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7)화려한 퇴원

풀어진 경계심, 치명적인 실수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상해주어야겠지. 그 부분은 내 심도 있게 생각해보도록 하겠네.”

“말하게.”

“각하, 이런 말씀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으나 지난 윤대중 납치사건 이후로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 측에서 각하를 악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합니다. 심지어 암살까지….”

“단지 그 사람들뿐만 아니야. 지금 그 사건 이후 모든 게 꼬여 있어. 이병선 이 사람이 진짜 쓸데없는 일을 해가지고.”

박 대통령이 말하다 말고 혀를 찼다.

“그래서 나를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암살이란 소리에 가슴이 뜨끔했는지 박 실장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각하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호에 임해야 합니다. 각하를 위하는 일이 이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길임을 제가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야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외교관들 특히 그 부인들 입장에서 납득이 가겠는가.”

“여하튼 일본 쪽 참가자들만 예외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박 대통령이 잠시 말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박 실장이 급히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각하, 말씀 주십시오.”

“임자가 방금 말했었지 않은가.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에서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예 나를 암살하라 하면 어떤가.”

“각하, 진정하십시오.”


“아니야, 지금 일본과 한국 관계를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일이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야. 경제 차관은 물론이고 이놈들이 그 사건 때문에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면 밸이 뒤틀려, 밸이.”

“설령 그렇더라도 그런 말씀은 추호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박 실장의 말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건 그렇다 하고 안사람 이야기는 너무 신경 쓰지 말도록 하게.”

“아닙니다, 각하. 제가 살펴보아도 분명하게 심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외교사절 부인들께서 직접 여사께 언급했던 내용인지라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여사께서도 면이 서실 게 아니겠습니까.”

“그 일은 임자가 알아서 하게. 그리고 이만 가서 일보게나. 경제부처 장관들이 보고 차 왔다니 그리 하도록 하세.”

박 실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와 경호실장실에 들렀다. 그곳에서 정보부장과 통화를 나누고 이강철 경호과장을 호출하여 집무실을 나섰다.

“타게.”

차가 다가오자 머뭇거리는 이 과장을 독려하여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각하를 뵙고 오셨다 들었습니다만.”

차가 출발하자 이 과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 실장이 즉답을 피하고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남산으로 가게.”

기사에게 짤막하게 지시한 박 실장이 이 과장의 손을 잡았다.

“이 과장, 자네 앞으로 다른 일을 해주었으면 하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각하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셨습니까?”

“지난 삼일절 행사에 경호를 너무 심하게 해서 육 여사께서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로부터 항의 받은 모양이야.”

일본 좌익과 조총련의 위협
'김일성을 자극하라' 대반격

“저라도 항의했겠습니다. 조금 심했지요.”

이 과장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였다.

“그래서 그 책임을 물어 자네를 보직해임 하려 하네. 그러니 그리 알고 따로 내 일을 도와주도록 하게.”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가만히 박 실장의 입을 바라보았다.

“영부인의 말씀은 차치하고 지금 비밀리에 진행 중인 일이 있는데 자네가 그 일을 맡아주어야겠네.”

“저야 실장님 사람인데 이거 저거 가릴 이유 없습니다.”

“그래, 암 그래야지. 구체적인 사항은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세.”

박 실장과 이 과장이 소소한 일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차가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에 접근했다.

“신 부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나올 테니 예서 기다리고 있게.”

박 실장이 이 과장과 수행원을 부속실에 남겨두고 홀로 부장실로 들어섰다. 이미 전화를 받은 신 부장이 혼자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 실장을 맞이했다.

“실장께서 무슨 일로 이곳까지 이리 급하게 납시었습니까?”

신 부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신 부장의 손을 잡아끌어 좌석에 앉았다.

“혹여 각하께 말씀 드리셨소?”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가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일 말이오.”

신 부장이 답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박 실장의 얼굴을 주시했다.

“각하 암살 시도를 언급하시는 겁니까?”


“바로 그 일이오.”

“그게 왜 우리 일입니까, 실장님 일이지요.”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혹시 각하께 귀띔을 주었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그 일 자체를 모릅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박 실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방금 전 박 대통령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각하께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그런 생각까지 하셨겠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비록 일은 진행 중에 있지만 이병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박 실장이 기어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지금 박 실장께 제가 선물 하나 드리려 합니다.”

박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의 분노를 그리고 결국 김일성을 자극할 수 있는 사건을 조사 중에 있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간첩사건입니까?”


“물론 주는 간첩사건입니다만 그 건과는 별도로 그야말로 일본의 좌익들의 분노를 살 만한 일을 추진 중에 있으니 두고 보십시오.”

박 실장이 그 의미를 헤아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냈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문석원이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자 이호룡이 차를 대기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장님이 어인 일이십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지 석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룡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네 퇴원한다고 중앙위원께서 위로의 장을 마련하였네. 그러니 어서 차에 오르자고.”

“위원님이요!”

호룡이 미소만 보일 뿐 대답하지 않자 석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뒷좌석에 자리 잡았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글쎄요, 예전에 부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단련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유익했다니 고마운 일이네.”

석원이 침착하게 답을 잇자 호룡이 석원의 어깨를 쓸었다. 순간 석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자네 한 달 동안 많이 변한 듯하네.”

“그동안 많은 생각했습니다.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 사는 게 무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결론은 뭐든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자네는 자네의 이름을 영원히 영웅의 반열로 남길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영광된 일이겠는가.” 

“그저 부장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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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