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2>

3천만원짜리 배역, “이래도 괜찮을까?”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동이는 주·조연급, 그리고 나머지도 조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사실은 내가 PD쪽에 3000만원을 주기로 약속 했어”


■ 캐스팅의 대가, 3천만원
드디어 가슴 뛰는 첫 연습시간이 왔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직원이 연습실로 안내해주었고 그곳에는 눈에 익숙한 연기자 한명이 있었다. 방송국 15기 탤런트. 유명한 사람을 바로 내 눈 앞에서 본다니, 나도 이제 곧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 듯 했다. 연습실에는 나 말고도 인형 같은 얼굴을 한 여자들도 두 명이 나와 있었다. 현직 탤런트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연기 지도를 해준다니 역시 전속다운 특별 대접을 받는 듯 했다.
첫 대본 연습은 어렵다는 사극이었다. 사극은 대사를 할 때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혀가 꼬이기 때문에 가장 힘든 장르이기도 하다. 일반 드라마야 그저 평소에 말하듯 하면 되지만 사극은 대사의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가장 어려운 장르의 대본으로 연습을 하니 그냥 일반적인 대사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드디어 연습이 시작됐고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정성스럽게 대사를 했다. 나를 비롯해 다른 두 명의 여자들도 꽤 연기 연습을 했던 것 같이 그럭저럭 소화를 해냈다. 현직 탤런트 역시 나에게도 칭찬을 해주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었다. 아, 나는 그때 또 한 번 행복감을 느꼈다. 이런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제까지의 ‘호빠선수 김동이’가 아니라 ‘예비 배우 김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더욱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여기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남자는 나 혼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만약 남자 배우에 대한 캐스팅 문의가 들어오게 되면 당연히 내가 ‘캐스팅 0순위’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렇게 딱딱 맞아 떨어진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약 한달 간 연기연습에 몰입을 했다. 탤런트가 오지 못하는 날이라도 여자 연기 지망생들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거쳤다. 그렇게 한 달이 거의 다 되어갈 즈음, 우리들은 그날도 별일 없이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는 다르게 회사 여직원이 연습실로 들어와 이야기를 했다.
“오늘 대표님께서 방송국 PD님과 미팅을 하신 후 조금 이따 들어오신대요. 그래서 모두 남아 있으시래요.”
우리 회사 대표님이 방송국 PD와의 미팅을 했다고? PD라면 캐스팅에 직접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닌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혹시 대표님이 드라마나 영화출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30분 후, 대표님이 사무실에 도착했고 모두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아, 도대체 어떤 말씀을 하실까.
대표님의 얼굴도 약간 상기되어 있는 듯 했다. 손에 들고 계신 노란색 봉투에서 새로운 대본이 꺼내졌다. 우리는 모두들 그것을 하나씩 받아들었고 약간은 어리둥절했다. 드디어 대표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이번 수목 드라마의 캐스팅은 우리 기획사에서 맡게 됐어. 동이는 주·조연급, 그리고 나머지 수빈이와 세미도 조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자, 다들 열심히 해야 돼! 너희들의 첫 데뷔작품이란 말이야. 알겠어?”

■ 첫 작품이 주·조연?
한 달 만에 갑작스러운 캐스팅에 우리는 모두 놀라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표님의 말씀에는 한치의 의심도 있을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조연’도 아니고 ‘주조연’이었다. 가슴 뛰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흥분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대표님이 이야기를 했다.
“동이야, 넌 잠깐만 남아봐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표님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아까 우리들에게 캐스팅 소식을 알렸을 때의 활기찬 모습은 다소 사라진 모습이었다.
“동이야, 이번에 네가 주·조연급이 된 건 정말 큰 행운이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 이번 네 캐스팅을 따내면서 내가 PD랑 약속한 게 있다. … 그쪽에 3000만원을 주기로 했어.”
순간 약간 멍해졌다. 캐스팅의 대가로 돈을 주어야 한다니. 대표님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요즘 같은 때에 주·조연급을 맡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야. 너도 잘 알잖아. 요즘 회사 사정도 어렵고 해서… 네가 이 돈을 좀 준비해주어야 하겠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 순간 나는 ‘절대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럼 돈은 언제까지 준비해야 되죠?”
사실 그런 말을 내가 해놓고도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3000만원이란 거금을 지금 당장 어떻게 구하겠는가. 하지만 천금같이 나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대표님은 내일 방송국 담당 PD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다. 옷도 지금보다 더 깔끔하게 입고 오라는 충고도 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리는 복잡했다. 하지만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더욱 머리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자신도 돈이 없으니 정말 미안하다고 했고, 또 어떤 친구는 ‘뜬구름 잡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속상하고 분했다. 내가 가진 소중한 꿈을 ‘뜬구름’이라고 하다니. 그래 내가 뜨기만 해봐라. 너희같은 녀석들은 쳐다보지도 않을테니. 걱정과 기대, 두려움과 즐거운 상상이 교차되는 밤이 지나고 드디어 PD를 만난다는 날이 다가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의외로 결론도 빨랐고 기분도 좋았다. 나를 보자마자 PD가 말했다.
“어, 괜찮네. 좋았어. 마스크가 아주 좋아. 그런데 연기는…?”
대표님이 나선다.
“걱정하지 마세요. 벌써 모델 생활만 7년차고 우리 회사에서 연기도 제일 잘하는 친구예요. 벌써 대본 연습만 해도 거의 두 달 가까이 되고 있거든요. 지금 맹연습 시키고 있으니까 실전에 투입되면 충분히 자기 몫은 해낼 친구에요. 하하”
PD가 다시 말을 받았다.
“음, 그 정도면 훌륭하구만. 그럼 이번에 캐스팅된 걸로 알아도 되겠어.”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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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