앙과 지방의 상생을 도모하는 제정법과 함께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개정안 2개를 묶은 ‘분권 3법’이 될 것이다.

중진 같은 초선…28년 만에 드디어 입성
‘리틀 노무현’ 불평등·불공정 해소 주력

- 다년간 군수와 도지사를 하신 이력이 있다. 중앙정치와 차이점이 있다면?
▲군수, 도지사 그리고 장관으로 있을 당시 현장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국회의원은 편성된 예산을 심의하고 올바르게 집행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근본적으로 역할이 다르지만, 오히려 현장에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나 실효성이 낮은 예산 등은 과감히 삭감하고 좀 더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식투쟁을 하는 등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앙정부에서 이번 사태를 6개의 부자 지자체가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매도해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과연 중앙정부의 뜻대로 지방재정교부금 제도를 개편했을 때 실질적으로 지역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생을 가장 가까이서 책임지고 있는 곳은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라는 측면에서 지방세를 뺏어서 다른 곳에 나눠준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하향평준화를 시킬 의도라고 본다. 지방재정을 수평적으로 재분배 할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지방정부로의 수직적 배분이 필요하다. 보다 근원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행정·재정적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실질적 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

- 개혁파로 분류된다. 이번 20대 국회에서의 개혁 포인트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지난 2013년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우리 정치권이 연대와 협력의 정치문화를 가장 먼저 배워야 한다고 느꼈다. 당시 독일에서는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이 연합하는 대연정이 이뤄졌다. 자당의 이익이 눈앞에 있더라도 국민의 삶을 위해 과감하게 내려놓고 서로 합의에 나서는 것, 이것이 독일 정치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이유였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우리 국회도 의견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것이 구태를 깨는 개혁의 첫 걸음이라고 본다. 또한 우리 정치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헌은 물론 정당·선거제도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기본 운영 틀이 헌법임에도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 가까이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건 마치 초등학생 때 입은 옷을 지금 입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이 변한 만큼 개헌을 준비해야 될 시기라고 생각한다.

- 최근 다시 불붙은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한 생각은?
▲우리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법인세 인상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해 사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낮은 법인세와 감면으로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오히려 사내유보금 확대에 치중해 온 측면이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 3년 동안 147조원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가 발생했는데,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도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 적어도 참여정부 수준으로 법인세를 인상해서 어려운 서민 복지에 쓰는 게 맞다고 본다.


<chm@ilyosisa.co.kr>


[김두관은?]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제38·39대 경상남도 남해군 군수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34대 경상남도 도지사
▲제20대 국회의원 (경기 김포갑/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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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