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소년 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

강간·살인해도 ‘소년은 벌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만 10~14세 소년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률상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이유에서다. 촉법소년은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당초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이었던 촉법소년 나이를 지난 2008년 현재와 같이 낮췄다. 형법 제9조에 따라 촉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로 소년형사사건이 아닌 ‘소년보호사건’으로 분류된다. 형사처벌 대신 교정을 받는 것. 하지만 최근 촉법소년의 흉포한 범죄가 잇따르자 전문가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법률상 ‘촉법소년’ 범죄 저질러도 형사처벌 못해
촉법소년 흉포 범죄 잇따라 형사처벌 필요성 대두


우리나라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하는 사법연감에 따르면 보호처분을 받은 14세 미만의 소년범은 2006년 3175명에서 2007년 4104명으로 늘어났고, 2008년에는 4486명, 지난해에는 5299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서울 가정법원에 접수된 2만7816건의 소년보호 사건 중 촉법소년 사건은 7897건으로 전체의 28.4%를 차지한다.

촉법소년 범죄 ‘심각’
 
더욱 큰 문제는 촉법소년의 범죄 중 강도, 강간, 방화, 상해 등 강력 범죄비율이 전체의 13.1%에 이르는 등 죄질 또한 나날이 흉포화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달 21일 새벽 서울 도심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은 이 같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당시 집에 불을 지른 것은 이 집의 장남 이모(13)군. 아버지와의 불화로 감정이 생긴 이군은 아버지를 살해할 목적으로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 가족들이 모두 잠든 것을 확인한 후 안방, 부엌,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일가족을 사망케 했다.

자신 때문에 일가족이 모두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군은 이웃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취재 기자들을 향해 자신의 신변이 노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담담한 모습을 보여 충격을 줬다.
지난 8월에는 경기 안양에서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A(13)군이 같은 학교 B(13)군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15일에는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C(12)군이 흉기로 동급생 D군을 수차례 찌르고 둔기로 때려 상처를 입혔다.
이같이 어린 소년들의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무너지는 가정과 점점 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의 한 극단을 목격했지만 이들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법률상 ‘촉법소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이군을 검찰 대신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고, 가정법원은 판결에 앞서 이군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했다. 이군은 이곳에 머물면서 가정과 학교 환경에 대해 조사받고, 학교 생활기록부, 심리·적성검사와 건강상태, 행동관찰 등을 분석받아 비행원인과 재비행 가능성 정도를 파악, 지도 지침을 마련하게 된다.

이어 A군도 현재 소년분류심사원에 머물면서 법원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고, C군은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2년 처분을 받은 상태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게 되면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2개월에 한 번씩 보호관찰관에게 1~3시간의 상담을 받을 뿐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촉법소년에 대해서도 범죄 형태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들은 소년법 32조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 방법에는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위탁, 수강명령, 보호관찰, 소년보호시설 위탁, 소년원 송치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촉법소년은 보호자 등에게 위탁하는 1호 처분을 받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중 1호 처분의 비율은 절반을 넘은 51.8%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소년원으로 송치되는 ‘9호 처분’과 ‘10호 처분’을 받은 촉법소년의 비율은 0.4%에 불과했다.

가정법원 측에서는 “나이만 보고 처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중범죄를 저질렀거나, 수차례 범행을 저지른 촉법소년은 보호관찰이나 소년원 송치를 결정한다”고 말했지만 서울의 한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을 받는 인원 중 촉법소년의 비율은 매우 적다”면서 “판사들이 나이가 어린 소년범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유한 판결을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보호관찰관의 인력 부족도 촉법소년을 관리하는데 문제를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보호관찰관 1인당 관찰대상자 수는 지난해 223명으로 2008년 202명, 2007년 180명에서 더욱 늘어난 수치다. 이는 선진국의 보호관찰관 1인당 관찰대상자 수(영국 23명, 호주 53명, 미국75명, 일본 70명)의 많게는 10배에 이른다.

선진국에서는 최근 죄질이 나쁜 소년범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가 아닌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하고 있는 것.
영국의 경우 범죄가 중한 경우 형사지방법원이나 일반치안판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중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성인범죄자의 형기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구금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중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에 대한 처벌강화 현상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독일 역시 소년범죄 증가에 따라 소년의 형사책임범위와 처벌 연령에 대한 조정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 강도 낮아 어쩌나

소년범을 처벌할 것이냐 교화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는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도 오랜 논란거리였다. 교화를 원하는 측은 어린나이에 미숙한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낙인을 찍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인다. 범죄를 저지른 환경과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교정·교화를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측은 ‘피해를 준 자는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날로 흉포화해지는 촉법소년 범죄를 두고 ‘처벌이냐, 교화냐’는 논란 속에서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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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