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임기 마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의리!’ 끝까지 소신 지킨 의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2년간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임기 동안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게 중론. 나름의 소신을 갖고 공무를 수행했다. 그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지난 29일부로 임기가 종료됐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5일 퇴임 기자회견서 그동안의 소외를 밝혔다. 정 전 의장은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치 새 희망
빅텐트 편다”

정 전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서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 중심의 정치 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겠다”며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텐트’를 함께 펼치겠다”며 향후 정치적 행보를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지난 26일, 자신이 이사장을 맡은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출범을 하루 앞두고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서 중도세력 규합을 통한 새로운 정치 결사체 추진을 피력했다. 그는 “국민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고,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며 갈등을 녹여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 협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4·13 총선에 드러난 민심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낡은 정치구조 타파를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20대 국회 출범 직후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소선거구제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 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며 20대 국회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의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부정적인 입장도 표명했다. 그는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다”며 “국정을 감시하고 특정 국정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졍돼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2년간 입법부 수장 면모 유감없이 발휘
낡은 정치질서 타파…새정치 밀알 역할

이어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과거의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도 “낡은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의 틀 역시 바꿔야 한다”며 현시대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라고 평가했다.
 

정 전 의장 발의로 19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통과시킨 상시청문회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의 예고편이자, 정계 개편의 ‘시금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대 야당이 결의하고 청와대가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일단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롯해 상시청문회법을 무력화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유럽 순방 중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도 청와대 입장을 적극 거들고 있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과반수가 넘는 야 3당의 결의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수 있는 게 ‘20대 국회 예고편’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 전 의장은 여권 내 비박계, 유승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른바 ‘제3지대’를 지향하는 세력이 결집할 경우, 정국에 미칠 파괴력을 이미 보여줬다는 것이다. 

책임형 리더
중립자 역할

정 전 의장은 역대 국회의장 중에서는 존재감이 큰 편이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거의 필수적으로 여·야 합의를 거친 후 본회의에 의안을 상정하게 됐는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잦아지다 보니 본회의 참석을 끝까지 기다리는 등 정치력을 잘 발휘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서 바라는 신속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원성을 사는 편이었다.

경제선진화법 입법 문제로 박 대통령이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직권상정은 국가비상상태에서만 가능하다.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며 완강히 거부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정면충돌을 불사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존재감이 적었던 국회의장이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정치적 노련함이 돋보였던 것은 '직권상정 거부사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과정 여야가 모두 참석한 국회 본회의를 여는 뚝심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여야 양쪽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본회의가 열리면서 당시 정 의장의 대화와 타협, 합의정신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 2월23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은 직권상정했다. 이는 본인의 말을 바로 뒤집는 행위로 테러방지법의 정당성 문제와 엮여 논란이 됐다.

청문회법 논란
그의 소신은?

정 전 의장은 미세 뇌혈관수술의 대가이자 세계가 인정한 의학박사기도 하다.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병원원장으로서 일자리 1200개를 창출해낸 성공한 CEO로 이름을 날렸다. 1974년 초대 병원장인 김원묵 박사가 타계하고, 1978년 2월25일 정 전 의장이 4대 병원장으로 취임했으며, 1985년 3월 김원묵 기념 봉생병원을 종합병원으로 승격시켰다.

 

정 전 의장은 1948년 경남 창원군 웅동면 소사리(현재 창원시 진해구 편입), 웅동중학교 교장 사택에서 태어났다. 정 의장은 1955년 여름, 부산 건국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 부산 중앙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 처음으로 부산 땅을 밟게 된다.

고교 2학년 때 형님의 권유로 시작한 사진은 한국일보 국제사진살롱전에 입선을 하는 등 각종 사진전에서 수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학시절 부산 대학생으로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만큼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학보사 사진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안목을 키우기도 했다.

지금도 차에 항상 카메라를 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출장을 가거나 지방에 갈 때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틈만 나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그다. 세계 각국을 돌며 직접 찍은 사진 12장으로 달력도 만들었다. 실제로 그의 별명은 ‘사진 찍는 정치인’.

여야 안가르고 화합형 스타일
역대 의장 중 존재감 돋보여


극도로 악화된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뜻 있는 의료계와 학계 인사들과 영호남민간인협의회를 만드는 등 NGO 활동에도 적극나섰다. 1996년 그는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서 단행한 공천에 발탁돼 정치계에 뛰어들었다. 초선시절부터 8년 연속 국감 베스트 의원에 선정될 만큼 전문성도 인정받았다.

지역감정 해소와 영호남 화합을 위해 1991년부터 헌신해온 정 전 의장은 2004년부터 한나라당 내 ‘지역화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호남 예산확보, 현안 과제 해결 등 당내 ‘호남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여수엑스포 유치 성공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1월에는 여수 명예시민증도 받았다. 이어 2008년 11월엔 영호남 화합과 교류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의원 최초로 광주 명예시민으로 추대됐다. 2009년 2월엔 ‘영남 출신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호남 지역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한 공적’으로 조선대학교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와 함께 2015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장으로 2009년 5월 광주유치를 이뤄냈는데,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낸 그의 노력이 유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1월 대회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성공개최의 토대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정 의장은 평소 “조그마한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있는 데다 동서마저 간극이 있으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소신으로 영호남 화합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영호남 화합이 남북통일의 선결과제라는 확고한 신념이 깔려 있다.

“타협은 없다”
앞으로 행보는?


정 전 의장은 당내 비주류였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원칙에 부합되지 않으면 결코 타협하지 않는 탓에 계파 간 줄서기 풍토를 외면, 당내 비주류로 적잖은 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선출 투표에서 총 투표수 147표 가운데 101표를 획득해 46표에 그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에 압승을 거뒀다.

옛 친이(친 이명박)계를 포함한 비주류 측과 초선 의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아 친박(친 박근혜)계 주류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황 전 대표를 상대로 예상 밖의 압승을 거뒀다. 정 전 의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친이(친 이명박)계 주류로 분류됐지만, 친박계와도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 당내 온건파로 불린다.


<min1330@ilyosisa.co.kr>

 

[차기 국회의장 누구?]

20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누가 맡을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입법기관 수장인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제1당에서 맡는다. 임기는 국회법(제9조)상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각각 2년씩이다. 의장은 다수당이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추천하고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을 통해 확정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단수 후보 추천 뒤 본회의에서 추인하는 형식을 취하는 게 관행이다.

이번 총선 결과로 볼 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제1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줘 국회의장직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더민주의 경우 국회의장 후보군은 6선에 성공한 문희상·이석현·정세균 의원 등이 꼽힌다. 더민주를 탈당한 이해찬 의원은 7선이지만, 복당 여부가 남아있어 사실상 후보군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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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