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흙수저’ 정세균 국회의장

평범한 회사원서 국가서열 2위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대 국회 전반기를 책임질 국회의장으로 정세균 의원이 선출됐다. 과반의석이 없는 정당에서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정부·여당과 야 3당의 중재자가 될지 앞으로 정 의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는 국회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벌써부터 정 의장의 존재감이 폭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 9일,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후보로 정세균 의원을 선출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선거를 치르지만 여야 합의로 더민주 후보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키로 했다.

14년 만에…
야당출신 의장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무기명투표 방식으로 국회의장 투표를 진행했다. 총 287표 가운데 274표를 얻은 정 의장이 신임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2002년 16대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국회를 이끈 후 14년 만의 야당 국회의장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국회의장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총 121표 가운데 71표를 얻어 문희상 의원(35표), 박병석 의원(9표), 이석현 의원(6표)을 누르고 20대 국회 전반기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의장은 당선소감으로 가장 먼저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3부 중에서 ‘민주적 정통성’이 가장 높은 대의기구”라며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확립하고 3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가 명실상부한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당면한 경제위기 앞으로의 구조적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극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유능한 갈등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 의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부터 국회 수장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까지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권력의 관점에서만 유불리를 따져왔기 때문”이라며 “그런 좁은 시야를 벗어나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아내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향상을 위한 개헌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분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개헌은 이제 더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다.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와 고단한 삶의 문제를 정치인들이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우선순위에 자리 잡을 경우 과연 국민적 동의와 추동력을 담보 받을 수 있겠느냐“고 회의론을 폈다. 하지만 여권에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상당수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개헌 거론에 청소 노동자 직접 고용
특권 내려놓기…벌써부터 존재감 폭발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국회 청소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이 그간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했던 국회 청소노동자 207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공공기관 전반에 만연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형태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 의장은 이날 “그간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할 국회가 아직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이 분들을 직접고용할 방안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선도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높은 친화력
청렴함 인정

국회 청소노동자의 고용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는 18대 국회에 본격화됐었다.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고용형태 전환을 약속한 바 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더민주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노조가 지난 2014년에 약속 이행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더민주와 정의당 등 정당을 비롯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표했다. 을지로위원회와 국회환경미화노조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환경미화노동자를 직접고용할 경우 3억9000만원의 예산 절감효과가 있다. 절감된 예산을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20만원, 약 17%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직접고용 전환 방침에 환영했다.

을지로위와 노조는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이 상시지속 업무·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령자 일자리 창출, 질 좋은 일자리 확대 등에 국회가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하고 국회의장이 바뀌고 나서야 직접고용의 길이 열렸다”며 “결정권자의 의지만 있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고,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뀐다는 말을 실감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 국회의장의 국회 환경미화노동자 직접고용 결정을 환영한다”며 “오늘 국회의 이러한 결정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험의 외주화’의 확산을 단계적으로 차단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 또한 “정의당은 국회의장의 결단을 적극 환영한다”며 “상시지속업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한 차별 철폐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조용하고 포용력 넓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 2007년 열린우리당 당의장, 2008년 민주당 대표 등의 결정력에서 알 수 있듯이 당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전면에 나서 위기를 진정시켰다. 당 안팎에서 뚜렷한 반대세력이 없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1년에 한 번 기자 투표로 선정되는 백봉신사상을 7번이나 수상했을 만큼 두루두루 높은 친화력을 자랑한다. 1997년 한보사태에서 비롯된 특별청문회 당시 전문경영인이 “유력 정치인들에게 불법자금을 건넸지만 유일하게 받지 않은 인물”로 정 의장을 꼽으면서 청렴함을 인정 받기도 했다.

‘미스터 스마일’
에이스 구원투수

정 의장은 1950년 전북 진안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처음엔 전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자 결심하고 전주신흥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이와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다.


전주신흥고 교장에게 대학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날 장학생으로 입학시켜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 교장은 장학생 대신 매점 일을 맡겼고, 그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고려대 재학 당시엔 <고대신문> 기자,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고, 유신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했다. 쌍용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종합상사 주재원으로 일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주재원 시절 뉴욕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LA주재원 시절 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이후 1995년까지 쌍용그룹에서 수출 관련 업무를 맡았다.

1995년에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정계 입문 제안을 받고 1995년 총재특별보좌역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20대 국회까지 연달아 6선을 기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에서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을 거치며 주로 경제분야에서 정책역량을 과시했다. 2005년 1월에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당시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처리 실패로 흐트러진 당의 전열을 추스르면서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던 주요 법안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

가난한 농부 아들로 태어나 쌍용 입사
DJ 권유로 정계 입문해 15대부터 6선

2005년 3월에는 한나라당의 반대를 뚫고 행정복합도시특별법, 과거사진상규명법을 통과시켰다. 2005년 10·26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이 패배한 후 3개월 동안에는 임시 당의장을 겸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 동안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창당되기 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의장으로 활동했고, 2008년 7월6일에 통합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됐다. 그의 대표시절 첫 선거인 2009년 10·29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수원시 장안구, 안산시 상록을, 충북 증평군에서 승리하며 3:2로 한나라당에 승리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 결과를 MB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해석하는 논평을 냈으며, 한나라당은 패배를 인정한다면서도 참패는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논평을 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바람과 진보야당들과의 선거연대, 의무급식 등 복지공약을 적절히 조합하며 큰 승리를 거두었다. 친노성향 후보가 출마한 인천, 강원, 충남을 모두 가져왔고, 특히 충북을 가져오며 민심의 바로미터인 충청도의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당선은 되지 못했지만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45%의 득표율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시장 자리는 오세훈 후보에게 근소한 차(0.6%)로 패배했지만 의회 의석의 상당수를 점유했다. 몇몇 기자들은 그때까지 이른바 관리형 정치인으로 불리우던 정 의장을 가리켜 ‘구원투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정 의장은 2009년 7월24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발해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낸 뒤 원외에 머물러오다 제5회 지방선거 승리에 힘입어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 하지만 그해 8월2일에 7·28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2013년부터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연대,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이 문 전 대표를 흔들자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2015년 2월의 새정연 당직인선에서는 정세균계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정책위의장에 강기정, 사무총장에 최재성, 전략홍보본부장은 안규백 의원 등이 감투를 썼다. 또한 2015년 8월에는 정세균계의 김성주 의원이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됐다.

정 의장은 20대 총선서 현재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 공천을 받았고,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대결하게 됐다. 지난 3월21일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45.1% : 정세균 32.6%’로 크게 밀리는 등 당선이 어렵겠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법자금 줬지만
그만 받지 않았다”

정 의장은 트위터에 “(중략) 17.3%p 격차입니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정 의장은 20대 총선서 언론들의 여론조사가 왜곡됐다는 걸 증명했다. 4월13일 총선 당일, 최종적으로 정 의장은 52.6%의 지지를 받아 39.7%에 그친 오세훈 후보를 꺾고 6선(종로구에서는 재선)에 성공했다.
 

<min1330@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다인대학 경영학석사(MBA) ▲경희대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학생회장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역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당의장·원내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통합민주당 상임고문 ▲민주당 대표 ▲15·16·17·18·19·20대 국회의원(6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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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