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단 첫 수사> 대우조선해양 정조준 관전포인트

혈세 삼킨 ‘하마’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출범 5개월만에 칼을 뺐다. 칼끝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으로 향하고 있다. 특수단의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대해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각본은 짜여 져 있을 터. 사실상 이번 수사는 윗선으로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수단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관련사와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 수색하면서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산업은행, 안진회계법인 등 10여 곳에 검사와 수사관 150여명을 보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오전 8시께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관련사들에 대한 압수 수색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단순 경영비리?
대형 비화 조짐

직원들도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적으로 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관련 비리를 규명하는 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된 만큼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는 데 최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검찰은 내다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자료 분석과 함께 관련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소환된 인물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출범한 특별수사단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와 관련된 첩보를 수집하고 상당 기간 내사를 진행해왔다.


김기동 특별수사단장(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사실상의 공기업으로 비리 단서가 다수 발견됐다”고 수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가 이미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했지만 부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중증 부실’ 기업이다. 최근에는 수년에 걸친 경영진의 성과 부풀리기 분식회계 및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당시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000억원이 지원됐다. 사실상 공기업과 같은 성격으로 운영된 것이다.

막대한 공적자금 지원받고도 부실
대우조선 수사 명분과 실리 챙겨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더 나빠졌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5%에 달했고 지난 3년간 적자는 4조45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하자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졌고 부실은 더욱 심화됐다. 경영진은 단기 실적과 연임에 급급해 부실을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서슴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4710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장부에 기록해 공시했다. 그러나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며 5조5000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했다. 이 가운데 2조원 가량은 2013년과 2014년도 재무에 반영됐어야 할 부실액수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단은 지난 수개월 간의 내사를 통해 부실의 주요 책임자로 꼽히는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을 비롯해 전 경영진의 비리 혐의를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전직 경영진이 2조원 넘는 분식 회계를 통해 회사의 부실을 감춰왔으며, 그 과정에 산업은행·안진회계법인 관계자들이 가담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지난달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을 출국 금지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분식 회계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혈세낭비 부실
책임자 잡는다
 

특별수사단은 또 대우조선해양 전직 경영진이 해양 플랜트 수주와 부실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회사에 2조7000억원 넘는 손실을 끼친 혐의와 지인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일단 이번 특별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 선정은 대규모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비리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출범 일성과 맥이 닿는다. 검찰 안팎에선 대형 국책사업이나 공기업·공공기관 비리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고작 대우조선해양을 하려고 5개월간 잠잠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조선분야 대기업이면서도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여서 ‘공익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대우조선해양을 겨누고 있는 검찰 반부패 특수단의 칼날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버금가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특별수사단의 첫 타깃이 된 만큼 수사 범위가 단순히 회사 비리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단 지난 2000년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에 대한 수사는 이미 착수한 상태다. 검찰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업무 전반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진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등 주요 임원자리는 산업은행 부행장 등 요직을 거친 인사가 퇴임 후 맡아왔다. 경영상 비리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의 임원들과 산업은행 임원들을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배하는 산업은행 연관 수사
정관계 인사도 조사확대 전망
 

이미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이 많아 이들을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로 부를 정도다. 또 대우조선해양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의 자회사에도 이런 낙하산 인사가 거듭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수사단이 수사 범위를 정치권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결정이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조원대 혈세 낭비에 금융감독 당국을 비롯한 정·관계의 부당한 개입은 없었는지도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경향신문>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청와대·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작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으로부터 정부의 결정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결정내용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최대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각각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됐다는 근거가 제기되자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는 청와대 서별관회의 참석자의 산업은행 자금지원과정 개입 여부 전반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책임자 처벌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수사는 포스코와 유사한 기업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8개월 동안 지속된 포스코 수사에서 검찰 포스코 전현직 임원 17명을 비롯, 협력업체 관계자 13명, 이상득 전 의원, 송모 전 산업은행 부행장 등 모두 32명을 기소했다. 전현직 경영진과 협력사 관계자, 정치권과 관계 인사까지 줄줄이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검찰 조사 결과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정권의 입김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회사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등의 대가로 측근과 친인척 등에게 포스코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았다.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알면서도 ‘밀실 논의’를 거쳐 높은 가격에 인수하며 회사에 1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공사현장에서 385만달러(한화 44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특별수사단은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의 두 전직 사장들의 재임 중 발생했던 방만 경영과 개인 비리 의혹에 단서를 포착하고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측근 그룹과 지인들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으로 대우조선해양에 상당한 손실을 끼친 의혹도 받고 있다. 

방만경영 손보고
정치권도 손본다
 


경영진과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점도 주목된다. 2009년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의 현대건설 시절 측근이었던 장득상 힘찬개발 대표, 김영 한나라당 부산시당 고문을 비롯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당 부분 포진해 있다. 이번 압수수색에서 관련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올 경우 이번 수사가 정관계까지 큰 파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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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