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발 페이퍼컴퍼니 후폭풍

검은돈 가득한 판도라 상자 열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열리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 안에는 수십 년간 꽁꽁 싸매인 채 베일에 감춰져 있던 갖가지 정보들이 담겨 있다. 푸틴, 메시 등 오르내리는 이름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세상 밖으로 꺼내길 주저했던 추악한 진실이 만천하에 공개될 지도 모를 일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도피 관련 문건이 공개되면서 국제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파나마 최대 로펌이 조세도피처 곳곳에 전 세계 유력인사들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들어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파나마 페이퍼스’로 불리는 유출 문서가 국내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문건 공개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의 탐사보도 기자들이 익명의 취재원에게서 자료를 처음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자료의 방대한 규모와 공적 가치를 고려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협업을 요청,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모색 폰세카
극비문서 유출

<쥐트도이체차이퉁>의 프레데릭 오베르마이어 기자는 “유출 데이터는 언론인이 입수한 것 중에 사상 최대 규모로 25만 개에 이르는 역외 회사 관련 정보를 담고 있다”며 “이 분야를 이렇게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 분석을 위해 영국 <BBC>, 프랑스 <르몽드>, 독일 <NDR>, 미국 <프로퍼블리카> 등 76개국 109개 언론사, 376명의 언론인이 참여해 1977년부터 2015년 말까지 자료 1150만건을 면밀히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뉴스타파>가 참여했다.


이번에 유출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자료는 2.6TB로 역대 최대규모다. 앞서 2010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문서는 1.7GB, 2013년 ICIJ의 조세도피처 프로젝트 데이터는 260GB였다.

모색 폰세카는 해외법무법인으로서는 세계 4번째 규모의 대형 법인으로 홍콩, 마이애미, 취리히 등 전 세계 35개 이상에 지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뱅크를 비롯해 HSBC, 크레디트스위스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이들 은행의 고객에게 조세당국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알려지자 세계 각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한 관련 조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법무부가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와 관련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이 정당화되면 안 된다”고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영국 국세청(HMRC)도 팔을 걷어붙이긴 마찬가지다. HMRC는 이날 "유출 문건을 기반으로 부유층, 고위층 인사의 자금 세탁이나 조세 회피 등 관련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도 수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프랑스 수사 당국은 자국민과 금융 기관들이 파나마를 통해 조세 회피를 했는지 수사에 돌입했다. 이 밖에도 파나마, 독일, 뉴질랜드, 멕시코, 네덜란드 등 각국도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조사에 들어갔다.

최대 규모 조세회피 관련 문건 공개
세계 유력인사들 거론…엄청난 파급

어느새 파나마 페이퍼스가 촉발한 조세 회피 문제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7일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 달 일본 미에현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정상회의 때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세금 회피 문제를 다루는 의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건은 전 세계 72명의 전·현직 정상 이름뿐만 아니라 한국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출 데이터에서는 ‘Korea’로 검색되는 1만5000여건의 파일 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분석하던 도중 해당 문건에 오른 노씨의 이름이 노 전 대통령의 장남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조사가 이뤄졌고 생년월일과 사진을 검토한 결과 동일인물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의 내부 유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노씨를 포함한 196명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곳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노씨는 2012년 5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서 3개의 회사를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회사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 컴퍼니라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점점 커지는
파나마 후폭풍

3개 회사 이름은 ‘One Asia international’, ‘GCI Asia’, ‘Luxes international’이다. 이 가운데 Luxes international의 주주로 노씨와 GCI Asia가 등재돼 있다. 노씨는 회사 설립 당시 자신의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고 2013년 5월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사직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와 한국인으로 보이는 김정환씨가 물려받았는데 두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이런 점에 견줘볼 때 노씨가 설립한 회사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들이 소유구조를 매우 복잡하게 내놨다”며 “이렇게 중층적으로 설계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노씨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2005년부터 홍콩에 거주했고 2011년경부터 중국 관련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지만 거론된 3개 회사는 사업이 무산돼 휴먼상태에 돌입했다는 주장이다.

노씨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중국사업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사업진행이 안돼 계좌개설도 하지 않았다”며 “관계당국에서 필요하다면 해명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세회피처나 비자금 등과는 일절 무관하다”고 말했다.

노씨의 조세 회피 의혹은 갖가지 의혹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정권의 비자금 유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비자금 이동 흔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세회피처에 1달러짜리 회사를 세웠다는 점에서 조세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고자 했다는 의혹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노재헌씨
커지는 의혹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웠던 페이퍼컴퍼니를 넘겨받은 인사가 SK텔레콤의 투자회사 관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SK그룹과의 연관설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헌씨의 페이퍼컴퍼니 One Asia international, GCI Asia 2곳을 넘겨받은 중국인 첸카이는 2011년 설립된 SK텔레콤 홍콩 벤처스매니지먼트 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무작정 의심하기엔 정황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일단 노씨가 SK와 사돈지간이라는 이유로 SK와의 연관설이 나도는 상황은 개연성이 떨어지고 SK텔레콤의 지원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실제로 SK 측은 노씨와의 연결 소문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Korea 파일’ 1만5000여건
한국 주소 기재한 195명

파나마 페이퍼스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다수 발견되자 당국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국세청은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와 관련 세원이 포착되는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명단을 입수하는대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인지 거주자인지 등의 여부를 분석해 역외탈세인지 확인한 뒤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인 명단을 찾아 분석하고 조사하는 데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신병 확보다. 탈세 혐의를 확인한 뒤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되면 출국금지 등 신병확보를 할 수 있지만 탈세 혐의자들이 세무조사 이전에 해외로 나가버리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뉴스타파>가 버진아일랜드나 케이만 제도 등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에도 국세청이 압수수색을 하러 현장에 나가보면 자료가 다 삭제되고 당사자는 해외로 도주해버린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당시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여겨지던 한국인 182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씨,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유력인사의 이름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182명 중 실제 세무조사를 받은 경우는 48명에 그쳤고 고발조치가 취해진 인물은 3명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추징한 금액은 총 1324억원이었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당장 국세청이 세무조사나 고발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유출된 명단과 해당 인물들의 계좌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단순히 몇명만 고발 조치했다라는 수치만 갖고 미온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혐의내용이 법위반으로 드러났을 경우에만 고발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수사를 늦추는 장애가 될 수 있다. 통상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 법인자격을 갖추었으니 자회사를 두고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탈세 목적의 자금세탁창구로 이용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유령회사라는 이름이 뒤따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에도
유야무야?

한편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뉴스타파>는 수십명의 신원을 이미 확인했고 유력인사들이 포함된 사안에 관해서는 추가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주요 명단이 추가적으로 공개되면 전체 자료 파악 후 해당 인물들에 대한 서면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큰 파장이 몰려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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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