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춤 그리고 연기 “다 잘하면 안 되나요?”
국내 초연되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의 주인공으로 박지윤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주위의 반응은 ‘우려’와 ‘기대’로 나뉘었다. 남들이 공백이라 부르는 기간이 꽤 길어졌고 부담은 더해갔다. 쉬는 동안 이런저런 기회가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스쳐 지나갔다. 어느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있을 무렵 클레오파트라를 만났고 스스로 기회를 잡았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치려니 걱정도 되지만 설레네요. 오랜만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니 좋기도 하고요. 쉬는 동안 대형 작품부터 소극장 뮤지컬까지 출연 요청이 많았어요. 노래 부르는 것은 좋았지만 생경한 분야로 쉽게 결정을 할 수 없었죠.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뮤직 넘버를 듣고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라면 내가 부르고 싶다’는 욕심이 들 만큼 딱 이거다 싶었어요.”
1998년 어린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에서 뮤지컬 배우 김선경과 함께 주연을 나눠 맡은 경험이 있는 박지윤은 이번에도 김선경과 공동주연을 맡았다.
“‘(김)선경 언니와 더블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혼자 노래를 해 왔기 때문에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소통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기쁨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요.”
히트곡으로 기억되는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전문 뮤지컬 배우와 견주어 대등한 연기를 펼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출연 분량은 80%에 달하고 소화해야 할 넘버도 많다. 희대의 요부이자 뛰어난 전략가였던 클레오파트라의 섬뜩하고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것도 무거운 숙제다.
“한 시대를 휘어잡은 대단한 여성이죠. 그보다 여자 클레오파트라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슴 아픈 사랑 때문인지 감미로운 곡이 많아요. 제 목소리가 가진 장점을 녹여내면 관객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요.”
섬뜩하고 매혹적인 카리스마 ‘클레오파트라’ 역
최근 새 둥지 찾고 가수로 음반 활동 재개 예정
박지윤은 1997년 데뷔 후 10여 년간의 활동에 지쳐있었고, 당시 소속사와의 갈등 등 복합적인 문제가 겹쳤던 탓에 본의 아니게 공백기가 길어졌다. 휴식은 그에게 용기를 줬다. 지난해에는 직접 찍은 사진과 손수 쓴 에세이를 엮어 ‘비밀정원’이란 이름의 책도 냈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공백기간 동안 자아를 찾는 시간을 가졌어요. 이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고 다른 사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쉬면서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캄보디아, 라오스 등지에 선교활동도 다녀왔고. 작년엔 사진 에세이를 냈고 중국에서 중국 드라마를 찍기도 했고요.”
치고 올라오는 어린 여가수와 희미해지는 대중의 관심이 두렵진 않을까.
“요즘 인기 있는 가수들을 보면서 샘나진 않았냐구요? 그렇기보다는 ‘나도 정말 활동하고 싶다’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만 제 나이가 스물여덟인 만큼 누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싶진 않아요.”
그는 최근 새 둥지를 찾아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대중 앞에 선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터. 먼저 뮤지컬 배우로 안착한 옥주현을 향해 쏟아진 평가의 글을 읽고는 더 떨렸단다. 속상하겠구나 싶다가도 단단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사람에 지치고 일이 힘들어 무대에 서는 게 싫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편안해요. 풋풋한 친구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돌아갈 자리는 있다고 생각하고요.”
박지윤은 곧 음반을 내고 가수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가수, 연기자,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본업이 궁금했다.
“연예 활동 다시 시작 떨려”
“사실 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결론을 냈죠. 가수와 연기자를 모두 잘 해낼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요.”(웃음)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 /ybc@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