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7>

“내가 명자씨와 잠자리를 한다면?”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명자씨의 벗은 상체는 꽤  섹시해 보였다
공사의 최대 분기점은 역시 ‘잠자리’야


명자씨와 함께 보낸 밤
백마담의 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야, 빨리 빨리 준비해라!”
손님들이 들이닥친 모양이다. 늘 그렇듯이 초이스 전에는 항상 긴장감이 가득하다. 나 역시 재빨리 초이스를 위한 준비를 마치고 룸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때 백마담이 나를 보며 말했다.
“동이는 빠져”
“네?”
사실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손님이 나를 ‘지명’했거나 그게 아니면 나를 아예 처음부터 ‘뺀찌’를 놓거나.
알고 봤더니 명자씨 일행이었다. 룸에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녀의 웃음은 언제나 내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럴 때면 다른 선수들에게 ‘가오’가 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은 초이스를 당해야 하는 입장이고 나는 이미 사전에 선택받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자씨와 함께 온 여성들은 늘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인사해요, 동이씨, 여기는 내 친구들이예요”
그렇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명자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백마담에게 ‘바가지’를 달라고 했다. 바가지. 선수들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양주와 맥주를 ‘때려 넣는다’고 할 정도로 가득 부은 뒤 마시는 술이다. 일반적인 폭탄주와 제조 방식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바가지가 폭탄주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폭탄주는 매번 만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취기가 오르다보면 나중에는 만드는 것 자체가 귀찮게 돼서 그냥 양주를 마시게 된다. 그런데 바가지는 다르다. 한꺼번에 만들어 놓고 들이붓는 스타일이라서 자칫하면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3일 동안 세상이 멸망하는 느낌이랄까. 그날은 명자씨 친구인 명주씨의 생일이었다. 축하 노래가 울려퍼진 후부터는 계속해서 술이었다. 마시고, 취하고, 또다시 들이붓는 일들의 연속이다. 바가지도 모자라 또다시 새로운 술이 만들어 진다. 골프주, 회오리주, 만만세주… 결국 나도 기억이 끊기고 말았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은 어슴프레 떴지만 천장의 윤곽조차 희미해져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괴로움에 신음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의 허리띠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병구인가? 내가 집으로 업혀왔고 병구가 편하게 자라고 바지를 벗겨주는 것일까?
눈을 제대로 뜰 힘도 없었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허리띠를 완전히 푼 뒤에 바지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 벨트와 바지는 명자씨가 사준 것이었다. 벨트는 카르티에, 바지는 알마니 블랙라벨. 돈으로만 쳐도 수백만원에 해당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조차 믿겨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직접 매장에 가서 알아보니 정말 수백만원짜리였다. 명자씨는 늘 나에게 그렇게 대해주었다.
바지가 벗겨지니 그나마 좀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다음부터였다. 누군가의 손길이 나의 팬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병구나 선수 친구들은 아닌 듯 싶었다. 여자 좋아하는 데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녀석들이 순식간에 호모나 게이로 변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누구지?

가슴과 따로 노는 몸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오바이트가 쏠렸다. 입을 틀어막았다. 손쓸 틈도 없이 간밤에 먹은 술과 안주가 튀어나오려고 했다. 온 몸이 뒤틀리고 공간은 빙글빙글 돌았다. 주변에서 변기를 찾아 얼굴을 들이댔다. 고통스러운 토악질이 계속됐고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됐다. 겨우 정신을 차릴 즈음해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니 상당히 낯선 곳이었다. 분위기로만 봐서는 분명 모텔이었다. 또다시 토악질이 계속되고 결국 화장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편했다. 화장실 바닥이 이렇게 편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생각났던 사람은 어젯밤 나와 함께 있었던 명자씨가 아니고 은영씨였다. 그녀의 웃음소리, 그녀의 눈매, 손가락, 하얀 목, 길게 드리워진 머리… 정말로 나는 은영씨를 사랑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은영씨와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변기 앞에서 헤매고 나니 겨우 정신이 들었다. 그곳은 모텔이 분명했고 침대에는 누군가가 누워있었다. 살며시 다가가니 그곳에 명자씨가 있었다.
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뭐 실수한 건 없었나?
“기억 안나요? 테이블에서 쓰러져 자고 있는 걸 동료 선수들이 업고 왔잖아요”
그놈의 바가지는 늘 이렇게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시간은 이미 오후 2시. 명자씨의 벗은 상체는 꽤 섹시해 보였다. 순간 분위기는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모텔에 단 둘이 있는 남녀. 여자는 남자의 벨트를 풀어 팬티 속에 손을 집어넣기까지 했고, 또 그 여자는 이제까지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남자에게 각종 선물을 사주기까지 했다. 이럴 때면 그 어떤 남성이라도 그녀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나에게 ‘공사 프로젝트’라는 것이 없었다. 공사는 선수들이 돈많은 여자에게 돈을 빼내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명자씨에게 공사를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은영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를 공사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은영씨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공사 정도는 두 눈 꼭 감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게 빨리 진전됐다. 공사의 최대 분기점은 ‘잠자리’라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나에게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바로 그때가 내가 상대에게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단물을 빼먹히기 전에 내가 먼저 단물을 빼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공사의 절대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명자씨와 잠자리를 함께 한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공사도 첫 삽을 잘 떠야 한다. 은영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안했다.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것도 미안했지만, 아직 공사 프로젝트도 짜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맞아버린 내 자신이 미웠고 그것이 또 은영씨에게 미안했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명자씨, 저 잠시만 씻고 올게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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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