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사정' 위험지역 대해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대 총선은 끝이 났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정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른 당선인이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증을 받아든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정치권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지역 국회의원의 당선무효를 걱정해야하는 지역구들은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정리해봤다.

20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정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른 당선인이 1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대규모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했고, 본선은 3당 체제에서 무소속까지 더해져 치열하게 경합했다.

이에 따라 각종 불법 선거운동이 발생할 개연성이 더 컸다. 게다가 선관위는 총선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보전청구 신청이 마감된 지난달 25일부터 3개월간 강도 높은 실사를 벌일 방침이어서 당선무효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역대 최대
미니 총선

허위로 회계보고를 하거나 법정 선거비용 제한액을 초과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제한액의 0.5%만 초과해도 당선무효형을 받을 수 있다. 벌써부터 내년 4월12일 열릴 예정인 재·보궐 선거가 역대 최대 규모의 ‘미니 총선’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재·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바로 국민의당 박준영 당선인의 지역구인 전남 영암·무안·신안이다. 박 당선인은 현재 국민의당 입당 전 소속됐던 신민당 사무총장 김모씨로부터 공천헌금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6000만원가량을 제공받은 혐의(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박 당선인 선거사무실 회계책임자가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선거운동 관련 금품을 선거운동원 등에게 지출한 혐의와 선관위에 신고한 통장 외의 지출내역이 포착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당선인 본인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나 당선인의 직계존비속·배우자 등이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당선 무효가 된다.

결백을 주장하던 박 당선인은 수사가 시작된 후 미리 예정된 언론 인터뷰까지 펑크를 낸 후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박 당선인 외에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당선인들은 당선무효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무 지역구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김진표 당선인도 최근 압수수색을 당했다. 수원지검은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14일 이천시청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당선인과 같은 당 소속인 조병돈 이천시장이 지난 설 연휴 직후인 2월13일 이천 설봉산에서 수원의 한 산악회 소속 회원 30여명을 만나 2만원 상당의 5㎏짜리 이천 쌀을 나눠준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

아직도? 금품살포에 공천헌금 뒷돈까지
국민의당 박준영 타깃…무효 가장 유력?

김 당선인은 또 회원들에게 쌀을 나눠주면서 확성기로 “우리 (수원) 태장동 주민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겠다”고 발언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인사 및 제 3자의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기 전에는 명함, 현수막, 거리 유세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충남 천안갑 새누리당 박찬우 당선인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박 당선인의 선거사무실과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 3명의 집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충남 홍성에서 새누리당 정당 행사를 진행하면서 지역구민들에게 교통편의와 음식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행사는 정당 주최 행사임에도 총 750여명의 참석자 중 상당수가 당원이 아닌 일반 지역구민이었다고 선관위는 설명했다.

강원 동해삼척의 무소속 이철규 당선인은 선거캠프 관계자가 전화 등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다. 이 당선인 측은 “일반 지지자 중 한 명이 개인적으로 이 후보를 돕기 위해 전화로 지지를 호소한 것이며, 당선인이나 선거캠프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밝혔다.

꼼수 백태
언젠간 걸린다


인천 남구갑 새누리당 홍일표 당선인은 총선 직전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져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으나 선거에서 승리했다. 홍 당선인은 회계처리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회계처리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로 홍 의원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회계책임자 A씨 등 6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A씨 등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6년 여간 총 2억여원을 부정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 출신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윤종오(울산 북) 당선인은 벌써 세 번이나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검은 윤 당선인이 대표로 있는 마을공동체 ‘동행’과 북구 매곡여성회 사무실 등 2곳과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윤 당선인의 선거를 도운 핵심 참모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했다. 윤 당선인은 동행과 매곡여성회 사무실을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고 선거운동 사무실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박근혜 정권의 공안탄압이자 노동자 국회의원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이 통합진보당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복정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울산에서는 윤 당선인 외에도 지역구 당선인 6명이 모두 선거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울산 남구갑 이채익 당선인은 선거에서 경쟁하던 무소속 박기준 후보를 ‘스폰서 검사’라고 비방해 박 후보로부터 고발당했다. 박 후보는 “6년 전 무혐의로 처리된 스폰서 검사 사건을 거론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동구 김종훈 당선인은 선거공보물에 ‘우리 편 국회의원입니다’ ‘동구 국회의원 김종훈입니다’라고 적어 상대 안효대 후보 측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마치 현직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고발했다. 울산 중구 정갑윤 당선인은 지인의 결혼식에서 인사말을 한 게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남구을 박맹우 당선인은 선거운동원이 불법으로 인쇄물을 배포한 것이 선관위에 적발돼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울주군 무소속 강길부 당선인은 측근으로 알려진 최모씨가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김두겸 후보 비방 괴문자 발송을 사전에 공모했는지 여부를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후보도 있다. 새누리당 황영철(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당선인은 지난해 1월 지역구 체육행사에서 선거구민 2명에게 돈봉투를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황 당선인은 당시 코치에게 준 돈은 학생들을 위해 쓰라는 의도였고, 나머지 한 건은 내기에 져서 준 돈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는 기부행위가 아니라 예외적인 경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2일 열린 3차 공판에서 황 당선인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측은 “핵심은 돈을 준 행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을 위반하고 동호인들과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을 준 게 확실하다”고 했다. 검찰의 구형이 확정되면 황 당선인은 당선무효가 된다.

같은 당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당선인은 선거구 개편 예정 지역 주민에게 음식물을 제공한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당선인은 새해 첫날 한 식당에서 선거구가 통합되면 같은 선거구에 편입이 되는 주민 10여명과 식사를 했다.

측근이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김 당선인은 선거구가 통합되면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발언과 함께 명함을 나눠주며 사전선거운동을 했다. 예비후보가 아니어서 명함을 나눠주며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다는 게 선관위의 판단이다. 또 선관위는 당일 식사비 16만여원을 김 당선인의 수행원이 결제한 의혹이 불거져 김 당선인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안 탄압?
일부 반발도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장제원(부산 사상) 당선인은 교회 예배에 참석해 신도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헌금을 전달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장 당선인은 평소 다니지 않던 부산 사상구의 한 교회에 총 4차례 들러 예배 중인 신도들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측근이 헌금 10만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다니지 않는 교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된다. 장 당선인 측은 “교회 장로인 학교 퇴직자와 함께 신앙 간증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충북 제천·단양 선거구 새누리당 권석창 당선인도 다수의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총선 다음날인 14일, 권 당선인의 선거캠프 관계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록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권 당선인이 당비를 대신 내주고 지인 수백 명에게 입당원서를 받아 제출하는 등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 당선인 100여명 수사 중
"내년 역대 최대 재보선 열린다"

권 당선인은 또 지난해 2월 충북의 한 식당에서 열린 종친회 모임에 참석해 식사비를 부담하고,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선관위가 고발한 종교단체연합회 한 임원이 지난해 11월 지역 종교인들에게 특정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식사를 제공한 혐의와 관련해서도 권 당선인이 관여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는 권 당선인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재임하던 때로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함께 공무원법 위반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인천 부평갑에서 26표차로 승리한 새누리당 정유섭 당선인은 상대후보였던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의원 측은 “야권단일후보 표현 관련 선거관리위원회의 혼선과 잘못된 대응이 부평갑의 선거결과를 결정적으로 뒤바꿨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보수단일후보 관련 표현에 대해 법원이 허위표시로 선거법 위반이라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번 4·13총선에서 더민주와 정의당의 단일화를 ‘야권 단일후보’로 표현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250조)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허용했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선관위가 이를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면서도 허용했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20대 총선에서는 ‘야권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가 고발당한 당선인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을 제외하고 더민주, 정의당 등 사이에서만 야권단일화가 이뤄졌는데 선거공보에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다.

이미 더민주 송영길·홍영표·신동근 당선인 등이 야권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상대 후보자로부터 고발당해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특정 후보를 빼고 단일화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단일후보 명칭을 사용했던 후보에 대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물론 이들 당선인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해도 당선 무효형까지는 선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당선무효 임박
이미 구형까지

이외에도 더민주 강훈식(충남 아산을) 당선인은 선거공보에 기업 유치 및 일자리 창출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보령·서천 새누리당 김태흠 당선인은 측근들이 금품제공 등의 혐의로 충남선관위에 의해 고발당했다. 측근들이 선거구민에게 음식물 등을 제공하고 후보자를 참석시켜 선거운동을 하게 한 혐의다.

이에 대해 김 당선인 측은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사람들은 김 당선인의 측근이 아니며 캠프에서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현재 당선인 본인의 위법 여부는 확인된 게 없다”면서도 “피고발인이 선거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등 여러 정황상 당선인과 친분관계가 두텁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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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